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 스며드는 음악의 언어

- 음악의 모양

May 25. 2025

* 제8회 반달음악회 아르케컬처 「음악의 모양」: 2022년 11월 29일 (토요일)

반달클래식클럽에서 함께 읽은 두 번째 책은 『음악의 언어』. 책을 쓰신 송은혜 작가님은 오르간 연주자이시면서 프랑스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아직 클래식 초보라 책에서 언급되는 곡들이 좀처럼 와닿지 않았지만, 그래도 우쿨렐레를 배우고 있어서인지 군데군데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어 반가웠다. 예컨대, 레슨을 받으러 가는 길에 느끼는 감정이나, 악기를 연습하면서 알게 되는 마음들, 그리고 무엇보다 책에서 말한 타인은 앙상블이라는 말과 같은 것들이다.

레슨을 받으러 갈 때는 이상하게 죄책감이 든다. 특히 연습을 전혀 하지 못한 날은 더욱 심해져서 레슨을 미룰까 하는 마음이지만, 그래도 유혹을 이기고 레슨을 받으면 매번 재미있는 새로운 것을 배우곤 해서, 오늘 배운 것을 바로 연습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한다.

그런데, 또 혼자 연습을 하려니 생각이 나지 않고 악기 위에 손가락이 어색하다.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은 어색한 연주가 연습 횟수가 거듭 될수록 점차 편안해지는 경험, 그러나 여전히 어려운 구간이 남아있어 그 부분이 가까워 오면 긴장이 되지만, 그 마의 구간을 무탈하게 넘어갈 때 느끼는 안도감, 혹은 실수를 하거나 연주하지 못하고 지나 보낼 때 느끼는 아쉬움이 딱딱하게 굳은 감정을 말랑하게 만든다.

책에서 말한 음에 마음을 싣는 연습을 해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감을 잡고, 또 함께 레슨을 받는 분들과 파트를 나누어 앙상블 연주를 할 때, 다른 분들의 악기 소리를 들으며 나의 악기 소리를 맞추며 혼자 연주할 때는 몰랐던 타인과 함께 만드는 화음을 즐긴다.

『음악의 언어』와 서른 세 개 변주곡 형태의 목차

제8회 반달음악회「음악의 모양」의 모습과 프로그램

제8회 반달음악회는 바로 이 『음악의 언어』를 토대로, 바이올린과 클래식 기타로 구성된 음악회였다. 음악회 프로그램이 된 책의 목차의 일부, 객석의 관객이 책의 일부를 낭송하면 아르케컬처 대표님은 덧붙여 설명을 해준 후 음악을 연주하는 일련의 흐름이 자연스러웠다. 미취학 어린이 관객이 많았지만, 어쩌면 그렇게 집중해서 듣는지 어른 관객 못지않다. 아니, 음악이라는 언어를 마음으로 이해하는 능력은 아이들이 더 뛰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첫 번째 곡은 슈만의 「어린이 정경」이었다. 책에서 소개한 곡은 슈만의 환상곡 C장조였지만, 어린이 관객을 고려해 「어린이 정경」을 고른 아르케컬처 대표님의 따뜻한 배려가 느껴졌다. 음악으로 배려를 들었다.

두 번째 곡은 파헬벨의 「캐논」, 음과 음 사이 마음이 피어나는 곳. 음표에 마음을 싣는 연습을 하려면 음표도 연구해야 하지만 그에 맞게 음표에 실을 내 마음도 살펴봐야 한다. 캐논의 한 음 한 음 실은 연주자의 마음은 어떤 것일지 가늠해 보았다. 꽃을 심는, 불을 밝히는 듯한 마음인가......

세 번째 곡은 에릭사티의 「당신을 원해요」. 에릭사티는 「벡사시옹」의 모티프를 840번 반복해 연주하라고 지시했고, 코로나 기간에 피아니스트 이고르 래빗은 인터넷 연주회에서 이 곡을 선곡해 15시간 40분 동안 연주했다고 한다. 수련하는 심정으로 반복 연습을 할 수는 있겠지만, 왜 840번일까? 끊임없는 연습을 강조하려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두 마디 연습에만 7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니 얼추 짐작이 맞나 보다. 거장들도 그 정도 시간을 필요로 한다니, 왠지 위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