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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건 May 09. 2024

번외편 – 어제 산 책 2

<고산병: 양차 대전 사이의 짧은 삶><바이마르공화국: 위기의 민주주의>



독일 현대사 관련 책 읽기 모임을 준비하다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잘 소개하고 있는 한국어 책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이마르 공화국은 1918년 1차 세계대전 이후 탄생한 독일 최초의 민주주의 국가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정식 명칭은 독일 제국(Deutsches Reich)다. 하지만 1871-1918년까지의 황제 국가, 1933년부터의 나치 국가와 구분하기 위해 1918년부터 1933년까지의 민주주의 독일을 바이마르 공화국이라 부른다. 바이마르에서 헌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독일 역사를 소재로 한 책 중 한국에 가장 많이 출판된 것은 나치 시대와 관련된 책일 것이다. 아주 짧은 기간 존재했던 바이마르 공화국에 대한 내용도 그렇기 때문에 국가사회주의를 탄생시킨 전사로서 많이 소개되었다. 하지만 바이마르 공화국은 단순히 나치와 관련해 읽기에는 매우 역동적이고 복잡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유럽 문화사 연구의 대가인 피터 제이가 쓴 <바이마르 문화(고유문화)> 같은 책이 이미 한국에 번역되어 있어 문화의 황금기를 열었던 바이마르 시대가 궁금한 독자에게는 읽을 수 있는 선택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바이마르 문화>는 엘리트 문화인과 이들을 통해 탄생한 이 시대의 독특한 문화를 집중 조명하고 있기 때문에 나에게는 시대 전체를 조금 더 포괄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이 아쉬웠다. 그래서 책 두 권을 구입했다.


<Höhenrausch: Das kurze Leben zwischen den Kreigen>, Harald Jähner, 2022


Höhenrausch는 정확히 번역하면 고산병은 아니라, 고산병의 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취한 것 같은 상태를 나타내는 단어다. „비틀거리는 세계: 바이마르 공화국의 도취와 혼란“ 정도로 한국어 제목을 정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자는 책의 서문을 남성 복서의 누드 사진을 찍은 여성 사진작가 프리다 리스(Frieda Riess)를 소개하면서 시작하고 있다. 보수적인 황제 국가가 급작스럽게 퇴장하고 탄생한 민주주의 독일은 과거와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사회였고, 모든 것이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남성 복서를 무방비 상태의 연약한 누드의 모습으로 사진에 포착한 리스는 전복된 세계를 상징한다. 목차를 살펴보면 저자가 500페이지가 넘는 책 속에 주거, 노동, 여성, 대중 문화, 밤의 향락, 소수자, 나체 문화, 엘리트 등 다양한 그 시대의 사회 문화상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널리스트인 저자 하랄트 얘너는 2차 세계대전 패망 직후 독일의 모순적 모습을 그려낸 책 <늑대의 시간(위즈덤하우스)>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어지러운 시대에 떨어진 사람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모습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그려내는 데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던 저자가 바이마르 시대를 어떻게 묘사하고 있을지 기대가 되는 책이다. 



<Die Weimarer Republik: Demokratie in der Krise>, Horst Möller, 2018

다른 한 권은 바이마르 공화국의 역사를 연대기 순으로 읽기 쉽게 잘 서술했다고 평가받는 역사학자의 책이다. 특히 정치사를 중심으로서 서술되어 있어 약 15년 동안 9번이나 제국의회 선거를 치러야 했던 혼란스러운 정치상을 체계적으로 아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바이마르 공화국의 역사가 민주주의 가능성과 파괴라는 측면에서 현재에 교훈이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해당 번외 편은 최근 산 책 중, 구매의 이유가 명확했던 책에 관한 기록이다. 실제로는 어제 산 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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