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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이 Nov 25. 2024

겨울은 일상을 더 애틋하게 바라보게 하는 것 같아

별 것 아닌 일상인데 말이야

 어제 버스를 타고 교회에 가던 길이었다. 오트밀 색의 비니가 아주 잘 어울리던, 20대로 보이는 여성이 남색 캐리어를 끌고 버스에 탔다. 자리에 앉지도 않고 버스에 타자마자 캐리어를 한 손으로 잡은 채 창 밖을 보며 나머지 한 손을 흔드는 그녀를 따라 자연스레 창밖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정류장에는 하얀색 후리스에 회색 추리닝을 입고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은, 그녀의 엄마로 보이는 여성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특별하지 않은 별 것 아닌 일상이다. 그저 엄마의 집에 놀러온 딸이었고 딸이 돌아가는 길을 마중나온 엄마의 모습일 뿐인데 그 모습이 왜이리 애틋히 보이는 지, 아마 겨울 때문인 것 같다.


나에게 있어 겨울은 별 것 아닌 걸 애틋하게, 특별하게 느끼게 만드는 힘이 있다. 어제 버스에서 보았던 모녀의 모습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자주 보이던 장면들이 겨울엔 유난히 더 애틋하게 보인다. 리어카에 상자를 가득 싣고 가는 어르신들을 본다거나 유리창 너머 투명히 보이는 가게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점원들의 모습, 까까머리를 하고 무리지어 걸어가는 남중딩들의 모습을 겨울에 보면 특별해 보인다. 괜시리 더 애틋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그래서 러시아에 도스토옙스키나 톨스토이 같은 문학 거장들이 탄생했나?싶은 억지를 부려보고 싶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아름답고 애틋하게 보이는 장면들이 많을수록 그만큼 마음도 채워져야하는데 오히려 반대다. 이유는 모르겠다. 마음이 공허해지는 이유를 알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아직 모르겠는 걸 보니 마음을 더 파야 나오려나보다. 


아무튼 내게 겨울은 그렇다. 일상을 달리 보이게 하는 마법같은 힘이 있다. 그래서 더 특별하기도 하지만 쓸쓸하기도 한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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