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달클래식클럽 첫 번째 책 음악회
* 제9회 반달음악회 아르케컬처 「반달클래식클럽」: 2023년 6월 10일 (토요일)
2023년 6월은, 2022년 10월에 시작해 한 달에 두 번 격주로 만나 예술 관련 책을 읽는 모임 반달클래식클럽 3기가 종료되는 시점이었다. 반달클래식클럽 1기가 시작된 후 함께 읽은 책이 총 9권이었는데, 그 사이 첫 번째 책이었던 『철학자의 음악서재, C#』 온라인 북토크 (https://brunch.co.kr/@ebec0174a6a7411/31)와 두 번째 책 『음악의 모양』을 주제로 한 음악회 (https://brunch.co.kr/@ebec0174a6a7411/33)가 열리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음악의 모양』 음악회는 TV 프로그램으로 치면 일종의 파일럿 프로그램 성격을 가졌다고 볼 수도 있겠다. 파일럿 프로그램의 당연한 성공에, 반달클래식클럽에서 읽은 책을 주제로 한 음악회는 반달음악회 프로그램의 한 줄기가 되었다. 음악을 포함한 예술 및 철학 쪽에는 문외한에 가까우나 호기심은 버릴 수는 없어 무지에서 오는 답답함이 마음 한쪽에 있었던 차에 예술에 특화된 책모임을 할 뿐만 아니라, 이제 시청각적으로 아니 공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반달서림에 자연스럽게 고마운 마음이 꽃피는 것이다.
반달클래식클럽에서 읽은 책은 예술 분야 안에 다양한 장르로 나뉘었는데, 대부분 읽는 즐거움과 함께 이야기하는 즐거움을 주는 좋은 책들이었다. 1기에 읽은 책들은 앞선 브런치 글 2편 (https://brunch.co.kr/@ebec0174a6a7411/31, https://brunch.co.kr/@ebec0174a6a7411/33)에서 소개하였고, 2기에서 읽은 첫 번째 책 『예술의 주름들』 또한 나희덕 시인의 시낭독회 후기 브런치 글 (https://brunch.co.kr/@ebec0174a6a7411/22)에서 이야기하였으니, 이 책들을 제외하고 먼저 소개하고 싶은 책은 바로 반달클래식클럽 2기에서 읽은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이다.
이 책에서 에단 호크를 만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에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에 그가 등장했을 때 깜짝 놀랐다.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를 고등학교 때 비디오테이프로 빌려 본 후, 리버 피닉스와 함께 출연한 어린 에단 호크를 《컴퓨터 우주 탐험 (Explorers)》를 어느 명절 연휴 TV에서 우연히 본 후, 난 그의 팬이 되었다. 그가 출연하는 영화는 그 내용과 출연 시기가 내 인생의 진행 단계에 맞닿아 있어 동지 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랄까? 이를 테면 《컴퓨터 우주 탐험 (Explorers)》,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 《청춘스케치 (Reality Bites)》, 《가타카 (Gattaca)》, 《위대한 유산 (Great Expectations)》, 《타임패러독스 (Predestination)》, 《본 투 비 블루 (Born to be Blue)》 그리고 《내사랑 (My Love)》으로 이어지는 에단 호크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확실히 그런 연대감은 강해진다. 꾸준히 연극 무대에 서기도 하고 소설도 쓰는 에단 호크를 보는 것이 즐거웠고, 거기에 에너지를 받아 나 또한 내 일과 생활에 충실하려 노력했다. -물론, 그런 영감을 주는 인물이 에단 호크 한 명만은 아니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검색하거나 하는 정도는 아니다.- 그랬는데, 책에서 에단 호크와 관련한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대공포증이 있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니…… 짐작조차 못했다.
책에서 에단 호크가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Seymour: An Introduction)》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감독하였다는 내용을 보았으니, 그 영화를 함께 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대담 형식의 책 내용이 영상으로 펼쳐졌고, 에단 호크와의 잔잔한 우정도 화면 밖으로 전해졌다. 머릿속으로 그렸던 세이모어의 작은 아파트. 구순의 스승은 제자들을 가르치는 공간을 아끼려 소파 겸 침대를 두고, 천천히 노구를 움직여 침대를 정리하는 일로 하루일과의 시작과 끝을 반복했다. 그 모습은 수도자의 모습과 흡사하여 경건한 마음마저 들게 하는데…… 특히 영화 마지막 대사는 너무 감동적이었고, 세이모어가 연주하는 브람스의 자장가 Intermezzo In A Major, Op. 118 No. 2는 피아노 선율에 위로와 해탈의 메시지가 담긴 듯 편안함이 느껴졌다.
“예술에서 이룬 성취를 일상생활에 끌어들여야 한다.”
는 그의 말을 몸소 실천하여 보여주고 있었다. 음악회에서는 이 곡 대신 Jean Sibelius Op. 79 No.1 Souvenir 가 연주되었다.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와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Seymour: An Introduction)》을 내 인생책과 인생영화 목록에 사뿐히 올려 두었다.
다음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책은 『크레모나 바이올린 기행 (Lev’s violin)』이다. 반달클래식클럽 3기에서 읽기 약 2달 전, 서울에 있는 최인아책방에서 이 책의 북토크가 열린다는 공지를 보았다. 특이하게도 책의 저자가 아닌, 바이올린 제작자와 바이올린 연주자의 대담 형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는데, 대담자로 출연하는 바이올린 연주자가 바로 우리 아르케컬처 대표님이 아닌가? 그리고 ‘레프의 바이올린’이라 이름 붙여진 어느 한 낡은 바이올린, 하지만 바이올린 명장이 크레모나에서 만든 것이라는 연주자의 발언에, 과연 레프의 바이올린이 크레모나 출신이 맞는지 그 기원을 추적하는 책 내용이 흥미로울 것 같아, 북토크를 신청했다.
양호선 바이올린 제작자는 2002년 이탈리아 크레모나 현악기 제작학교에서 공부하여 16년 동안 공방을 운영하다가, 2019년 한국으로 돌아와 공방을 운영 중이라고 자신을 서두에 소개하였다. 이후 바이올린 제작 및 크레모나 현악기 제작학교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제작자로서 경험한 생생함을 바탕으로 이어나갔는데, 생소한 분야라 신기할 따름이었다. 가로 5km와 세로 3km 정도 크기의 작은 도시지만 무려 150개의 악기 공방이 있고 200명의 마에스트로가 거주하는 크레모나를 언젠가 한 번은 방문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북토크를 먼저 참여한 후 『크레모나 바이올린 기행 (Lev’s violin)』을 재미있게 읽고 마지막 결말인 레프의 바이올린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책의 저자는 이 책을 써나가면서 레프의 바이올린의 정체를 알아간 것일까? 아니면 이미 레프의 바이올린의 정체를 알게 된 후 내용을 정리하여 책을 쓴 것일까? 현장감 느껴지는 이야기 전개로 보아 전자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눌 책은 반달클래식클럽 3기에서 읽은 『평행과 역설 (Parallels & Paradoxes)』로 나를 포함하여 함께 한 모든 회원이 이구동성으로 좋은 책으로 꼽았다. 이 책 또한 대담집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난 러시아계 유대인 다니엘 바렌보임은 지휘자이자 피아노연주자이고, 팔레스타인에서 태어나서 미국으로 건너간 에드워드 사이드는 문화평론가이다. 이 둘의 5년 간 있었던 대담을 정리하였는데, 역사적이고 국제 사회적 입지가 상반된다고 볼 수 있는 두 사람의 우정이 엿보이는 지적인 대화의 정수라 할 수 있었다.
때로는 서로 비슷한 의견으로 공감하고,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대립하지만 각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대담으로 새로운 지식뿐 아니라 지금 상황에 빗대어 생각할 여지를 주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었다. 특히 음악을 정의하는 말이 너무 멋져서, 앞으로 누군가가 음악이 무엇이라고 묻는 다면 나도 이렇게 대답하려 한다.
“음악은 듣기 좋은 공기”
연주자의 연주무대 뒤 테이블에 진열된 친숙한 9권의 책, 저 책을 모두 읽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뿌듯했고, 책과 함께 나눈 이야기, 그때의 분위기에 대한 기억이 음악회 연주를 듣는 동안 환기되어 뿌듯함 위에 재저장 되었다.
이번 반달음악회는 용인책방데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5월부터 10월까지 용인 지역 내 동네 책방에서 각자 기획한 문화 프로그램을 가지고 릴레이 형태로 참여하는데, 반달서림에서는 반달음악회와 반달극장을 계획하였다고 말해주었다. 반달음악회는 이제 제법 익숙해졌는데, 반달극장에서 상연되는 연극은 또 어떨지....... 토요일 밤 집에 돌아가는 길의 발걸음은, 아직 잔잔하게 남은 음악회 감동과 다음 연극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볍기 그지없었다.
* 참고자료
1. 『철학자의 음악서재, C#』 최대환, 책밥상, 2020
2. 『음악의 언어』 송은혜, 시간의흐름, 2021
3. 『클래식의 발견』 존 마우체리, 에포크, 2021
4. 『예술의 주름들』 나희덕, 마음산책, 2021
5. 『바흐의 음악은 어떻게 우리의 영혼을 채우는가』 시모어 번스타인, 앤드루 하비/장호연, 파이돈, 2019
6.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나희덕, 마음산책, 2021
7. 『야생 숲의 노트』 사미언 피즈 체니/남궁서희, 프란츠, 2022
8. 『크레모나 바이올린 기행』 헬레나 애틀리/이석호, 프란츠, 2023
9. 『평행과 역설』 에드워드 W.사이드, 다니엘 바렌보임/노승림, 마티, 2011
10. 반달서림의 반달음악회 안내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3111890672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3122947095?trackingCode=blog_bloghome_searchlist
11. 반달서림의 반달음악회 후기글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3138616319)
12.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Seymour: An Introduction)》에단 호크 감독, 2016 (영화 메인 예고편 - https://www.youtube.com/watch?v=3Y9NktgPulE)
13. 아르케컬처의 최인아책방 북토크 <크레모나 바이올린 기행>, 양호선 바이올린 제작자와 아르케컬처 손다영 대표 대담 안내공지 (https://blog.naver.com/archeculture/223028392665)
14. 아르케컬처 유튜브 채널 재생 목록 중 반달음악회 「반달클래식클럽」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8UUJ1D1syiR3IlijzfU_yPrkLlMDtrMw&feature=sha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