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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영경 Jan 20. 2023

연결되어 있으니까

보글보글 글놀이 1월 3주 주제 "띠"


얼마 전 옷장을 대대적으로 정리하던 남편은 서랍장 하나를 다 비워낸 후 그 서랍장마저도 방에서 내보내버렸다. 만족감이 점점 커진 남편은 에너지가 더 솟아오르면서 거실가구와 아이방의 가구도 이동시키려는 계획에 돌입했다. 사실 남편은 잘 몰랐지만 그날 나는 정신적, 육체적으로도 상당히 피곤한 날이었다. 그래서 그가 일을 크게 만드는 것 같아 제발 어떻게든 말리고 싶었다. 매일의 고양이 털과 아이들 잡동사니 청소만으로도 바쁜데, 다음에 아주~ 많이~ 여유 있을 때 정리하자고 미루는 나의 처진 눈빛(혹은 가자미 눈?)을 남편은 읽은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의 개운함을 어떻게든 나와 함께 나누고 싶은지 힘을 내어 혼자라도 열심히 정리를 하는 것이었다. 할 수 없었다. 나도 움직일 수밖에.. 그리고 결과는 예상대로 너무나 개운했다.


연말과 새해를 맞아 사람들은 새해 계획을 세우며 2023년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계획 이전에 해야 할 것은 정리부터다. 원하는  새로운 것을 들이기 위해서는 그것이 들어올 공간이 필요하다. 물리적 공간이든 마음의 공간이든 나에게서 이제 쓸모를 다한 것들이나 의미가 없는 것들을 내 보내는 작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고민이 있다. 좋아하는 것들을 조금씩 모으고 수집하다 보니 다 쓰지도 못하는 것들이 집에 쌓여있다는 것이다. 누군가 필요한 사람에게 드려야지 하고 잘 담아두고는 적절한 때에 드리지 못해서 시기가 넘어 처분한 것도 있고, 선물 받은 소중한 것을 아껴두고 잘 ~ 아주 잘~ 보관했는데 그것을 잊고 결국 유통기한이 지나서야 발견해 아까워하기도 했던 물건들도 있었다. 정리를 한다고 적절한 장소에 잘 보관해 두는 것도 좋지만 어떤 것은 나보다 다른 이에게 전해지는 것이 더 나은 것도 있다.




 얼마 전 너무 귀여운 원피스를 동네책방 <너의 작업실> 탱님으로부터 받았다. 그녀는 그 옷을 입었던 날 왠지 잘 안 어울린다고 계속 느꼈던지 나에게 선물해 주었는데, 원피스 러버인 나로서는 새 옷보다 그녀의 옷을 입고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다. 자신에게는 의미나 쓸모가 다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전해졌을 때는 그것이 그저 단순한 선물보다 더한 기쁨과 의미가 전달되기도 한다. 그 옷을 입으면 마치 탱님이 된 듯 상상이 되어 책방주인이 되어있는 상상을 하곤 했다.(승무원 유니폼처럼 책방사장용 옷 같은 것은.... 없지만 ㅎ)


재활용 아이콘은 '뫼비우스의 띠'에서 유래한 디자인- 사진 출처 나무위키

쓰임이 다한 물건이 전해져 다른 곳에 사용되는 리싸이클- 재활용.

우리가 흔히 보는 이 마크, 이 아이콘은 뫼비우스의 띠에서 나온 디자인이다.

뫼비우스의 띠는 안과 밖이 같다. 긴 종이 끝을 동그랗게 붙일 때 안과 밖을 돌려 붙여 안에서 시작하지만 밖으로 연결된다. 무한의 의미도 있지만 연결, 순환의 의미로서 재활용 디자인의 화살표와 이어진다.


나의 집 안에서 쓰임을 다한 것이 나가서 다른 이에게나 다른 장소에서 또 사용되며 우리는 연결된다.

안에서 밖으로 연결되는 그 연결을 작은 쓰레기 분리수거의 의미로만 보기보다 조금 더 확장해 본다.

띠는 연결이다.

분리보다 연결을 원하는 인간의 본성은 이 띠의 모양처럼 서로에게 화살표처럼 다가간다. 그리고 그 띠는 결국 나에게로 돌아온다.

내가 가진 작은 재활용품, 혹은 옷, 선물이나  관심, 사랑이 타인에게로 흘러 흘러 멀리 전해지고 지구를 돌아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에너지와 파동의 모습이 사실은 저 디자인 마크 하나에 들어있는 것이다.


 우리가 소유한 물건들마음에 담은 생각들, 버려야  오래된 물건들과 이제 그만 놓아야  마음속 집착들을 2023 새해를 맞아  보내주려 한다.

2월에 책방에서 시작한다는 매일 버리기 습관 챌린지에 도전할 예정이다. 나는 언제나 함께 하는 에너지에 힘이 난다. 함께 버리며 서로에게 전해지기도 하는 무용함이 유용함으로 변신하는 사랑의 에너지에 감사하게 될 시간이 기대된다. 나눔도 재활용도 뫼비우스의 같기에 나와  주변이 연결되어 함께  정리되는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 갑자기  글방 친구 '나다정'씨가 읽고 밑줄 쳐둔 내 책을 사진 찍어 보내왔다. 이런 소름 끼치는 연결!  <좌뇌 우뇌 밸런스 육아>차영경


연결되어 있으니까 (Prod. by 정지찬)

(남편 곡 홍보?같아 보이지만 음원 수익 전액 기부입니다 ^^)


작사, 작곡 정지찬

노래 양요섭, 산들, 정승환2018.10.09 (MBC radio 환경콘서트)


뿌리에서 줄기로, 줄기에서 잎으로

잎 끝에서 거미줄, 거미줄에 이슬이

이슬이 내 손끝에 닿아

땅에서 다시 뿌리로

너의 눈에 이슬이, 이슬이 내 손끝에

손끝에서 가슴에, 가슴에서 눈으로

너의 눈에 눈물이 나면

내 손끝에서 눈물이 난다


우린 연결되어 있으니까 멀리 있는 것 같아도

우린 연결되어 있으니까 떨어져 있는 것 같아도

멀리 있어도 떨어져 있어도

같은 하늘 같은 숨으로 우린


우린 마치 섬처럼 바다로 갈라져서

떨어진 것 같았지 외로웠던 이유는

모르기 때문이었음을

깊은 바다 밑으로 항상


우린 연결되어 있으니까 멀리 있는 것 같아도

우린 연결되어 있으니까 떨어져 있는 것 같아도

멀리 있어도 떨어져 있어도

같은 하늘 같은 숨으로 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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