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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음식에 담은 마음

- 강효진 작가 『오늘도 나를 대접합니다』

by 줄기

* 강효진 작가 『오늘도 나를 대접합니다』 : 2023년 1월 28일 (화요일)


맛있는 위로의 시간이라는 안성맞춤 부제를 가진 『오늘도 나를 대접합니다』는 강효진 작가의 첫 번째 책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소도시 생활 버전 책으로 재탄생시켰나 싶게, 생동감 있는 에피소드가 다양한 음식에 담겨 있었다. 강효진 작가 특유의 진솔하고 친절한 문장을 꼭꼭 눈으로 씹어 읽자, 정갈한 음식으로 건강이 채워지고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마저 들어, 이 책을 감히 힐링 요리에세이라 말하련다. 소박하지만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어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에게 대접하는 강효진 작가, 그녀는 음식에 진심이면서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강효진 작가의 『오늘도 나를 대접합니다』출간 후 첫 북토크인 반달서림 북토크. 본격적인 북토크 시작 전 점검하는 작가님

『언더그라운드』의 양희 작가처럼 강효진 작가 또한 우리 동네작가이자 동네책방 반달서림을 애정하는 작가라서일까? 북토크를 시작으로 강효진 작가와의 행복한 만남은 2025년 6월인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처음엔 ‘반달과5펜스가 사랑한 시인들’의 시낭독회와 같은 행사에 관객으로서 참여하며 서로 인사를 나누는 정도였는데, 2024년 말부터 작은 배를 함께 타며 유대감을 느끼는 관계로 발전하게 된 일이 생겼다. 그 일은 반달서림 대표님 남편의 해외주재원 발령에서 비롯되었다. 먼저 해외에 나가 있는 남편에게 자녀와 함께 출국하여 합류해야 했던 대표님은 이제 갓 3년을 넘긴 시점에 이대로 반달서림을 정리하기엔 너무 아쉬웠다고 했다.

더구나 반달서림을 사랑한 몇몇 사람들도 이대로 반달서림을 문 닫게 할 수는 없다는 데 마음을 같이 하였고, ‘반달서림 지속가능 방안’에 대해 간간히 논의하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 기획의 귀재 대표님이 자신은 해외에 주재하면서도 반달서림을 꾸려나갈 묘책을 찾았다. 바로 요일 별로 모임을 만들고, 그날의 모임지기가 반달서림의 일일서점원이 되는 것. 대표님은 해외에서 온라인으로 운영가능한 부분을 담당하고, 서점에서 물리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일들은 해당 요일의 모임지기가 대표님의 아바타가 되어 행하는 방식으로 반달서림을 운영하는 것이 그녀가 찾은 묘책이었다.

강효진 작가는 목요일 소설읽기 모임의 모임지기로서, 그리고 나는 특정한 모임을 운영하지 않은 채 둘째 주 토요일 일일서점원으로 순수하게 자원봉사를 하는 이른바 ‘둘토자봉’으로서, 총 8명으로 이루어진 '반달서림 어벤저스'에 포함되었다. 반달서림 깃발을 달고 대표님의 원격 지휘 아래 8인의 지킴이들이 함께 노 저어 가는 배. 그 배는 아마도 갤리선이지 않을까? 지금은 열심히 노를 저어 하루하루 큰 파도와 더 큰 파도를 넘어가야만 하는 시기, 여러 사람이 모여 담당업무와 공통업무의 순번을 정하고 서로 격려하면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놓고 적용하며 함께 꾸려 나가는 모습이 즐겁다.

또 대표님은 혼자 운영할 때보다 서점 운영시간도 길어지고, 서점도 더 반짝반짝 해지면서 체계가 잡힌 것처럼 보인다며 예전보다 더 낫다고 말했다. 더 낫다고 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혼자 운영할 때보다 나은 것일 뿐 여전히 어려운 상황, 기왕이면 고정비를 제하고도 소득이 남아 우리가 원한 지속 가능한 반달서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굳이 노예처럼 노를 젓지 않더라도, 순풍에 돛을 펼치고 쾌속선 못지않게 잘 나가는 반달서림을 꿈꿔본다.


다시 『오늘도 나를 대접합니다』 북토크로 돌아가서, 첫 책이고 첫 북토크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걱정이 크다는 말과는 다르게, 반달서림 식구와 다름없는 우리 동네작가답게, 강효진 작가는 고향에서 친구를 만나 이야기하듯 편안하고 친숙한 분위기에서 북토크를 이어갔다. 서구적인 외모에 큰 눈이 인상적인 작가는 과연 음식 이야기를 할 때 특히 생기가 돌았다.

1월에는 냉이와 시금치를, 5월엔 아카시아 꽃 튀김을 먹어야 한다고 눈을 반짝이며 한껏 들뜬 목소리로 입가에 침이 고이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 그러다 책에 떡볶이에 대한 글이 누락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며 아쉬워하는 모습. 자신만의 다양한 소울푸드를 소유한 작가의 소울은 그 음식 가지 수만큼이나 충만해 보였다.

누락되었다는 떡볶이 에피소드는 과연 어떤 글일까 궁금했고,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H마트에서 울다』의 미셸 자우너와 그녀의 어머니가 연상되기도 했다.

어머니는 한국인, 아버지는 미국인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살고 있던 미셸은 그녀 나이 25살에 어머니가 암에 걸려 돌아가셨는데, 여타의 엄마와 딸이 그렇듯 미셸은 자라면서 어머니와 문화 차이 그리고 세대 간 차이로 인한 수많은 갈등과 화해를 겪으며 엄마와 차곡차곡 추억을 쌓아 두었다. 그 가운데 음식 먹는 사람의 특징을 기억했다가 다음에 그 특징을 반영하여 음식을 만들고 반영할 정도로 예민하고 세심한 분으로 어머니를 추억했고, 어머니가 해 준 음식을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억 속 어머니의 요리 방식을 떠올리는 한편 때때로 망치여사 유튜브 도움을 받아 음식을 만들며 행복감을 느낀다. 비록 돌아가셨지만 어머니와 여전히 연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H마트에서 울다』와 같이 『오늘도 나를 대접합니다』에도 엄마와 딸의 진솔한 모습이 담겨있다. 『오늘도 나를 대접합니다』에 등장하는 어머니의 묘사가 너무도 진솔하여 혹시 어머니께서 이 책을 어떻게 평하셨냐는 조심스러운 질문이 나왔는데, 책을 보신 어머니께서 화를 내셨다는 역시 찐 모녀 관계의 답이 나왔다. 하지만 조만간 풀어지실 거라고 강효진 작가가 웃으며 말을 덧붙였고, 모든 딸들은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안다. 엄마와 딸은 원래 숱한 갈등과 해소를 기본으로 하는 관계, 갈등과 그에 따른 해소가 한 회 추가된 것일 뿐이니까……


북토크에서 많은 참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정말 마음을 울렸다고 말한 에피소드가 있다. ‘시와 비굴 레시피’. 시를 좋아하는 작가는 안현미 시인의 ‘비굴 레시피’를 라디오에서 듣고 석화처럼 비굴도 굴의 한 종류인 줄 알았다고 한다. 긴가민가하다 마치 레시피인 양 재료와 요리방법을 기술한 형식으로 쓰인 시를 읽으며 이내 우리가 아는 그 비굴임을 알고, 어쩐지 비굴을 맛볼 기대를 품었다가, 그런 음식이 없음에 실망하게 된 상황인 듯 해 살짝 웃음이 났다. 주로 돈 버는 일과 관련하여서는 비굴해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 비굴 레시피를 적용하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 수 없으니, 대신 똠양꿍 레시피를 소개한다는 글을 보며 비굴의 씁쓸함을 똠양꿍의 새콤함으로 위로하려는 작가의 마음을 본다.

그러면서 나의 소울푸드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요즘은 요리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배달음식과 정기 주문 반찬으로 끼니를 해결하지만 한 때 나도 요리가 즐거웠던 때가 있었다. 회사 기숙사를 나와 독립해 살면서 처음으로 나만의 주방을 가지게 되어 이것저것 음식을 만들었던 기억. 일 인분의 음식을 만들기란 재료를 구입하기도, 만들고 남은 음식을 처리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알았던 그때는 정말 책 제목처럼 음식을 만들어 나를 대접하였던 시절이었다.

이후 결혼하고 나서는 두 아이의 이유식을 정성스럽게 만들었던 기억. 회사를 다녔기 때문에 한 주 동안 아이가 먹을 이유식을 만들어 열 개가 넘는 50 mL 유리반찬통 냉동실에 넣어두는 것이 주말에 해야 할 중요한 일이었다. 골고루 몸에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 마음에 이유식 재료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재료 손질도 꼼꼼히 하여 정성스러운 이유식을 만들어 냉동실에 넣어 두고, 끼니때마다 전자레인지로 데워서 충분히 섞은 후 아이에게 한 입 씩 떠먹여 주었던 날들이었다.

다행히 그 시절 아이들은 내가 만들어준 이유식을 거부하지 않고 잘 받아먹었는데, 초등학생 신분을 거쳐 사춘기 무렵에 서 있는 지금 아이들은 왜 이렇게 거부하는 음식이 많은 걸까? 이른바 초딩입맛이 그렇게 무서운 것일 줄이야…… 아마도 요즘 요리를 하고 싶지 않은 핑계 중 하나가 이것일 것이다. 만들어 놓은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지 않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서…… 내 입엔 맛있기만 한 음식인데 앞에서 깨작거리고 먹지 않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서운하고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음식에 들어간 재료와 시간 그리고 내 정성이 아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 엄마를 떠올릴 수 있는 음식 하나 정도는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나의 소울푸드를 아니 아이들에게 소울푸드라고 인지하게끔 만들 음식을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그런 음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계란말이와 오므라이스. 언제라도 거부하지 않는 음식이다. 아무래도 계란말이 전용 팬이 필요하다 싶었다. 동그란 프라이팬에 계란말이를 만드는 것은 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으니… 계란물을 프라이팬에 풀고 밑면이 익으면 계란말이의 끝선을 맞추어 평등하게 말아가서 두께가 일정한 계란말이를 만들고 싶은데, 동그란 프라이팬은 언제나 다 말고 나면 가운데가 볼록한 계란말이를 만들게 했다. 소울푸드에는 엄마의 손맛에 소울을 첨가해야 하는 법.

그 소울을 더하기 위해 계란말이 팬을 사기로 결정하고 검색에 검색을 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좋게 말하면 결정에 신중한 것이고 일반적으로 말하면 좀처럼 결정을 못 내리는 성격이라, 나는 계란말이 팬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어느 순간 마음을 정하고 해변으로 나왔다. 재질부터 크기와 관리방법 등 고려할 것이 많았지만 음식 맛이 달라질 만큼 좋다는 평이 있던 스텐 프라이팬을 사기로 했다. 마지막까지 무쇠 프라이팬과 경쟁했지만, 무쇠 프라이팬은 너무나 무겁고 관리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나마 관리가 편할 것 같은 스텐 프라이팬으로 결정을 한 것이다. 마침내 배송되어 온 스텐 프라이팬으로 『오늘도 나를 대접합니다』의 122쪽에 추억의 달걀말이 레시피를 참고하여 계란말이를 만들었다. 하지만, 스텐 프라이팬에 계란물을 붓는 타이밍이 잘못된 것인지 우려했던 것처럼 프라이팬 바닥에서 계란이 떨어지지 않아 소울은 물론 제대로 된 형태도 갖추지 못한 계란말이가 되었다. 역시 소울푸드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망친 계란말이로 상심한 마음을 추슬러 소울이 담긴 계란말이 만들기에 꾸준히 도전해 보리라 마음먹는다.

강효진 작가의『오늘도 나를 대접합니다』와 일전에 반달서림 방문 시 마침 와계셨던 강효진 작가로부터 받은 저자 서명


*참고자료

1.『오늘도 나를 대접합니다』 강효진, 구름의시간, 2022

2.『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정혜윤, 문학동네, 2021

3.『곰곰』 안현미, 걷는사람, 2018

4. 반달서림 『오늘도 나를 대접합니다』 강효진 작가 북토크 안내문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2977360916)

5. 반달서림 『오늘도 나를 대접합니다』 강효진 작가 북토크 후기글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3028540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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