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을 찾아서> 서평
<더 나은 세상을 찾아서>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의 저자 칼 포퍼의 다른 저서이다.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는 정치사회적으로 그의 사상을 개진했다면 이 책에서는 좀 더 순수학문적 관점으로 그의 사상을 서술했다. 포퍼가 자신의 강연들을 모아 편집했기 때문에 내용이 일관적이고 반복적이다.
우선 더 나은 세상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진리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포퍼가 강조하는 것은 '진리에 대한 점근(approximation: 점점 가까워짐)' 과정인데,
왜 우리는 진리에 대해 '점근'해야 할까?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는 진리를 진리라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본문을 한번 보자.
지식은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이론들 중에서 많은 것들이 사실상 진리라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이 이론들이 참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리를 향한 '확신'은 우리의 주관의 문제이기 때문에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다.
그렇게 때문에 우리의 이론(포퍼는 주로 과학 이론을 예로 든다)은 항상 오류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천동설은 오랫동안 진리로서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쿠페르니쿠스적 혁명, 지동설이 나오며 천동설은 폐기되었다.
지동설이 등장하기 전에는 모두가 '진리'라고 생각한 이론에 치명적인 오류들이 내포되어 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렇다면 이러한 오류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시행착오(trial and error)와 비판이다.
두 가지는 결국 같은 의미인데 포퍼가 '비판적 합리주의'라 부르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내가 제기한 질문, "우리가 오류들을 탐지하면 제거할 수 있기를 어떻게 기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적절한 대답은, 내가 볼 때에는 "다른 사람들의 이론들과 추측들을 비판함으로써,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우리의 이론들과 사변적인 시도들을 비판함으로써 가능하다."라는 답변인 것 같다.
포퍼에 따르면 처음에 과학 이론은 가설로 시작한다. 즉 상당히 추측적이고 직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설은 시행착오와 실패, 비판의 과정을 거치며 보완되고 수정되어 점차 설득력 있는 이론으로 거듭난다.
우리는 진리에 대한 기준도 확실성도 가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비판의 역할은 중요하다.
비판의 문은 항상 열려있어야 하며, 비판으로부터 살아남은 이론이야말로 진리에 가까운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포퍼는 '비판적 다원주의'를 지지하는데 이는 비판에 대해 열려있는 모든 이론들의 경쟁을 촉구한다.
다양한 사상과 종교, 의견이 공존하는 사회. 그러나 이것이 상대주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상대주의는 모든 논제들에 대해 '너도 옳고 나도 옳다'를 주장하는데 우리 사회에서도 이미 만연한 사상이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독단, 개인주의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다원주의는 다양한 의견들이 공존하는 가운데 치열한 비판과 상호작용을 통해 '더 나은' 의견과 이론들을 추구해 나가는 사회이다.
즉 '충돌'이 전제되어야 한다. 상대주의는 서로의 의견에 개입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회는 겉으로 보기에는 관용과 존중이 넘쳐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건강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존중은 비판의 과정에서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
논의한 내용을 정치로 확장해보자.
우리는 흔히 '이상적인 지도자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눈다. 하지만 위에서 논의된 내용에 따르면 이는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우리는 '무능력하거나 부정직한 지도자가 지배자가 되어도 그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정치체제를 어떻게 개발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전자는 이상적인 지도자를 전제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역사를 돌아봐도 이상적인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애초에 그러한 인재가 없어서일 수도 있으나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들의 안목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에 맞는 대비, 즉 제도와 정치체제에 우리는 더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보다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 더 읽기 쉬운 것 같다.
따라서 이 책보다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 혹은 해설서를 먼저 읽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