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여섯 번째 시
시에스타
속은 비우고, 숨을 채운다
느릿한 낮, 느슨한 숨결
커튼 틈 사이, 어둠을 부르면
포근함에 영혼을 던진다
두 번의 꿈을 꾸는 삶,
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나 누리지 못하는 것
신경의 실타래 풀어지고
발 끝에 남은 힘이 빠지면
살짝 스치는 바람에도
잠은 깊고, 낮은 흘러나간다
몸은 반음 풀고, 마음은 조이고
장인의 손길에 조화를 이루니
여전히 분주한 세상에서
나의 두 번째 하루를 시작한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기록함. 세 아이의 아빠, 큰 집으로 이사하기 소망하는 소시민, 좋은 사람이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냥 사람이고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