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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회] 에포크 책과 음악의 어울림

- 에포크출판사와 함께하는 음악회

by 줄기

* 에포크클래식 음악회 : 2024년 9월 28일 (토요일)


에포크 출판사는 문화와 예술 관련 서적을 출판하는 출판사로서, 2023년 『크레모나 바이올린 기행』 출간 기념으로 양호선 바이올린 제작자와 손다영 아르케컬처 대표님이 최인아 책방에서 대담 형식으로 북토크를 열기도 하였다 (https://blog.naver.com/archeculture/223028392665). 경기도민으로 쉽지 않은 평일 저녁 서울 외출로 그 북토크에 참석하였고, 반달클래식클럽에서도 『크레모나 바이올린 기행』 과 『클래식의 발견』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 에포크 출판사는 내게 친숙한 출판사였다. 반달클래식클럽을 하면서 에포크 출판사를 비롯하여, 프란츠나 풍월당 등 예술과 관련된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 되었다.

에포크클래식 음악회 안내 포스터와 칠판
에포크클래식 음악회에서 소개된 책 8권

반달서림에서 열리는 에포크클래식 음악회는 에포크 출판사에서 출판된 책 8권을 소개하면서 각각의 책과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하여 연주하는 음악회, 아직 소개된 책을 다 읽어보지 못했기에 연주곡을 들으면서 책의 이미지를 상상하였다.


첫 번째 책은 『까치 한 마리는 기쁨』이며 여기에는 모차르트와 동시대 작곡가로서 작곡 시 관악기를 잘 활용한다는 드비엔느의 <Trio pour basson, flute et alto Op. 61 No. 5: I. Allegro>의 곡을 연주하였다. 『까치 한 마리는 기쁨』는 까치 한 마리를 기르면서 아버지를 용서하는 과정을 담은 책이라고 하는데, 저자는 과연 아버지로부터 어떤 상처를 받았기에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다가, 어떤 연유로 까치를 기르게 되어, 까치를 기르면서 어떤 일을 겪었기에 아버지를 용서하게 되었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나 또한 부모님께 그다지 살가운 자식은 아니어서 참고할 겸 한 번쯤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 소개 후 연주된 드비엔느의 곡은 바순의 낮은 소리와 플룻의 높은 소리가 잘 어우러져 화해의 감정이 전해지는 것 같다. 바순은 볼 때마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묵직한 외양과 음색이 왠지 모를 신뢰감을 주는 악기다.


두 번째 책은 『여기 있어 황홀하다』로, 연주곡은 바그너의 <꿈>이었다. 로댕과 동시대 화가인 파울라 모더존 베커의 일생을 다룬 『여기 있어 황홀하다』 역시 아직 읽지 않은 책. 사실, 파울라라는 이름도 음악회에서 처음 들어봤을 만큼 문화 예술분야에는 모르는 것 천지다. 다시 한번 동네책방의 유용함을 느끼면서, 책의 표지로 시선을 옮기면, 자화상 속 임신한 파울라는 그림을 보는 이에게 살짝 시선을 보내며 소중한 꿈을 나누어 주는 듯하다. 31세의 젊은 나이에 색전증으로 사망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700편이 넘는 작품을 남겼지만 생존할 때 판매된 그림은 세 점에 불과했다는 것에 더욱 짠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 세 점의 그림 중 첫 번째 구매자가 평생 우정을 나눈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였다는 사실이 다소 위안이 되었다. 일생에 자신을 이해해 주는 누군가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삶은 헛되지 않은 것일 테니…. 그래서 바그너의 <꿈>은 아련하게만 들린다. 파울라의 꿈과 그 꿈을 보는 이 시대 우리의 또 다른 꿈을 생각해 본다.

『여기 있어 황홀하다』와『클래식의 발견』 책 표지

세 번째 책은 『크레모나 바이올린 기행』이었다. 반달클래식클럽에서도 읽었고 이전의 브런치 글 ‘책과 책방, 그리고 음악의 연대 (https://brunch.co.kr/@ebec0174a6a7411/37)’에 쓴 것처럼, 150개의 악기 공방이 있는 크레모나라는 작은 도시를 찾아 ‘레프의 바이올린’이라 이름 붙여진 바이올린의 출신을 추적해 가는 책인데, 바이올린 제작 과정이나 공방의 역사도 알 수 있으면서 추리 소설을 읽는 듯 묘한 스릴도 느끼면서 읽었다. 마지막 결말로 레프의 바이올린의 정체를 알게 되는 그때, 그때의 감정을 포레의 <꿈꾼 후에> 를 바이올린으로 연주되었다. 앞서 들었던 바그너의 <꿈>에서 깨어난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해서, 아르케컬처 대표님의 선곡안에 감탄해 마지않게 된다.


네 번째 책은 『클래식의 발견』으로 1960년 2월 13일 레너드 번스타인과 뉴욕 필하모닉이 함께한 <청소년 음악회>의 한 장면이라고 소개된 책 표지 사진에서 어린아이의 뒷모습이 시선을 끈다. 당당하게 집중하며 서 있는 듯한 아이는 어떤 마음으로 음악을 듣고 있는 걸까? 지금쯤이면 70대에 들어섰을 이 아이에게 이때 들었던 음악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어떻게 남아 있을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저자 존 마우체리가 지휘자가 바라보는 고전음악에 대해 쓴 책으로, 2022년 12월에 반달클래식클럽에서 함께 읽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다소 기억이 희미해져 다시 한번 읽어볼 생각이다. 아마 3년 전에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인상적인 구절을 만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 대한 선곡은 비발디의 <Concerto Grosso Op. 3 No. 10 in B minor, RV 580: I. Allegro>였다.


다섯 번째 책은 『메소드』로 평소 ‘메소드 연기’라는 용어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데, 메소드란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와 하나가 된 상태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고 한다. 출판사의 책 소개 글에서 “19세기 러시아의 “시스템”에서 20세기 미국의 “메소드”로 연기 혁명은 세상을 어떻게 바꿨을까”라며 독자의 호기심을 유도하고 있어 연기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할 듯하다. 여기엔 20세기 곡이 어울릴 것 같다고 프로코피예프의 <Sonata for Two Vilolins in C major, Op. 56: I. Andante cantabile>를 연주했는데, 뭔가 불안한 불협화음과 기괴한 높은 음이 간간이 들려 정말 어느 심오한 영화의 메소드 연기를 보는 듯했다.


여섯 번째 책은 『이 레슨이 끝나지 않기를』로 ‘피아니스트 제러미 덴크의 음악노트’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반달클래식클럽에서 피아니스트가 쓴 책이나 피아니스트와의 대담집을 읽었는데, 책마다 다른 정서가 담겨 있음을 접했기에 이 책은 과연 어떤 정서를 담고 있을지 궁금했다. 이 책 또한 아직 읽기 전이므로 출판사의 책 소개 글을 읽어 보았는데, 6살 아이가 여러 스승을 만나며 30대 피아니스트가 된 과정을 피아니스트 자신이 직접 쓴 책으로 보였다.

건반의 모든 영토가 내 것!

이라는 외침에 자신감이 담겨있는 이 피아니스트는 어쩐지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의 유튜버 탱로그를 연상케 한다. <피아노 학원 다니는 초등학생 유형 9가지>와 반대로 <피아노 선생님 8가지 유형>을 영상으로 올려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했는데, 문득 어린 시절 제러미 덴크는 어떤 유형이었을지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7번째나 9번째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선입견일수 있으니 책을 읽은 후 다시 평가해 봐야겠다. 이 책에는 슈만의 <아름다운 5월에>를 선곡하였다.


일곱 번째 책은 『지휘의 발견』은 네 번째 소개책 『클래식의 발견』에 이어 출간된 존 마우체리의 책으로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클래식의 발견』을 다시 읽게 되는 시점에 이어 읽어볼 생각이다. 이 책에 대한 선곡은 홀스트의 <평화를 가져오는 자 “비너스”>였다. 20세기 영국 작곡가인 홀스트는 행성 모음집으로 태양계의 행성 7개에 지구와 명왕성을 포함하여 총 9개의 곡을 작곡했는데, 가끔 우주를 느끼고 싶을 때나 SF 소설을 읽을 때, 유튜브를 접속해 앨범 전곡 플레이를 한다.


마지막 여덟 번째 책은 내가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찾아주는 책 『당신의 음악 취향은』 으로 짝을 이룬 곡은 프랭크 처칠의 애니메이션 백설공주 사운드 트랙인 <Someday My Prince Will Come>이었다.


끝으로 잔나비의 <가을 밤에 든 생각>을 앵콜송으로 들으며 9월의 가을날 에포크 출판사의 책과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회를 마쳤다.

에포크클래식 음악회 프로그램
에포크클래식 음악회 모습
아르케컬처 유튜브 채널 재생 목록 중「에포크클래식 음악회」공연곡 모음


* 참고자료

1. 『까치 한 마리는 기쁨』 찰리 길모어/고정아, 에포크, 2022

2. 『여기 있어 황홀하다』 마리 다리외세크/임명주, 에포크, 2020

3. 『크레모나 바이올린 기행』 헬레나 애틀리/이석호, 에포크, 2023

4. 『클래식의 발견』 존 마우체리/장호연, 에포크, 2021

5. 『메소드』 아이작 버틀러/윤철희, 에포크, 2023

6. 『이 레슨이 끝나지 않기를』 제러미 덴크/장호연, 에포크, 2024

7. 『지휘의 발견』 존 마우체리/장호연, 에포크, 2022

8. 『당신의 음악 취향은』 수전 로저스, 오기 오가스/장호연, 에포크, 2024

9. 에포크출판사 블로그 (https://blog.naver.com/epoch_books)

10. 아르케컬처 안내문 (https://blog.naver.com/archeculture/223564401172 )

11. 반달서림 안내문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3565635917)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3598661202

12. 반달서림 후기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3600170739)

13. 아르케컬처 유튜브 채널 재생 목록 중 <에포크 클래식>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8UUJ1D1syiTnipsIf-zRWsfkdf6k1MWs&si=uo7ueVmdIKZOGhQk)

14. 유튜브 탱로그 <피아노 학원 다니는 초등학생 유형 9가지>( https://www.youtube.com/watch?v=FLVdn5Hkva4)

15. Gustav Holst <The Planets (The entire full Suite)>(https://youtube.com/playlist?list=PLOuTaF_LKTlGxumHLkW6eAK9RWEHIL3RK&si=SOJzp_kaW60us9Q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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