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랐을 지난밤, 잘들 보내셨나요?
정치적 입장이야 종교처럼 저마다 다를 것이니 그 점은 생략하죠. 그런데요.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의 뜬금없는 비상계엄령 선포로 대한민국은 너무 많은 것을 잃을 것 같네요. 국내는 차치하고라도 거미줄처럼 얽힌 국제 관계 속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하룻밤 만에 더는 신뢰할 수 없는 국가가 돼버렸다는 거죠.
정권, 당권, 정쟁... 다 좋다 이겁니다. 그런데 전시 사태도 아닌 이 상황에, 다들 잠자리에 들 그 시간에 한나라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종북세력을 들먹이며 비상계엄 선포라니요. 그 상황에서도 법치에 따라 비상계엄 해제 요구가 가결되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하나 국제경제와 외교는 또 다른 문젭니다. 가뜩이나 국내 경제도 분기마다 끝도 없는 바닥을 파는 중인데 말이죠.
이 문제로 정치적 토론이나 언쟁을 벌이자는 게 아니라, 이런 글이라도 안 쓰면 너무 답답해서요. 알면서도 아무 말도 안 하고 넘어가자니 목구멍이 간질간질해서요. 어린 날에 계엄령을 겪었지만, 이 나이에, 2024년에, 그것도 세계 경제 대국 10위권의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뜬금없이 비상계엄이라니요.
우리는 불과 두어 달 전만 해도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으로 온 나라가 축제였습니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는 인간 삶의 연약함으로 우리 모두는 이제 그렇게 폭력을 떨쳐내고 극복했다고 믿었는데... 아직은 아닌 걸까요?
<특집 100분 토론>의 마지막 멘트처럼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민주주의가 실은 얼마나 쉽게 훼손될 수 있는 것인지, 지난 수십 년간 무엇을 희생해서 얻어낸 것인지 새삼 깨닫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