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쉼표

멀어지는 회사, 가까워지는 엄마

by 윤종덕

회사에서 내 존재감을 증명하기 위해 야근도 밥 먹듯 하고, 나름 밀도 있고 치열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임신이라는 축복은 내 삶의 모든 운선순위를 바꿔놓았다.


법적으로 야근이 금지되고, 매일같이 달라지는 컨디션은 나조차도 내 몸이 낯설게 느껴졌으며 곧 다가올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준비하며, 나는 자연스럽게 회사라는 공간에서 멀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핵심 업무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내 역할을 다른 동료에게 인계하는 과정 속에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일이 내 인생에 1순위도 아니었고, 그 정도로 모든 순간 일에 미친 듯 열정적이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가족과 아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알아가는 길이 신나고 기대되기도 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익숙했던 일에서 멀어지는 섭섭함은 단순히 표면적인 감정만은 아니었다.




비워지는 자리와 채워 나갈 삶

시원섭섭한 기분과 함께, 한편으로는 복직 후 제대로 다시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피어난다.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 또한 없지 않다. 익숙했던 업무 환경과 동료들로부터 멀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아이와 함께하는 새로운 삶이 가져올 변화가 막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내적 공백을 마냥 불안함으로 채우고 싶지는 않았다. 이 글을 쓰는 것 또한 내면의 빈 공간을 채우려는 하나의 시도인 것 같기도 하다. 무언가 의미 있고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 같다.


돌이킬 수 없는 강

진로, 연애, 결혼 등 보통의 일들은 마음만 먹으면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쉽지는 않은 과정이겠지만, 어쨌든 선택의 여지는 존재한다. 하지만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첫 경험일 것이다.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이 새로운 존재가 가져다줄 행복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풍요로운 삶이 펼쳐질지 궁금하다. 나와 남편이 세상에 내놓는 첫 '합작'인 아이를 만나는 순간의 기분은 어떨까? 육아는 얼마나 힘들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대단한 경험이 될지 여러모로 기대가 된다. 단순히 삶의 한 부분의 확장을 넘어 새로운 차원의 문이 열리는 경험이 될 거라 예상한다.


새로운 동행을 위한 준비

이런 변화 속에서 필연적으로 경제적인 부분이 남편에게 더 치중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신경 쓰인다. 남편이 가장으로서 짊어질 더 무거운 무게와 그로 인한 심리적 압박감이 걱정되는 것도 있다. 그러나 든든히 내 곁을 지켜주며 함께 걸어 나갈 남편이 있다는 것에 큰 안도감을 느낀다. 이렇게 우리는 각자의 역할을 한 번 더 재정의하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미래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복합적인 감정들 속에서 나의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남은 시간 동안 회사 일을 잘 마무리하고, 육아휴직 기간 동안은 기존의 나는 잠시 멈춰 세우고 재정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마음처럼 쉽지 않을 수 있겠지만, 새로운 삶의 단계를 지혜롭게 받아들이고 나의 방식으로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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