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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영경 Nov 25. 2022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보글보글 글놀이 11월 4주 ‘터닝포인트’

어떤 유명한 가수에게 물었습니다. 내 인생의 단 한곡을 고른다면 어떤 곡으로 할지 선택하도록 했지요.

지난달 넷플릭스 시리즈로 공개된 ‘테이크 원’ (Take 1)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자신이 부른 수많은 노래들 가운데 단 한곡만 고르라고 합니다. 그리고 어떤 무대이든 좋으니 그가 생각한 곳이 어디든 누구와 무엇을 하든 다 창조해 주겠다는 어마어마한 제안을 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제안’에는 ‘제한’이 있었습니다. 녹화해서 얼마든 편집할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인데도 불구하고 피디는 가수에게 '기회는 단 한 번뿐'이라고 제한을 합니다. 그 중요한 한곡을 딱 한 번만 부를 수 있다니요. 완벽한 꿈의 무대를 만들어두고 그곳에서 단 한 번의 촬영- ‘원테이크’로 찍는 최악의 조건을 붙인 겁니다.



그런데 어딘가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우리의 삶도 수많은 선택지들 사이, 중요한 한 순간, 단 한 번의 선택으로 인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인생역전에 성공한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변화의 계기가 되었던 순간을 이야기합니다. ‘터닝포인트’라는 표현을 그때 사용하지요.

수많은 곡 중에 한 곡을 선택하는 어려운 순간을 지나고 자신이 상상한 그대로의 무대가 펼쳐집니다. 다큐멘터리로 모든 과정을 생생히 지켜보던 시청자는 시한폭탄처럼 생겼던 타이머의 카운트 다운과 동시에 그들의 머릿속 청사진 그대로 펼쳐내는 뮤지션들을 보고 전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모습은 우리 삶과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의 선택은 신중했고 이후의 엄청난 노력도 있었습니다. 실패해도 거침없이 다음 도전을 시도하던 열정의 무대, 그 커튼 뒤를 보았을 때 우리는 인간 삶의 도전과 성취의 뒷모습을 목격한 것 같았습니다. 그저 노래 한곡을 부를 따름이었는데 단순히 감동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숙연해졌습니다.



아무도 알지 못할 미래는 찬혁의 머릿속에 있었습니다. 그는 눈으로   그려내었습니다. 그대로 이루어질 것을 믿었습니다.  과정에는 살짝 망설임이나 의심이 스치기도 지만 마지막까지 세심한 노력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7 아티스트 모두 테이크  무대에서 공통적인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누가 뭐래도 그들은 자신이 해낼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음악과 무대에 대한 사랑도 남달랐습니다.



불편한 조건을 걸어둔 촬영_테이크 원

단 한 번의 촬영은 오히려 그들에게 자유를 준 것 같았습니다. 자신의 믿음에 집중한 후 그 한 번의 온전한 기회에 몰입하는 모습을 화면으로 보면서 그들과 똑같은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색깔의 아티스트들의 무대처럼 우리 삶의 무대도 비교 불가할 정도로 다양합니다.

우리의 인생도 테이크 원 무대입니다.

피디가 어마어마한 제안을 한 것처럼 우주도 우리에게 그렇게 말없이 무한한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또 무한한 ‘제안’ 속에 ‘제한’을 하고 있습니다.

인생은 단 한 번의 기회뿐이라는 것이지요.

어떠신가요?

노래 한곡 부르는 프로그램이 인생의 축소판으로 보인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겠지요?




모두에게 중요한 순간의 선택이 있었을 것입니다. 저의 터닝 포인트를 이야기하자면 바로 ‘결혼’이었습니다. 저는 엄마와 절친이었고 소소한 모든 것을 나누며 자랐습니다. 하지만 취업 때문에 독립한 후 서울에서 제가 만나는 그 누구도 제 절친 엄마는 신뢰할 수가 없었습니다. 평생 회계일을 하셨던 엄마였기에 그랬습니다. 숫자로 정확하게 보여야 믿을 수 있었고, 미래의 일이라면 특히 눈에 보이는 증명서나 자격, 정확한 셈으로 한 계산이 아니라면 믿지 않는 인생을 살아오셨습니다. 그런 엄마가 보는 ‘음악 하는 남자’는 외계에서 온 사람과 같았을 것이었습니다. 엄마의 숫자로는 도저히 향후 수익이나 안정도가 산출 불가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의 책 <의식 혁명>에 매료되어있었습니다. 그 책을 통해 의식의 진화에 대한 관심이 커져갔고, 스스로에 대한 내면의 믿음이 점점 자라고 있었습니다. (박사는 1975년부터 진실과 허위에 대한 운동역학적 반응을 연구해 인간 의식 레벨을 분류했습니다. 인간 자체에 선악이나 진실을 판단하는 무의식적인 본능이 있고 그것이 근육반응의 차이를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

저는 배우자로 선택한 남편에게 언제나 진실한 에너지가 느껴졌고 제 선택을 스스로 완전히 믿을 수 있었습니다. 굳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남편도 사실 음악을 하기 위해 비혼을 선택한 사람이었고, 저는 엄마가 반대가 심하실 경우 결혼을 하지 않아도 좋다는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과정을 거쳐 결국 저는 그와 결혼을 했고 지금은 두 아이의 부모가 되었습니다. 만약 그때 엄마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제 내면의 선택을 저버리고, 선택 이후의 삶을 전혀 꿈꾸지 않았더라면 어땟을까? 사람들이 인정하는 일을 한다고, 주변에서 추천하는 사람이라고 제 믿음이 아닌 사람과 맞춤 결혼을 하는 상상을 하다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누구의 떠밀림 없이, 압박이나 두려움 없이 온전히 자신이 믿고 선택한 단 한 사람_ 나의 배우자.

저는 그 선택 하나가 제 인생의 한곡이었고 그 한곡을 부르는 노래는 매일매일 변주가 일어나며 아름다운 형태로 아침마다 펼쳐지고 있습니다.

작곡가 남편이 기타를 들고 맞은편에 앉아 아이와 멋대로 노래하는 영화장면 같은 오후는 흔한 우리 집 일상입니다.


설마 되겠어하고 의심하는 마음은 스스로 피디가 되어 2번 3번의 있지도 않은 제한을 자신에게 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단 한 번의 인생인데 그리고 나만의 무대인데, 신이 펼쳐준 무한한 제안을 받고 과연 누가 멋지게 노래할까요?


그것을 ‘상상하는 사람’입니다.

그 모습 그대로 눈에 보이듯 그려낼 수 있는 사람만이 무대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 외의 사람은 그들이 이룬 모습에 박수를 치며 ‘ 나도 언젠가는…’ 하고 내일로 미루는 사람들이겠지요.


지금 당신의 터닝포인트를 선택할 수 있어요.

지금 당장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노래를 선택하고 싶나요?

어떤 무대를 꾸미고 싶으신가요?

바라는 대로 준비되어있다는 것을 믿는 자만이 무대를 즐기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감사합니다.

음악감독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한 남편

*프로그램 정보 -테이크 원 TAKE 1

2022년 10월 1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음악 예능 시리즈.

조수미, AKMU, 임재범, 비, 박정현, 유희열, 마마무가 출연한다.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각자 선택한 단 한 곡의 노래를 최고의 라이브로 남기기 위해 모든 걸 쏟아붓는다.

기회는 단 한 번, 이 모든 것이 원 테이크에 담긴다.

(사진 및 내용 출처: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및 예고편 캡처)


* 악뮤의 무대 예고 영상

*'테이크 원' 공식 예고편



*매거진의 이전 글, 아르웬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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