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꽤 괜찮거든 바보들아..
또 한 번의 소개팅이 끝났다. 상대방의 외모부터 종교, 직업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었지만 센스 있고 눈치가 빨라 대화할 때 재미있어 애프터에 응했다. 근데 만나지 말 걸 그랬다. 더 외롭고 마음이 헛헛하다.
소개팅을 많이 해 본 건 아니지만 애프터 받은 적이 드물다.(거의 처음인가?) 이 정도면 내게 문제점이 있는 것일 텐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외모? 못생기거나 예쁘지도 않은 평범한 외모다.(최근 나 정도면 백퍼 남자친구 있을 거라고 말한 남자 지인 있었고, 친구 가게에 놀러 갔는데 동료 직원이 나 예쁘다고 했다는 얘길 들었다. 물론 내가 봐도 예쁜 건 아니지만 못생기진 않았다!(라고 믿는다.) 그럼 외모의 문제는 아니지 않나요..) 성격? 전에는 연애하지 못하는 게 성격의 문제라고 확신했다. 남자(특히 마음에 드는 남자) 앞에만 서면 뻣뻣해지고 굳었다. 소위 철벽이라고 하지요. 그리고 따뜻하고 유연하게 관계 맺을 줄 몰랐다. 그러면서도 남자가 나한테 절절 매달리는 것만 바랐으니, 대단한 미녀나 치명적 매력이 있지 않고서야 연애하기 힘든 스타일이었다.
근데 지금은 바뀌었다. 나이가 들면서 남자도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해 편하게 대화하게 됐고,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면 먼저 용기를 내 볼 의향도 있을 정도로 마음이 열렸다. 무엇보다 전보다 더 유해졌다. 전에는 관계에서 불편함을 그대로 다 쏟아버렸고 솔직함이 최고의 무기라고 여겨 무례함을 범하기도 했었다면, 이제는 불편함도 참고 상대방을 위한 배려가 가장 중요해졌으며 다정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 중이다.
덕분에 주변에 좋은 친구들이 많아졌다. 좋은 사람, 다정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다 보니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붙더라. 근데 남자만은 붙질 않는다. 내겐 연애가 왜 이토록 힘든 걸까요?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누가 내게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코칭을 해주면 좋겠다 싶다가도 코칭한 걸 그대로 적용해 다른 사람으로 바뀔 자신도 없다. 그저 내 모습 그대로를 받아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러려면 나라는 사람이 더 따뜻하고 다정하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바뀌어야 할 텐데.. 결국 코칭이 필요한 건가.
아주 오래된 영화인데 '시라노 연애조작단'이라는 영화가 있다. 연애에 서투른 사람들을 대신해 연애를 이루어주는 연애조작단을 그린 영화인데, 지금 내겐 이 시라노 연애조작단이 필요하다. 아니, 나를 분석해주고 냉철한 평가를 내려주면 좋겠다.
"은조이씨, 은조이씨는 너무 밋밋해요. 좀 더 상대방에게 자극을 줄 수 있을만한 대화를 해야 해요. 예를 들어 상대방이 최근에 본 영화 이야기를 한다면 단순히 '저도 그 영화 재미있게 봤어요. 어떤 장면이 가장 흥미로웠어요?' 말고, '그 장면에서 그렇게 느낀 이유가 뭐예요? 저는 좀 다르게 느꼈는데요!' 이렇게 대화를 조금 더 깊게 끌어가는 거죠. 상대방이 흥미를 느낄 만한 질문을 던지거나 살짝 예상 밖의 리액션으로 호기심을 자극해보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누가 날 코칭해주면 좋겠다. 적용할 자신은 없지만 뭐가 문제인지 피드백은 받고 싶다.
남자 어르신들은 다들 날 좋게 봐주셔서 아들 소개해주고 싶어한 분도 계셨고(아들이 갑자기 결혼 발표하면서 잘 안됐지만), 또 다른 어르신은 본인 조카 소개시켜주고 결혼하라고 하셨었는데(소개받았었는데 남자로 안 느껴짐).. 왜...왜... 뭐가 문제인가...
아..! 다들 손잡고 데이트하던데 왜 나는 저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요.
인생 참 여러모로 쉽지 않다. 쉽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