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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래식타임 Feb 08. 2022

음악으로 보는 영화『기생충』(2) - '가짜 바로크'


이번 편에서는 앞서 음악으로 보는 영화『기생충』(1) - '진짜 바로크' 에 이어 영화 기생충에 사용된 '가짜 바로크'음악에 대해 보고자 한다.



진짜 바로크 아니고 가짜 바로크는 또 어디에..?
그냥 다 바로크 음악 아니었어?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 일가의 박 사장 저택 침투 작전이 완벽하게 성공을 거두는 장면. ‘믿음의 벨트’만 믿었던 연교가 실은 철저히 당하는 장면이다.



바흐가 들었다면 깜짝 놀랄 엉터리 바로크 음악입니다.  - 정재일(음악감독)



헨델의 오페라인 진짜 클래식 음악 외에도 기생충 에는 17,18세기 유럽의 상류층이 즐겼던 바로크 음악풍 선율이 종종 흘러나온다. 따라서 이 글에선 영화 기생충에서 정재일 음악감독이 '가짜 바로크'라고 표현한 대표적 OST 음악'믿음의 벨트'에 대해서도 잠시 살펴보고자 한다. 정재일 음악감독이 영화 기생충을 위해 작곡한 '믿음의 벨트'라는 곡은 영화 전반부의 클라이맥스에 사용되며 8분 정도의 러닝타임을 갖는 시퀀스이다.



정재일 음악감독이 작곡한 영화 『기생충』 OST 음악 ‘믿음의 벨트’



영상에서 보다시피 연교의 대사와 함께 가짜 바로크 음악인 '믿음의 벨트'가 나오고 있다.

바이올린 주제 선율과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로 구성된 현악 오케스트라 음색이 마치 심포니의 구성을 하고 있는 듯 들린다. 그리고 점점 영화 전반부의 클라이맥스로 가는 부분에서 음악도 함께 고조되며 가짜 바로크 음악이 풍자적 효과를 더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 정재일 음악감독이 ‘가짜 바로크’라고 표현한 OST 음악인 ‘믿음의 벨트’에서는 마치 헨델의 아리아처럼 바로크풍의 느낌을 내어 언뜻 들으면 실제 바로크 시대 작품으로 들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 연교의 “일종의 뭐랄까, 믿음의 벨트?” 대사와 함께 가짜 바로크 시대 심포니 주제에서 거창한 사운드로 펼쳐지는 ‘믿음의 벨트’가 헨델의 아리아와 음색적인 유사성을 갖는데, 너무나도 바로크적이고 몰아치듯 힘차게 등장하는 이 바이올린의 주제 선율 진행기택 일가의 침몰을 암시하고 있다. 그들에게 더 이상 올라갈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다시 계단을 내려가 반 지하 세상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하반부의 하강하는 플롯에 대한 복선을 <믿음의 벨트>가 전반부의 음악적 피날레로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믿음의 벨트>가 나오는 부분은 영화 전반부의 종착점이자 클라이맥스로, 약 8분여 동안 심포니(교향곡) 한 악장을 완주하는 시퀀스로, 화면과 음악은 기택 가족의 “작전 완료”를 은유하면서 가족 구성원의 전원 위장 취업 그 마지막 단계인 문광 내쫓기에 성공하는 치밀한 모습을 다이내믹하게 그려내고 있다.

백수 가족 모두가 완벽한 속임수로 박사장 네 위장 취업에 성공하기까지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은 바흐를 닮았지만 사실은 정재일 감독이 작곡한 ‘가짜 바로크’ 음악으로 풍자적 효과를 더하고 있다.   



"<믿음의 벨트>에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로 구성된 현악 오케스트라를 썼는데 그 이유는 가장 큰 다이내믹을 표현하기에 좋은 악기라고 생각했다. 봉준호 감독도 바로크 스타일 음악을 레퍼런스로 삼았다. 박찬욱 감독의 아류가 되지 않을까 우려했고, 전전긍긍하면서 작업을 진행했다. 박 감독님은 ‘친절한 금자 씨’에서 완벽한 바로크 음악을 선곡해서 쓰셨는데 ‘기생충’은 엉터리 음악이 나올 텐데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했다. 완성된 음악을 주의 깊게 들어보면 바로크 스타일인지 낭만 스타일인지 모를 정도로 뭔가 뒤섞였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시퀀스는 마치 음악이 전면으로 나와서 연기를 하고, 등장인물들은 배경에서 각자의 할 일을 하고 있는 느낌을 준다. 이와 정반대 느낌의 곡은 13번 트랙, <짜파구리>다. 이때는 음악이 철저하게 인물들이 요동치는 상황의 배경음악으로만 역할을 한다. <믿음의 벨트>는 1부 피날레 곡처럼 느껴지기를 원했다. 그리고 비슷한 심포니 구성을 갖는 <짜파구리>는 소동을 표현한 음악이다. “이제 큰일 났네”라는 느낌이다."
[<기생충> 제작기] 정재일 음악감독, “잘 들리지 않는 저음으로 압박감을 나타낸다든가…” (cine21.com)



Q. 왜 바로크(풍) 음악을 썼을까?




 헨델의 오페라 로델린다와 가짜 바로크 음악인 음악 모두 영화 기생충 음악의 주요 테마는 바로크인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정재일 음악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봉 감독님은 음악이 음악만으로 하나의 결을 이루길 원하셨죠. 드라마에 개입할 수도 있지만 또 수수방관할 수도 있는, 그런 음악요. 저로선 그 ‘결’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과정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고민 끝에 그는 ‘바로크 음악’을 가져왔다. “바로크는 우아하고 감정이 배제된 것 같지만, 어떨 때는 슬프고 뽕짝 같은 멜로디도 있어요. 그러면서도 아주 정색하는 이미지가 있죠. 그 점이 <기생충>과 잘 맞겠더라고요.” 그가 작업에 매진하던 매일 아침,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던 이유다. “사실 저는 음악을 학교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악보 구성은 잘 모르거든요. 그러다 보니 ‘엉터리 바로크’가 나왔어요. 바흐가 들으면 ‘이게 뭐냐’고 했을 거예요. 그렇지만 그 점이 더 영화와 어울렸던 것 같아요.”



기생충 영화음악의 주된 정서는 16세기 말부터 18세기 중기에 유행한 유럽의 바로크 양식에서 차용한 것을 알 수 있다. 영화에서 차용한 바로크 스타일은 우아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애조가 깃든 것 같으면서, 점잖게 정색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왠지 ‘뽕짝’ 같은 분위기가 숨어 있는, 짐짓 모른척하며 시치미를 떼는 영화 기생충의 태도와 기가 막힌 접점을 이룬다.



“바로크 시대는 서양 음악의 형식과 사조, 음악 어법 등이 확립되고 발전했던 시기다. 그리고 바로크 시대의 음악 기법과 양식의 발전으로 인해 창작자들이 내면과 이념을 표현하려는 노력을 통해 인간 감정과 정서를 생생하고 격렬하게 표현하였다. 따라서 지금도 그 파급력과 영향력이 상당하다. 바로크 시대 대표 작곡가로는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헨델(George Frideric Handel, 1685-1759), 그리고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 등이 있다”
(안준희·전윤한, 2018: 618).



그렇다면  영화 기생충에서 왜 바로크적인 음악을 쓴 것일까?

어디까지나 음악에서 해석은 정해진 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저마다의 해석이 있는 법. 하지만 지금까지 영화 기생충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며 기생충이라는 영화에서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와 스토리 전개, 그리고 영화에서 사용된 진짜 바로크 음악인 헨델의 오페라 로델린다 아리아 두 곡의 줄거리를 통해 살펴본 결과,



바로크 시대 건축물 - 세인트 존스 대성당



바로크라는 시대에 당시에는 군주제로 인해 귀족 계급과 천민 계급이 존재하였는데 이것이 곧 영화에서 계속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비판하고 있는 계급 사회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영화 기생충은 현대사회에서 계급 사회의 모습을 바로크풍의 음악으로, 바로크라는 시대적인 모습으로 표현하고 제시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엄격한 형식미와 장식성이 특징인 바로크 음악은 호화로운 박사장 집을 배경으로 계급의식, 상류층의 위선과 가식을 나타내는 효과가 있다.




기생충 해외 포스터



물론 앞서 1편에서도 말한바와 같이 영화 기생충에서 사용된 음악이 영화 장면과 큰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 힘든 부분도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의 음악이 갖는 기능은 다양하다. 꼭 영화의 장면과 연결되는 지점의 기능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에서 헨델의 오페라 《로델린다》의 아리아의 인용은 ‘계급 간의 사회’ 혹은 ‘바로크의 전제 군주적인 시대의 음악’을 사용함으로써 좀 더 영화를 임팩트 있게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정재일 음악 감독이 작곡한 영화 OST의 음색간접적으로 헨델 오페라를 인용한 것과 연결 고리를 가지면서 이런 결론을 충분히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같은 책이나 영화를 보고도 다르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고,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한국 영화에 새로운 역사를 쓰며 K-콘텐츠의 큰 위상을 드높인 영화 기생충, 치밀하게 배치되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음악이 기생충의 영화적 재미를 더해주는 또 다른 주역인데   

한국에서 이렇게나 의미가 큰 영화를 '음악'이라는 새로운 측면에서 다시 영화를 보게 된다면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기생충>의 음악은 그런 식이다. 이야기를 이끌기보다는 시치미를 뚝 떼고 방관한다. 인물들은 웃고 울며 야단법석을 떠는데 음악만 홀로 우아하다. 이 부조화 덕분에 영화는 한층 기묘하고 강렬해진다.
- 경향신문 ‘기생충’ 음악감독 정재일 인터뷰 기사 발췌


“바로크는 우아하고 감정이 배제된 것 같지만, 어떨 때는 슬프고 뽕짝 같은 멜로디도 있어요. 그러면서도 아주 정색하는 이미지가 있죠. 그 점이 <기생충>과 잘 맞겠더라고요.”
- 정재일 음악감독 인터뷰 중




참고자료




음악 전공의 길에서 콘텐츠와 미디어, IT를 결합하여
음악으로 세상을 이롭게 만들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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