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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타닥 Jul 18. 2024

ADHD가 공직생활을 한다는 건

돈 잃고 뇌 약간 고치기

여는 글의 조회수가 4000회를 돌파했다. 내 이야기가 어딘가에 있을 동지들에게 많이 닿았을 수 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기쁘지만,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내 글을 봐준 이들에게 감사인사를 올리면서 오늘의 글을 시작해 본다.


ADHD검사를 하게 된다면 알게 되겠지만- 혹은 그럴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검사에는 6가지 분야가 있고,

그중 한 가지 분야에서라도 기준점수를 받지 못하면 ADHD 판정을 받게 된다.

이런느낌의 도형이 잔뜩 있는 온라인 테스트를 받게된다.

나 같은 경우는 반복작업과, 중간에 방해받았을 때 집중력을 되찾는 능력 분야에서 낙점을 받았고, 다행히(?) 다른 4가지 분야가 기준치를 웃돌거나 수행능력에 지장이 없는 수준의 점수를 받은 덕에 여태 일상생활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검사결과를 듣고 나는 아연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문제는 정말로 그 두 부분에서 비롯된 것이 많았다.


공직생활은 반복작업의 연속이니까.

더불어 중간에 끊임없이 오는 전화와 업무 메신저와 찾아오는 사람들로 인해 내 집중력은 끊기기 일쑤였다.


반복작업부터 생각해 보자.

초과근무를 미리 신청해 놓는다거나-같은 신청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해야 한다-온라인 교육을 듣는다거나-역시 끊임없이 다음을 눌러야 하는 과정인 것을 아마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출장 신청과 종료를 누르고 기안을 상신하는 반복적인 과정을 힘들어하거나 잊어버리는 덕택에, 내가 날린 출장비만 해도 벌써 약 n0만원을 돌파했다. 자랑은 아니다. 나도 이게 맘대로 되지 않았던 것을 어찌하랴.


다행히 약을 복용하고 난 이후로는 조금 나아졌다지만, 그렇다고 날린 돈이 돌아오진 않는다. 다 큰 어른인지라 ADHD라고 해서 날린 돈이 내 품 안으로 돌아와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날린 돈이다. 아이고 내 돈.

한푼이 아쉬운 이 월급에는 한두푼이 크리티컬하다.

당신의 동료가 뒤늦게 날린 출장비나 초과근무 내역으로 쩔쩔매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어쩌다 한 번이 아니고 매번 그러기 일쑤라면, 그 혹은 그녀는 내 동지일 가능성이 크다.


중간에 방해받는 부분은,

사실 모두가 그런 게 아니냐고 묻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아주 비슷하지만 정도가 심하다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1. 업무를 하던 도중에

2. 누군가가 구두로 간단한 업무를 전달하고

3. 그다음 전화가 와서 또 다른 업무가 나에게 전달된다.


그러면 나는 2의 일은 새카맣게 잊어버리고 1의 업무를 마저 하는 데에도 난항을 겪는다. 3의 업무는 무려 메모까지 하며 적어두었으므로 잊어버리지 않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방해받은 1번과 2번이다. 다 적어두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노력해 봐도 그게 항상 뜻되로 되지는 않는다.


보라, 노력의 원동력은 보상이요 보상은 곧 돈일진대,

나는 무려 추가수당마저 날려먹은 ADHD 증상의 소유자다. 그래도 그놈의 노력, 어제도 오늘도 해보고 있다.


나와 비슷한 증상을 가진 사람이 몇 사람 떠오른다면, 보통의 경우는 그냥  바쁜 현대인이겠지만, 증상이 심하다면 그 역시 나와 동지일 가능성이 많다. 세상에.


이 정도면 업무자체가 수행이 안 되는 건 아닌지,  과연 민폐만 끼치는 게 아닌 게 확실한지 의문이 드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ADHD 동료의 좋은 점도 분명히 있다. 좋은 점은 다음에 이야기해 보기로 하자.

결코 없어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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