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인연이 인생을 바꾸다.
섬 일을 할 줄은 몰랐다. 나름 바다와 인접한 인천에서 나고 자랐지만 섬이라고는 강화도와 제주도에 가본 것이 전부였는데 일을 하다 보니 사무실은 통영의 미륵도에, 거처는 거제도에 구해두고 섬에서 섬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일을 가리지 않고 한다.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보면 크고 작은 인연을 만나곤 하는데 일에 치여 인연을 놓치기 일쑤다. 시간 될때 밥 한 끼 하자고, 소주 한잔 하자고 해 놓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놓칠만한 인연임에도 먼저 호감을 표현하며 이해해주는 상대를 만났을 때 만큼 고마운 인연이 없다.
통영에서 만난 김 대표가 그랬다. 눈에 보이는 통영만이 아니라 통영에서 살아남는 법, 닥치는 대로 일하는 것이 아닌 요령있게 준비하고 헤쳐나가는 법은 물론이고 주위의 많은 인연까지 소개해주니 고맙고 귀한 인연이라 할 수 있다.
섬 사업은 K대표가 소개해준 사업이다. 섬을 왔다갔다 하는 게 힘들지 않을까 싶었지만 K대표가 소개해준 사업이라면 심적인 가산점이 붙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섬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달려들었다. 사업을 준비하며 섬을 오고가고 해보니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애매한 배편 덕분에 간단한 일로 섬을 방문해도 하루를 날리기 쉽상이다.
노트북을 펴 놓을 카페 하나 없는 섬, 애매한 배편의 널찍한 시간은 섬에 대해 궁금해하고 고민하는 찰나를 선물했다. 항상 일에 치여 조바심 내던 나는 섬이 주는 선물에 순응하기로 했다. 조바심은 잠시 내려두고 호기심으로 섬을 바라보니 알고 싶은 것 천지다.
내가 살고 있는 거제도와 통영은 섬일까? 「섬 발전 촉진법」에 따르면 '섬이란 만조(滿潮) 시에 바다로 둘러싸인 지역을 말하지만 방파제 또는 교량 등으로 육지와 연결된 때부터 10년이 지난 섬은 제외'한다고 한다. 육지인 통영과 거제도를 잇는 거제대교가 1971년, 통영의 육지와 미륵도를 잇는 충무교가 1994년에 놓였으니 두 섬 모두「섬 발전 촉진법」에 따른 섬이 아닌 셈이다.
「섬 발전 촉진법」에 따른 섬이 아니게 되면 도서개발종합계획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고 이는 섬의 기반 시설 및 마을공동체 운영을 위한 국고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10년은 너무 짧고 20년으로 하자는 등 많은 의견이 있으나 섬 발전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20년이면 충분한 시간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섬에는 연륙교를 놓는 것이 답일까? 연륙교의 설치가 섬의 접근성을 용이하게 한다는 것은 맞는 이야기지만 섬을 풍족하게 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연륙교의 설치로 당장의 접근성이 좋아질 수는 있지만 연륙교 설치 후 10년이든 20년이든 지나면 섬으로서의 행정적인 지원은 멈추게 되고 육지와 다를 바 없는 지역이 되고만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를 보면 건달도 민간인도 아닌 주인공 최익현을 보고 '반달'이라고 부른다. 바다를 통한 접근의 경험이 부재한 섬은 섬을 섬으로 있게 해주는 소중한 경험 하나가 빠져있는 섬도 아니도 육지도 아닌 '반달'이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환경보호가 대세인 시대, 무심코 버린 쓰레기 하나가 생태계를 위협하는 많은 사례들을 접한다. 섬에 연륙교가 놓인다는 것은 무심코 버린 쓰레기 수준이 아닌 섬의 자연과 인문 환경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일이다. '반달 섬'임에도 경쟁력 있는 섬을 위한 노력이 맞는지, 섬을 섬으로 남게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답은 없다.
섬 주민의 깊은 생각과 지자체의 미래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섬을 풍족하게 섬을 섬으로 남게 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