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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 Dec 18. 2024

간절한 자에게는 문이 열린다

특강신청을 성공했다.

근처에 학원도 없고 그나마 있는 두 개의 학원을 거부한 아이들은 주로 집과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낸다. 

책을 보고 놀기도 하고 강의도 듣고 (적다 보니 집과 도서관 모두에서 보고, 놀고, 강의를 들으며 보낸다는 걸 알았다.) 하여 아이들은 도서관을 굉장히 친근하게 여긴다.( 감사한 일 중에 하나다.)

작은 도서관이 주변에 많이 있어서 소소하게 특강도 자주 열리는데 강의에 받아주는 인원은 10명 남짓한 작은 강좌에 우리 집 아이들 3명을 수업에 넣으려다 보니 매번 특강접수가 시작하면 긴장을 하게 되는 것이다. 2명만 되어도 난감하고 한 명만 되어도 픽업하는 건 매한가지다 보니 더더욱 마음이 분주해진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무조건 같이 해야 한다. 따로 하면 두고두고 머리가 아픈 일이 생긴다.)


 처음에야 매 강의 오픈날마다 콘서트 티켓발매하듯 10시 정각에 기계 3개를 동원하여 접수를 도전하였는데 그것이 여의치 않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리 로그인이 된 기계가 3대라고 해도 접수를 눌러야 할 사람은 나 한 명이므로 한 명을 접수 마무리하면 다른 아이는 밀리기 일쑤고 접속자가 많아서 튕기기라도 하면 그 뒤부터는 멘붕상태를 맞이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거나 말거나 매번 도전하고 접수하고 하다 보니 근방에서는 아이들의 이름이 낯설지 않게 되어버렸다. 어느 도서관 사서선생님에게도 익숙한 이름들이 되어 버린 것.

나름의 간절함이 닿게 된 결과랄까? 이제는 2명이 접수가 되어도 한 명을 예비로 받아주시기도 한다. (작은 도서관이라 도시 중심부와 거리가 있다 보니 접수를 해 놓고 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왕왕 있어서 추후 결원이 생기면 들어가도록 대기로 받아 주시는 것이다.)

아마 애당초 안될 수 있으니 도전하지 않았다면 또 그냥저냥 시간은 흘러갔을 것이다. 그런데 신청하고 또 신청하고 참여하고 또 참여하다 보니 이제는 문이 예전보다 잘 열린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 나인데 나만 보면 안기는 아이가 한 명 있다. 이모~하며 달려와 안겨서는 사탕을 까 달라 물을 떠 달라 나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내 옆에서 떠나질 않는다. 어쩌겠는가 그 아이의 수발을 들어줄 수밖에 그 아이의 수발을 들어주다 보니 아이는 나만 보면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아이도 선천적으로 자기편을 만들 줄 아는구나 생각했는데 강의접수를 하다 보니 비단 아이의 일만은 아니구나 싶다. 내가 좋아하지 않아도 나를 좋다고 달려드는 아이를 거부하지 않듯이. 높은 문이라도 내가 자꾸 두드리면 내게 낮은 문턱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오늘도 특강접수에 성공했다. 10시 접수 시작인데 10시에 마감이 되어버렸지만 그럼에도 성공!

두드리는 자에게는 길이 열린다는 것을 두드리는 자에게 문을 열어주는 입장이 되어보니 알겠다.

열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렇다 아이들을 키우는 데는 참 많은 분들의 도움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매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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