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불안에서 구한 책
타고나길 불안, 걱정지수가 높은 아이였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에
늘 걱정을 달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불안 자체보다 더 힘들었던 건
나만 불안하다는 열등감이었습니다.
친구들은 걱정 없이 잘 사는 것 같았거든요.
뉴스에 나오는 모든 사건, 사고는 저를 그곳에 데려다 놓았습니다.
즉시 피해자와 동기화되는 무서움.
교통사고, 화재, 강도, 살인~~~
뉴스의 사건, 사고의 수만큼 저의 걱정의 수도 늘어났고,
더 소극적이고 방어적이 되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별 방법이 있을까.. 싶은 마음으로
그냥 그런 줄 알고 살았어요.
아마 그런 높은 불안도가 저를 움츠러들게 했겠죠.
그래도 다행히 저는 책을 늘 읽고 싶어 했습니다.
누가 추천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책을 잘 골라 읽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만난 책 불안.
알랭드보통의 <불안> 빨간색 초판본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 이 책을 떠올린 땐
"나를 불안에서 구한 책"이라고 정의합니다.
지금은 책에 밑줄 긋고 쓰고
아주 지저분하게 보지만
저때는 책을 깨끗이 보는 것인지
지저분하게 보는 것인지조차 원칙이 서지 않은
독서 초보였던지라 책은 아주 깨끗해서
도무지 내용은 기억이 나질 않아요.
그런데 <불안>을 읽을 당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유명한 작가가 이런 책을 쓸 정도면
'나만 불안한 것은 아니겠구나.'
어떻게 불안을 극복하는지보다
바로 저 생각이 저를 구했습니다.
책은 텍스트를 읽는 자체보다
반드시 스스로 사고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늘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어떻게 변화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말이죠.
저는 불안이 당연하다는 것을 그대로 인정했어요.
다 불안하다.
다만 모두 얼굴 생김새가 다르듯이
내 불안도가 조금 높을 뿐이구나.
다 불안하단다....
아 내가 열등한 것은 아니구나.
그럼 됐다.
불안을 다스려보자.
그 이후로 저는 매일의 훈련? 덕에
지금은 불안이라는 녀석으로부터 꽤나 자유롭습니다.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너무도 큰 자본을 가졌다는 것을 알기에
꽤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불안은 살아있다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찾아오면 그냥 또 왔구나.. 하세요.
돌려보내기 힘들면
그냥 두세요.
코 나오면 코 풀듯 방귀 마려우면 방귀 뀌듯~
버리세요.
공기 중에 흘려버리세요.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되도록 흘려보내세요.
부디 여러분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오늘도 잘 흘려보내는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