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KE UP

빈 화살통

by MAMA


“문주임 행복이 뭘까요?”

“네?”


동갑내기 사장님의 갑작스런 질문에 골똘히 생각했다. 엿가락처럼 늘어진 하루의 길이가 제 길이를 찾아갈 모양인지 40도를 육박하던 기온이 견딜만한 범위로 돌아온 날. 이건 또 무슨 맥락 없는 질문인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두뇌가 풀가동을 해도 혀는 방황을 면치 못했다.


“대표님 혹시 행복하지 않으신가요?”

“...........”


어쩐지 사장님이 오전 내내 자재실에 말 없이 머무신다 했다. 한 마디 말씀도 없으셨다. 점심 시간이 지났고, 또 다시 오후에도 자재실에 계셨다. 납품 준비를 하시는 모양이었겠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던 것 같다.


“셋째도 아들이라고.....”

“아아..........”


사장님에게는 초등학생 아들 둘이 있다. 얼마 전, 셋째 소식을 들었다. 큰 아이는 12살, 작은 아이는 9살. 얼결에 생긴 아이가 딸이길 간절히 바라셨다. 딸이 둘이나 있는 내게 기운을 받겠다면서 소식을 들은 날, 정중히 악수를 청하셨다. 그게 뭔 소용이겠냐마는 그만큼 우스게 소리라도 기운 찬 아들들과 브로맨스가 아니라 느지막히 아기자기한 딸과의 데이트를 꿈꾸셨던게다. 나라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 같다.


“듬직하니 좋죠. 경제활동 인구를 세 명이나! 아들들은 나중에 중학교만 되도 달라요.”

“..............7개월만에 끊었던 담배를 한 대 피웠어. 와이프한테 서운한 기색을 보이지 않아야 할텐데 아무래도 티가 나겠지?”

“..................................”


대화에 긴 적막감이 늘었다 줄었다 했다. 도통 머리에 뭐라 할지 생각이 나질 않아 주저리 주저리 떠들었다. 탄식을 했다가 위로랍시고 했다가 또 말문이 막혔다가. 생명의 탄생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기쁜 일인데 이걸 왜 내가 이렇게 위로란 단어를 중심에 두고 대화를 이어가고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아이가 이런 부모의 생각을 알면 엄청 서운할텐데요. 뭐든 어때요. 어차피 십 년정도만 키워 놓으면 다 부모 손을 떠나는데... 딸이든 아들이든 그냥 거쳐가는 거죠.”


뭐라고 또 떠든 것인지 나도 내 혀를 어찌할 바를 몰랐다. 왜 그래야 하는 줄도 몰랐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아들 셋에 딸을 기어코 본 사촌의 말이 떠올랐다.


“난 아직도 기저귀를 갈고 있다고. 10년째 기저귀를 갈고 있어.”


그의 말에는 자랑과 푸념이 반반 섞여 있었다. 아이가 들어서지 않아 끙끙대던 게 엊그제 같은데 아들을 셋이나 낳고 거기에 딸을 낳을 때까지 낳겠다는 불타는 의지로 소원성취를 했음에도 지금은 아이 키우는 게 힘들다고 푸념을 하다니...


<독일의 유명 과학 유투브 채널 쿠르츠게작트가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다룬 영상은 전세계 1200만 뷰를 기록했다. 이 영상은 한국의 저출산율과 인구 고령화로 인한 한국의 미래를 보여주었다. 소수의 사람이 필사적으로 사회를 유지하고, 2050년대는 연금이 완전히 고갈되고, 근로자들이 은퇴자 한 명을 감당하기도 어렵고, 노인들도 일자리를 찾으러 나와야 한다.


2060년은 1700만명의 노동자뿐. 즉, 영구적인 경기침체에 접어든 시기에 일하는 사람도 줄고, 세수도 줄고 복지도 축소해야 하고 지방은 소멸하고 그렇게 문화가 흥하던 시대도 끝났다는...인구의 50프로가 형제자매가 없고. 홀로 사는 인구의 증가로 엄청난 규모의 외로움과 직면한다. 기록적인 속도로 경제발전을 이루었지만, 그 경제발전은 압축된 노동의 희생. 그에 비한 법적 근로시간 대비 임금이 생활비에 턱없이 부족하고, 생활비는 계속 오르고 여성도 경제활동을 해야하나 남자는 가부장적이며 가사 일에 참여하지 않는 비극적인 현실에 남자는 지나친 경쟁사회에 압박감에 시달린다. 그래서 자녀를 포기했다.



인구통계화물열차는 멈출 수 없다. 돌진하고 있다.


‘한국은 왜 이런 사회에 실존적인 대비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유투버의 마지막 골자였다. >


이러한 인구 절벽에 동갑내기 사장은 아이를 셋이나, 사촌은 아이를 넷이나 낳았다. 그들의 푸념이 아들인지 딸인지에 대한 고민은 행복한 고민이었다. 나는 부러웠다. 그들의 선택과 용기가 부러웠다. 나도 세 명의 아이를 갖고 싶었다. 능력이 없다 고민하는 동안 나이만 먹어 반백살이 가까워지니 왜 그 때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올 때가 많다.



시편 127편 3절에서 5절에서 “자식은 여호와의 주신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 젋은 자의 자식은 장사의 수중의 화살 같으니 이것이 그 전통에 가득한 자는 복되도다 저희가 성문에서 그 원수와 말할 때에 수치를 당치 아니하리로다”라고 말씀하셨다.


자식은 부모의 상급이다. 내가 아무리 젊음을 자랑하나 영원하지 않으며, 지식을 자랑하나 그것에도 기쁨이 없다. 백발의 나이가 되기도 전에 고사리 같은 아이의 손이 나만치 커지고 내 키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때가 되면 나의 자랑은 자식이 된다. 자녀는 부모의 면류관이고, 화살통의 화살이다. 화살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은 당연하다. 잘 쓸 수 있는 화살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고의 시간의 갈고 닦음이 필요하다. 화살은 시간과 정성으로 갈고 닦아야 한다.



사라질 한국. 안타깝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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