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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코코 Mar 13. 2024

나의 검정 운동화와 첫 구두

내가 초등학생 입학하던 시기에는 검정 고무신을 신은 친구들이 많았다. 검정 운동화를 신은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 당시 운동화는 귀한 신발이었다. 나는 고무신을 신고 있었고 보물 같이 다루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오후반 일 때는 오전에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공을 차고 놀았는데, 축구공을 차서 공이 높이 하늘로 올라갈 때 공을 찬 친구들의 고무신과 운동화도 가끔 공과 같이 공중으로 올라갔다. 우리는 그 모습에 웃어댔지만 아무도 놀리지도 않았고 창피하지도 않았다. 운동화도 고무신도 잘 벗겨지는 신발이었기 때문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 신발은 검정 운동화로 모두 바뀌었다. 엄마는 나에게 새 운동화를 사주지 못하고 주로 옆집에 살던 동생이 신던 운동화를 얻어다가 신겼다. 옆집은 엄마의 친구 집이었는데 우리는 한 가족처럼 지냈다. 2년이나 어린 동생은 나보다 키가 훨씬 컸으며 발의 크기도 나보다 컸다. 그는 키가 쑥쑥 자라면서 발도 커지게 되었고 새로 산 운동화가 금방 안 맞게 되었다. 그 운동화를 물려받아 신으면 마치 내 운동화처럼 딱 맞았다. 동생으로부터 내게 온 운동화는 낡지 않고 양호한 상태라서, 동생 운동화가 내 손에 들어오는 날 나는 기분이 좋았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렇게 옆집 동생의 운동화를 신었다.      


성인이 되면 운동화는 벗어던지고 구두를 신어야 한다는 생각이 엄마에게 있었다. 내가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엄마는 근처에 있는 구두 가게에서 새 구두를 맞추어주셨다. 구두를 신으니 비로소 어른이 된 것 같았다.     


나는 엄마가 귀하게 사준 새 구두를 집으로 가져온 날부터 구두가 예뻐서 방 안에 두고 자주 쳐다봤다. 내 기억으로는 새 구두는 내가 공부하던 책상 위에 한참 놓여 있었다. 그 구두를 대학교에 다니면서 매일 신고 다녔는데 심지어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신고 다녔다. 내가 복학하여 학교에 다닐 때, 같은 과 친구는 신발을 2개를 번갈아 신고 다녔고, 어떤 친구는 세련된 연한 밤색 로퍼 신발을 신었는데 나는 내 첫 구두만 열심히 신고 다녔다.  내 구두는 비록 오래 신어서 낡았지만, 처음에는 발이 아팠던 구두가 나중에는 넉넉하게 넓어져서 편하고 좋았다.


4학년 늦가을에 입사한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양복을 사면서, 내 발에 편하게 익숙해진 첫 구두를 버리고 새 구두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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