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가 있는 신림동 이야기
서울의 여러 곳을 돌아다녔지만 내가 가장 많이 갔던 곳은 신림동이다. 물론 놀러 간 건 아니고, 학교가 여기 있어서 당연히 많이 올 수밖에 없다. 학교에 가기 위해 관악산역에서 내려 걸어가다 보면, '샤'라고 되어 있는 학교 앞 구조물을 발견할 수 있다. 사실 ㄱ, ㅅ, ㄷ의 합성 형태이지만 그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나도 '샤'라고 읽고 있으니 말이다.
여담으로 원래 저 샤 구조물은 인도 위에 있지 않았다. 샤 구조물 밑으로 차량이 지나다니는 도로가 있었으나 사람들이 구조물 아래에서 사진을 많이 찍다 보니 차량 통행에 많은 방해가 되었으리라. 내가 입학한 2022년에도 열심히 공사를 하고 있었고 어느새 도로가 보도블록이 깔린 광장이 되어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그 공사를 하면서 구조물도 새롭게 도색을 했다고 한다.
우리 학교는 관악산에 있다. 좋은 점은 우리 집에서 그나마 가깝다는 점이고, 나쁜 점은 산에 있어서 통학이 생각보다 힘들다는 점이다. 특히 눈이나 비가 많이 오면 그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것이 굉장히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버스를 타고 올라가긴 하지만 사실 건물까지 가려면 또 도보로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 가는 날이면 날씨가 화창하기를 바란다. 학교가 산에 있기 때문에 겨울에 바람이 불면 상당히 춥다. 기온은 분명 영상인데, 조금이라도 옷을 얇게 입으면 바람이 불 때마다 나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곤 한다. 가히 런던의 겨울바람과도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산에 있기 때문에, 풍경이 아름다운 편이다. 가을에는 단풍이 예쁘게 들고, 얼마 전 눈이 굉장히 많이 왔을 때에는 아름다운 설산을 볼 수 있었다. 그때 대부분의 수업이 모두 휴강 혹은 비대면 전환을 하였는데, 아침 수업 하나만 대면으로 진행하여 고생하면서 학교를 왔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학교의 풍경이 너무 예뻐서 또 나름 만족했기도 하다. 당시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제설 작업을 하시는 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을 것 같다. 그분들의 노력에 정말 감사한다.
학교에 늦은 시간까지 남아있다 보면 일몰을 볼 수 있는데, 이때 굉장히 예쁜 하늘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을 수 있기도 하다. 어떤 물리학적인 원리 때문에 그렇게 되는지는 잘 모르지만, 예쁘니까 사진으로 그것을 남겼다. 이제는 방학을 해서 당분간 학교에 갈 일이 없지만, 다음에 다시 학교를 간다면 비슷한 풍경을 다시 볼 수 있겠지.
서울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풀어보고 싶었는데, 학교에서 재미있는 일이 그렇게 많이 생기지는 않으니 그냥 학교 풍경 사진 몇 장으로 글의 내용을 때웠다. 심지어 앨범에서 추천하는 사진들을 보면 다 재미없는 실험 결과들, 강의 PPT 및 필기한 내용 정도밖에 없기 때문에 넣은 사진조차도 몇 장 되지 않는다. 신림동에서 찍은 사진이 400장이 넘는데 여기에 넣을만한 사진은 열 장 남짓이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신림동은 생각보다 할 것이 많은 동네이다. 신림역 근처에도 상가들이 꽤 있고, 서울대입구역에서 낙성대역으로 이어지는 샤로수길에는 수많은 맛집들이 있다. 강남이나 홍대처럼 아주 큰 상권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모여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시설들이 나름 많다. 서쪽에서 오는 친구들과 동쪽에서 오는 친구들이 만나기에도 좋은 곳이 바로 이곳이다. 관악산 등산도 나름 재미있다. 학교 아침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그러니까 새벽 6시에 낙성대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대 꼭대기에서 관악산 등산을 한 적이 있었다. 왕복 1시간 반 정도가 걸렸는데 너무 일찍 일어난 탓에 그날 수업 시간에는 전부 졸았다. 나름 해볼 만하니 다들 도전해봤으면 한다.
21/12/2024, Written by John Hw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