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대환 신부님 『철학자의 음악서재, C#』
* 최대환 신부님『철학자의 음악서재, C#』 : 2022년 10월 25일 (화요일)
반달서림에서 반달화요클래식클럽을 만들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르케컬처 대표님이 모임장이 되어 한 달에 한 권 예술에 관련된 책을 읽고, 2주와 4주 화요일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라는 설명이 회원모집 안내문에 있었다.
아르케컬처는 반달음악회로 친숙해진 일상을 예술로 가꾸는 문화생산활동기업. 아르케컬처라 지향하는 바 다양한 기획으로 반달음악회 공연을 하였는데,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관객으로 참여하였던 대부분의 공연이, 너무 딱딱하고 어렵지 않았고, 그렇다고 마냥 가볍고 쉽지만은 않아서 공연에서 뿌듯한 보람을 채우고 집에 돌아오곤 했다.
관심은 있지만 클래식은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었고, 클래식 관련 책은 읽어야 할 책의 우선순위 저 아래 있었기에, 이 참에 클래식과 좀 친해져 볼까 하는 생각으로 반달화요클래식클럽 창립 회원이 되었다. 그리고 반달화요클래식클럽에서 읽은 첫 책이 바로 최대환 신부님의 『철학자의 음악서재, C#』였다. 반달서림 대표님이 추천하여 선정한 이 책을 한 달 동안 읽고 난 후에는, 최대환 신부님의 온라인 북토크를 계획하고 있다고 하여서, 책에 밑줄도 쳐가면서 열심히 읽.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제목부터 철학과 음악이 있으니 쉽지는 않겠다고 짐작했는데, 슬프게도 예감은 틀리지 않아서, 감탄과 함께 좌절을 느끼며 읽었다.
감탄의 대상은 물론 최대환 신부님. 책이 어려워 잘 모르긴 했지만, 책을 쓴 사람의 음악에 대한 애정과 지식의 깊이와 넓이는 아는 것이 아닌 느껴지는 종류의 것, 거기에 철학적 사유를 연계해서 풀어나간 이야기는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은 마음을 들게 했다. 다행히 아르케컬처 대표님과 반달서림 대표님은 오래전부터 클래식과 철학에 심취하신 분들이라 책을 중심으로 연관된 음악과 음악가, 예술가에 관련된 이야기를 펼쳐주었다. 나는 마치, 어른들 대화하는 데 자리 잡고 앉아서 그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듯 제스처를 취하는 아이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를 끄적이는 것으로 대화에 동참하곤 했다. 어쩜 그렇게 나는 아는 것이 미천하던지……
특히, 반달서림 대표님은 이 책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메타모르포젠 (Metamorphosen) 변용」을 알게 된 것이 제일 큰 수확이라며 즐거워했는데, 그런 대목이 있는 줄 몰랐던 나는 다시 해당 대목을 펼치고 읽어보지만 좀처럼 크게 감흥이 없었다. 아르케컬처 대표님이 아르케컬처 유튜브 재생 목록에 올려준 『철학자의 음악서재, C#』에 언급된 음반과 실황영상을 보고서야 어렴풋이 짐작할 따름이었다. 23대의 현악기가 30여분 쉼 없이 연주하는 곡을 듣고 있노라니, 어두운 현실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이 느껴지는 데, 이런 기분인가 싶은,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니 좀 더 알 것 같은 기분. 글로 음악을 배워도 음악은 들어야 할 수 있는 예술이다.
변용은 반달클래식클럽 10기로 올해 1월에 읽은 한병철 교수님의 『생각의 음조』를 떠올리게 했다. 반복이 아닌 변주라는 말. 매일매일이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 아닌 하루라는 시간의 변주이고, 아파트의 모든 세대가 똑같은 집이 아니라 각 세대가 독립적으로 변주하고 있는 세대인 것이다.
드디어 최대환 신부님의 온라인 북토크날이 되었다. 늦은 밤 최대환 신부님의 차분한 책 이야기는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중 몇몇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음악이 완벽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서툴러도 즐기면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여유를 갖는다는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좀처럼 늘지 않는 우쿨렐레 실력이지만 그래도 충분히 즐기고 있는 나를 응원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그 밖에도 클래식은 대화가 있는 음악이고 감정을 단련시켜 주는 측면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땐 긴가민가 했던 것이 2년이 지난 지금은 그래도 그동안 음악을 접한 시간이 있어 그런지 그 말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신부님은 책을 읽을 때 책에 맞는 음악을 듣는 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신부님이 읽고 계신 책과 그 책에 맞는 음악 리스트를 공유받고 싶기도 하면서, 나도 내가 좋아하는 책은 그 책을 읽을 때 들으면 좋은 음악 리스트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대환 신부님께서는 중학교 때 도스토옙스키에 관심이 있으셨다고 하시니, 그 인문학적 내공을 짐작하기 어렵다. 북토크를 하시면서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음악과 철학적 사유를 아우르며 이야기하시는데, 신부님이 뮌헨에 계실 때 음악가들의 인터뷰를 보면 철학적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 신기하셨다고 말씀하시기에, ‘신부님! 그때 신부님께서 느끼셨던 그 신기함이, 신부님 책을 읽을 때 제 기분이었습니다.’라고 전하고 싶었지만, 쑥스러워 그만두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철학자의 음악서재, C#』에 책도 다시 꺼내 읽어보고, 그날의 기록도 다시 펴보았다. 처음 읽었을 때 생소했던 음악들, 연주자들, 예술가들과 작품들 중 지금은 익숙해진 내용이 꽤 있었다. 거의 대부분 반달서림에서 함께 읽은 책들, 함께 들은 음악들과 나눈 이야기에서 알게 된 내용들이었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의 연주를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어찌나 반갑던지……. 반달클래식클럽 6기로 작년 1월에 읽은 알렉상드르 타로의 『이제 당신의 손을 보여줘요』에서의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익숙해지고, 실제 회원들 중에서 타로의 내한 공연을 보신 분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해서 더 이상 모르는 연주자가 아니었다.
별거 아니면 별거 아닌 이런 소소한 앎이 나는 왜 이렇게 좋을까? 아직도 내가 캐지 못한 보석이 원석의 형태로 존재하는 『철학자의 음악서재, C#』은 아마도 주기적으로 꺼내 읽어보며 나의 클래식 음악과 철학적 소양을 측정하고 즐거워할 것 같다. 마치 매일 자라는 어린아이가 벽에 키를 대보듯이…….
*참고자료
1. 『철학자의 음악서재, C#』 최대환, 책밥상, 2020
2. 『생각의 음조』 한병철, 최지수 번역, 디플롯, 2024
3.『이제 당신의 손을 보여줘요』알렉상드르 타로, 백선희 번역, 풍월당, 2019
4. 반달서림 『철학자의 음악서재, C#』 최대환 신부 온라인 북토크 안내문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2895243654)
5. 반달서림 반달화요클래식클럽 회원 모집 안내문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2888050373)
6. 반달서림 반달화요클래식클럽 『철학자의 음악서재, C#』 후기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2897901078
7. 반달서림 『철학자의 음악서재, C#』 최대환 신부 온라인 북토크 후기 (https://www.instagram.com/p/CkIzEMgvEaz/)
8. 아르케컬처의 유튜브 재생목록 중 반달화요클래식클럽 『철학자의 음악서재, C#』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8UUJ1D1syiRcK-sRAzXaZORoSKBbgx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