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독회] 파랑을 소리내기

- 한연희 시인의 4詩4色

by 줄기

* 한연희 시인의 4詩4色 : 2025년 2월 18일 (화요일)


2025년 5월까지 반달서림의 화요일을 지키면서 오프라인 시 창작회를 운영하신, 『폭설이었다 그다음은』 시집의 한연희 시인이 겨울방학 특집으로 2월 한 달 원데이 클래스를 열었다. 2023년 12월에 한연희 시인과 함께 한 시낭독회(https://brunch.co.kr/@ebec0174a6a7411/45)에서 이미 한연희 시인의 시적 매력을 알았기에 원데이 클래스 중 적어도 한 수업은 듣고 싶었다.

문제는 수업일이 평일인 화요일 오전이라는 것. 직장인으로서 화요일 오전에 휴가를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모든 수업을 참여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프로그램을 살펴보았다. 프로그램 이름은 ‘한연희 시인의 4詩4色 – 시 쓰기 놀이 원데이 클래스’. 시로 할 수 있는 놀이를 색과 연결하여 ‘빨강을 그려보기/초록을 따라하기/파랑을 소리내기/노랑을 오려보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좋아하는 색 초록과 4년째 지속해오고 있는 시필사가 어우러진 ‘초록을 따라하기’ 수업과, 한강 작가의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시집을 낭독하는 ‘파랑을 소리내기’ 수업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연희 시인 4詩4色 프로그램 내용

결국 몇몇 이유로 ‘초록을 따라하기’는 참여하지 못하고, ‘파랑을 소리내기’ 수업만 참여할 수 있었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시간이었기에 4詩4色 수업 모두를 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움이 들었다.

‘파랑을 소리내기’ 수업을 신청한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3명. 한연희 시인까지 4명이 돌아가며 한 편 한 편 시를 낭독했다. 절묘하게도 4명의 참여자가 동일한 편수의 시를 읽었고, 낭독 시간은 1시간 남짓 걸렸다.

생각보다 시집 한 권 소리내어 읽는 시간이 길지 않다는 사실에 사뭇 놀랐는데, 한연희 시인은 이미 알고 있었던 듯 노련하게 진행을 이어갔다.

시집을 눈으로 읽기도 하고, 가끔 혼자 소리내서 읽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시집 한 권을 함께 소리내 읽는 경험은 처음이었는데, 책들이 가득한 책방에서 내 목소리와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시는 음악 같았다. 파장에 실려 소리의 형태로 먼저 다가와 감성을 건드리고, 이내 시어가 갖는 의미를 천천히 이해할 때 감동이 더욱 깊어지는 시 낭독. 사람마다 가진 목소리의 파장이 다르니, 같은 시를 돌아가며 낭독해도 다른 느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종류의 시 모임이 있다면 한 번쯤 참여해 봐도 좋겠다.

시집 한 권을 읽는 시간이 그리 오래지 않다는 것과 함께 낭독의 즐거움을 알아버려서, 또 반달과5펜스에서 매달 받는 리워드 시집이 쌓이고 있어서, 요즘 시집을 더욱 가까이하고 낭독도 더 자주 하는 느낌이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시집을 낭독하면서 중간중간 시에 대한 이야기, 한강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한강 작가는 '살아가는 것'을 소중하고 섬세하게 대하는 시인. 그래서 시에 쓰인 언어도 예사롭지 않게 정성스럽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시집은 읽을수록 차분하게 좋은데, 연작시 「마크 로스코와 나 - 2월의 죽음」는 인상적인 시 중의 한 편이다. 색을 감각적으로 사용했던 화가 마크 로스코의 사망했던 1970년 2월, 한강 작가 자신은 생명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것을 생각하며 죽음과 탄생 사이의 틈을 주제로 한 시, 거기에 2월이 주는 ‘벌어진 틈 같은’ 느낌도 직관적으로 다가와 이해할 수 있는 시로 여겨졌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문학과지성사, 2013 & '파랑을 소리내기' 활동

다른 연작시들도 좋았는데, 「거울 저편의 겨울」도 그러하였다. 특히, 오롯이 12편의 「거울 저편의 겨울」에 할애한 제4부를 읽으며, 여러 닮은 듯 대칭인 여러 상황이 연상되면서 기준이라고 할지 대칭면이라고 할지, 시에서 거울로 일컫는 것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예를 들어 지구의 중심, 누군가의 눈동자, 동물원의 철창 같은......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하여 온 국민이 행복을 느낀 지 만 1년. 한 때 방문객이 너무 많았다고 하는 한강 작가가 운영했던 ‘책방 오늘’은 이제 방문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홈페이지를 들어가 봤다. 11월까지 안연희 시인이 꾸미는 서가가 마련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반긴다. 안희연 시인은 2022년 8월 '제3회 반달과5펜스가 사랑한 시인들'과 함께 하는 시낭독회 (https://brunch.co.kr/@ebec0174a6a7411/26)와 2023년 북살롱벗에서 열린 “시인이 만난 그림” 세미나, 그리고 '고울연,차'에서 2024년 7월 '제1회 시가 차오르는 시낭독회 ' (https://brunch.co.kr/@ebec0174a6a7411/27)에서 안희연 시인 특유의 사랑스러운 시세계를 알았기 때문에, 그녀가 북큐레이션한 서가가 궁금하다.

그러니 더 추워지기 전에 방문해야겠다. '책방 오늘'에......


「마크 로스코와 나 - 2월의 죽음」필사노트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와 「거울 저편의 겨울 3 - J에게」필사노트
「괜찮아」필사 노트
「여름날은 간다」와 「(고통에 대한 명상)」필사 노트

*참고 자료

1. 한연희 시인의 4詩4色 반달서림 안내문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3733013163)

2.『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문학과지성사, 2013

3. 책방 오늘 ‘안연희 시인의 서가’ (https://onulbooks.tistory.com/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