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체를 벗어던지면 내 에세이에도 감성이 묻을까...?
에세이를 써보기로 했다.
기사로 타인의 이야기만 쓰다 보니 내 이야기를 쓴 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해졌다. 글은 쓰지만 글을 쓰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나 할까. 에세이를 쓰기로 마음먹으면서 다짐한 것이 있다. 바로 딱딱한 문체 벗어던지기. 그리고 자기 검열과 과도한 사전 사용 금지! 이 문법이 맞는지 저 문법이 맞는지, 이 단어가 이 위치에 적확한지 아닌지.. 기사를 쓰던 습관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글이 점점 딱딱해지는 느낌이다. 기사를 쓰지 않을 때의 나를 더 잃기 전에 말랑한 글쓰기 부분을 채워볼까 한다.
극T 성향의 인간으로, 사실 '감성'과 거리가 있는 편이다. '나는 기자다' 이 말도 왜 그리 오글거리는지.. 첫 소개글을 쓰려는데 도무지 오글거리지 않는 담백한 한 문장이 떠오르지 않아 금세 포기해 버렸다. 어떤 글을 쓸지 브런치 카테고리를 보니 '감성 에세이'가 눈에 띄었다.
왜, 에세이 부문은 없나요. 감성이 있어야 에세이로 인정해 주시는 건가요..
(그럼 제가 조금 더 노력해 보겠습니다...)
사람마다 오글거림의 기준은 모두 다르겠지만, 나는 내 기준에서 '오글거리는 것'들을 잘 참지 못한다. MZ들은 모를 수도 있는 어릴 적 X맨의 '댄스신고식'을 나는 소름 끼쳐서 보지 못했다. 요즘엔 결혼식장을 가면 일반인들의 축가를 보고 듣는 것이 괴롭다. 이유가 뭘까. 그들이 민망해하거나 혹은 민망함을 느낄 것 같은 상황이 못 견뎌지는 걸까.(나도 궁금타) 결혼식 축가가 2명인 식이 있다면..(WOW) 난 잠시 자리를 비운다.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축가를 보는 게 힘이 들다. 약간... 정신적 알레르기 반응인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축가를 보는 것이 내게는 꽤 오글거리는 상황이다.(축가 하시는 분들 모두 리스펙 합니다. 저는 음치거든요)
아무튼 오글거림을 빼고 담백함으로 채운 에세이에 감성이 묻어날지 궁금하다. 내가 쓴 글이 감성적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이성적인 글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감성과 이성 그 중간 어딘가에서 오글거림을 빼고 담담하고 담백하게 글을 써 내려가 보자는 다짐이다. 내 글이 오글거려서 못 보면 퇴고를 할 수 없으니...!
아직 부족하지만 기자체를 벗어던지고 조금은 말랑하게 내 이야기를 풀어내보면 그래도 약간의 감성이 묻어나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감성은 부족하지만 어찌 됐든 내 이야기를 풀어낸 에세이와 함께 지역에서 여기자 생활을 하며 겪은 취재 뒷이야기들을 풀어내보면서 글쓰기에 대한 갈급함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그 힘으로 질문 하나 더 하고, 취재원 한 명 더 만나고, 한 번 더 웃고 한번 더 찰나의 뿌듯함을 느끼는 앞으로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