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KE UP

SIX SENSE

by MAMA


부산 여행 때의 일이다. 전국이 물난리가 났지만, 부산은 우산을 들기가 모호할 정도로 간헐적 흩뿌리는 먹구름만 머물뿐이었다. 3박4일의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태종대에 들르기로 했다. 초여름과 겨울에 태종대에 갔을 때, 기억 속 바다는 머물기에 좋은 곳이었다. 짙은 파란 빛 거친 바다에 매료되어 넋을 잃고 바위에 앉아 있었다.


태종대의 등대를 거쳐 해녀들이 있는 바위로 내려 가려면 가파른 계단을 꽤나 많이 밟아야 한다. 물론, 올라올 때는 더 힘에 부친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었을 때에도 5학년이었을 때에도 우리는 ‘다누비 열차’를 타지 않았다. 녹음이 짙음에 취해 겨울 바람에 취해 걷기 좋아하는 우리 부부 때문에 아이들이 고생이었다. 아이들은 한 두번 투덜댈뿐 5km 정도 완주코스를 걸었다.


완주코스의 이분의 일 지점에 있는 등대를 끼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갈 때 처음에는 후덜덜했지만, 벌써 몇 번째이다보니 날다람쥐들 같았다. 해녀가 파는 해삼이며 멍게며 먹고는 싶지만 우리는 그보다도 파도가 부서지는 바다가 더 맛있었다. 파도의 소리와 웅장한 부서짐에 아이들은 괴성을 지르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가까이, 더 가까이 더 가까이. 바다와 맞닿으려다 해녀 아주머니들이 조심하라 소리를 치셔서 쭈볏거리며 돌아선 남편과 아이들을 보니 시간의 무상함을 느꼈다. 조그마한 손을 붙잡고 내려 왔는데 이제 제법 덩치 큰 아빠 옆에 모자라지 않는 든든함이 되었다. 누가 딸들이라고 여리다고 했는지. 좋은 먹성 덕에 아주 잘 자랐다.


파도와 키재기를 하던 아이들과 다시 계단을 올랐다. 습을 먹은 공기가 축축하여 오르막 계단행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땀이 범벅이 되어 발산되는 이산화탄소를 타고 산모기들이 달려 들기 시작했다. 모기를 쫓으려고 속도를 내었지만 가족 모두 여기저기 많이도 어미 모기에게 뜯기고 말았다. 절반가량이 남은 산책로는 이제 내리막이 주가 될 테지만 그마저도 귀찮아졌다. 남편은 혼자서라도 완주를 한다 우겼지만 나는 다음에 오게 되면 어린이가 아닌 아이들 일 텐데 얘들한테 열차 한 번 태워주자고 운동은 너나 하세요라며 고집을 피웠고 난 아이들과 꼭 타고 가겠다면서 쐐기를 박았더니 큰 아이와 함께 열차표를 끊어왔다. 정말 걷고 싶지 않았다.


십 여분 지나자, 서울랜드 코끼리 열차 뺨치는 연식의 추억을 자극하는 열차가 오르막을 오르느라 굉음을 내면서 등장을 했다. 제일 뒷 칸에는 승하차를 돕는 도우미 직원분이 타고 있었다. 덥고 습기 가득한 날씨에 태종대에서 기경을 자랑하는 등대와 신선바위, 해녀촌에서 내리는 이는 거의 없었다. 망설이는 어느 가족이 출발 직전에 내리지 않았다면 땀을 더 흘려야 할 판이었다. 열차 출발 순간에 빈 자리에 앉았다.


열차는 칸 별로 분리되어 연결되어 있었고, 우리 자리는 꼬리칸의 제일 앞자리여서 앞에도 옆에도 창문이 있었다. 타자마자 창문을 활짝 열었다. 경사 진 오르막을 달리는 열차의 굉음소리가 씨끄러웠지만 들어오는 바람이 습기를 머금어도 바람은 바람이라 좋았다. 물론, 우측에 앉은 남편과 큰 녀석 자리는 앞도 옆도 창문이 열리지 않아 더워서 애를 먹었지만 말이다. 막둥이와 나는 달리는 열차를 만끽했다. 아주 잠시…


비가 오기 시작했다. 어쩐지 습기는 넘쳐 흘렀고, 하늘은 울상을 하고 있었다. 전국이 물난리가 났는데 지난 3일 이상할 정도로 평온한 부산이었다. 다들 비가 올 거라고 예보가 며칠 째 이어 졌는데 드디어 부산도 물 난리 사정권 안으로 들어온 것인가 …


후두둑.


땀을 흘리는 큰 녀석을 보니 안쓰러웠다. 아주 잠시 땀을 말리고는 큰 녀석과 자리를 바꿨다. 큰 녀석이 시원하다고 환호하는 순간, 물이 폭탄같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내가 부모라고 자리를 바꿔준 그 순간 말이다.


두 아이는 정신없이 문을 닫았다. 열 때는 순식간에 열린 창문이 닫을 때는 제자리에 못을 박아 놓았는지 꿈쩍도 하지 않아 두 녀석은 들어오는 빗발을 맞고 있었다. 남편과 내가 나서서 밀어 밀어 겨우 닫혔다.

다행이다 한 숨을 쉬고 나니 게릴라성 폭우를 실감했다. 전쟁 통에 열차를 타고 이동 중인 것 같았다. 밖이 보이질 않았다. 열차를 타지 않았다면 어쩔 뻔 하였을까. 하필이면 자리를 바꾼 순간 비가 쏟아질 게 뭐람.


육감!


육감이다. 아줌마들에게는 감각이 하나 더 있다고 하지 않는가. 촉각도 시각도 청각도 미각도 후각도 아닌 바로 육감! 그 육감이 아니었다면 2km를 비와 사투를 벌였을 것이다. 온 몸으로 세상살이와 부딪쳐야만 하는 아줌마들에게만 육감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시대가 악하다.


전 세계를 위협하는 테러를 자행하는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침공했다. 약탈과 납치를 자행했고, 인질을 살해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본거지 팔레스타인을 공격했고 잡혀 간 인질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하마스는 아동병원 깊숙한 곳을 은신처로 삼는 비열함이 드러났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인권을 무기 삼아 세계에 자신들의 범행과 테러를 정당화 합리화 하고 있다.


세계는 미국과 결속을 다지는 이스라엘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쏟고 있다. 하나님의 섭리하심으로 세계 역사 속 그 어떤 환란에도 살아 남은 이스라엘을 향해 손가락질 하고 있다. 이름도 나라도 없이 흩어져 살던 디아스포라 시대 때는 그들을 향한 연민이 그러나 축적된 부와 기술과 지혜로 국가의 기틀을 다지는 이스라엘을 향해선 공격이 쏟아지고 있다.


캐나다와 영국, 프랑스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와는 입장이 상이하다.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다는 것은 그들이 저지른 테러와 각종 범행을 용인하는 꼴이 된다면서 절대 불응한다는 의견이다. 골이 깊은 중동 전쟁에 대해 해결책을 고심한 유엔 가입국 140여개국 중 이미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의 축에 중국과 프랑스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 중국이 중동문제 해결을 위해 팔레스타인 정부와 이슬람국가들과 적극 개입하고 있다는 것은 유럽과 중국의 연합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라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의 역사의 지각의 판이 바뀌고 있다. 이슬람은 세계에서 제일 급속히 증가하는 종교가 되고 있으며, 그 영향력 또한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중동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불리한 작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에 대한 위협이며 도전이다. 인간이 주도하는 역사의 흐름은 항상 하나님의 뜻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다. 언제나 시간이 지나 평가 받는 지도자들의 선택은 나라의 흥망성쇠를 결정하지만, 특히 앞이 캄캄한 요즘 그 선택이 주의 뜻과 합치하는지 몇 번이고 더 곱씹어 상고해보아야 한다.


육감!

이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이의 육감이여 살아나라.

그것이 분별력이요 깨어난 영의 무기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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