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동독은 여전히 다른 사회인가
번역되지 않은 책, 번역되지 않는 사회 4
Steffen Mau, <Ungleich vereint: Warum der Osten anders bleibt >
슈테판 마우의 책 <서로 다른 통일>은 2024년 상반기 사회과학 분야에서 가장 주목 받는 책 중 하나였다. 이 책은 독일이 통일한 지 30년도 더 지난 지금에도 구동독 사회가 구서독 지역과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분석한 책이다. 두 사회가 여전히 다르며 현재 이것이 독일 사회의 가장 풀어내기 어려운 숙제 중에 하나라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차이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새롭다. 저자는 이런 진단으로부터 구동독 지역에는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할 수 있는 다른 정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과감한 주장을 끌어낸다.
한 사회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가장 첨예한 선은 선거에서 드러난다. 이는 전 세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전선은 다양하다. 계급, 성별, 지역, 연령. 올해는 구동독의 다섯 개 주 중 작센, 튀링겐, 브란덴부르크 세 곳에서 주의회 선거가 있다. 극우 정당 독일을위한대안당(AfD)의 높은 지지율은 최근 10년 동안 신연방 지역 선거의 가장 뚜렷한 특징이었으며 올해도 이 흐름이 꺾일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극우 정당과 기존 정치 시스템에 대한 반감 및 반이민자 정서는 신연방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선거는 독일의 가장 뜨거운 갈등이 동서 사이에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확인시켰다(이는 겉으로 보이는 가장 큰 갈등인 극우와 이민자 문제의 해결이 실제로는 동서문제를 해결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통일 이후 독일연방공화국(서독의 이름)에 흡수되어 재편된 구동독 지역(독일민주주의공화국) 지역을 독일에서는 신연방이라고 부른다. 자연스럽게 원래 독일연방공화국에 속했던 서쪽 지역은 구연방이 되었다. 독일의 통일은 과거에 하나였던 나라가 잠시 분리되어 있다가 다시 과거처럼 하나가 된 사건이 아니었다. 서로 다른 두 나라가 합쳐져 새로운 나라가 된 사건도 아니었다. 독일의 통일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독일의 서쪽 지역에 건설된 독일연방공화국의 영토가 동쪽으로 확장된 사건이었다.
통일 이후 신연방 지역의 발전 목표는 구연방 지역과 같아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신연방 주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베를린 장벽을 무너트린 자유에 대한 열망과 헬무트 콜 총리가 약속했던 통일의 낙관적 전망은 하룻밤 꿈같은 것이었다. 물론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신연방의 주민들은 적어도 이동의 자유를 얻었으며 유럽연합과 국제 사회에서 독일의 중요성도 커졌다. 사회 전체로 본다면 독일은 경제적으로도 나쁘지 않은 시대를 경험했다.
하지만 서쪽의 풍요가 동으로 확산하는 속도보다, 이미 존재하는 풍요를 찾는 사람들의 이동 속도가 더 빨랐다. 통일과 통일 이후 신연방의 체제 개혁 과정에서 결정권을 가진 것은 구연방이었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관리자가 들어왔고 이들은 이 지역의 인프라 건설을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사회주의의 산업을 해체해 팔아 치웠다. 대규모 건설과 투자를 위한 천문학적인 비용이 구동독 사회에 뿌려졌다. 하지만 이런 비용이 한 사회의 인정 받는 구성원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장기 실업자가 되고, 활기가 있던 생활 공간에서 이웃이 하나둘 떠나가는 경험을 보상해 주지 못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패배자가 되었고 이웃이 떠난 자리에는 사회적 구멍이 발생했다.
마우가 우선 주목한 것은 통일이 서쪽과 동쪽에서 다르게 경험되었다는 것이다. 구연방의 사람들은 기존의 삶을 지속했지만, 신연방 주민들은 기존 사회의 해체와 사회적 자존감의 상실, 장기 실업 등을 감내해야 했다. 이런 경험은 이들에게 외부에서 들어온 기존 정치권력을 불신하게 만들었다. 또한 독일민주주의공화국이라는 사회주의 국가의 경험과 통일 이후 정치 문화적 경험은 이들이 AfD를 지지하게 만들었다.
독일민주주의공화국은 정당민주주의 국가가 아니었다. 독일민주주의공화국의 시민이 경험한 민주주의는 사람들의 모든 일상을 관리하고 있던 위계적 질서의 일부라는 소속감이거나, 정부와 베를린 장병을 무너트린 거리의 정치였다. 하지만 통일의 경험은 거리의 정치를 기존 정치 시스템에 가져오지 못했다. 또한 독일민주주의공화국은 나치의 전체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을 자본주의 비판으로 대체했으며, 통일 이후 신연방의 주민들은 독일민주주의공화국의 민주주의 문제를 숙고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신연방 시민들은 민주주의와 열린사회 문제를 숙고할 기회를 획득하지 못하고 다시 정치에서 소외되었다. 통일 이후 정당 민주주의를 주도한 세력은 서쪽에서 넘어온 정당들이었다.
기존 정당들이 신연방의 지역 사회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반면, 극우 활동가들은 마을 단위부터 지역의 다양한 사회 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극우 활동가 및 정치인들은 신연방 시민들에게는 친절하고 선량한 이웃이거나 친구다. 스킨헤드와 테러로 대변되는 극우의 이미지는 신연방 지역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기초단위부터 자리 잡은 극우 정치인 및 활동가들은 극우의 정치적 기반이 탄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런 문제를 타개할 수 있는 돌파구로 „시민의회“ 같은 직접 민주주의를 제시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극우 정당과 기성 정당의 대결 구도로는 서쪽에서 넘어온 기존 정치권련에 반감을 품은 신연방 시민들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설문조사 등을 증거로 이들이 민주주의 자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뢰를 보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신연방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들을 대변할 수 있는 정치를 극우 정당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을 기회다.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통해 사람들은 반감과 대결의 정치에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내용을 숙고할 기회를 얻는다.
훔볼트 대학의 사회학 교수인 슈테판 마우(Steffen Mau)는 1968년 독일민주주의공화국에서 태어났다. 그는 2019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로스토크(Rostock)시의 주거 지역 ‚뤼텐 클라인‘ 지구가 통일 이후 겪었던 변화와 충격을 분석한 책 <뤼텐 클라인, 동쪽 전환 사회에서의 삶(Lütten Klein. Leben in der ostdeutschen Transformationsgesellschaft)>으로 언론과 대중에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이후에도 현시대 사회 문제에 대한 연구 저술 활동을 매우 활발하게 하고 있다. 현대 국경이 어떻게 사람들을 차별해 분류하는지를 다룬 2021년 작 <Sortiermaschinen. Die Neuerfindung der Grenze im 21. Jahrhundert.>, 독일의 다양한 사회적 갈등에 대해 체계적 분석서 <Triggerpunkte. Konsens und Konflikt in der Gegenwartsgesellschaft> 또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