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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연 Jul 29. 2024

바쁘다며... 꿈에는 그만 와도 돼.

이 꿈들은 악몽인지 치유몽인지

치유몽
꿈을 통해 감정적인 치유를 경험하는 꿈
악몽
불안하고 겁에 질린 채 깨어나게 하는 불안한 꿈
악몽은 현실의 정신적 충격과 상황에 대한 반응일 수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악몽은 외상 후 스트레스 악몽이라고 불리는 특별한 범주에 속합니다. 악몽은 또한 여러분이 특정한 삶의 상황을 무시하거나 받아들이기를 거부했기 때문에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불빛이 따뜻한 방안에 내가 앉아 있는데 네가 들어왔다. 그리고는 곧장 나를 발견하고는 나에게 와서 너의 성격을 말해주는 듯 내가 쓴 모든 글을 읽고, 한줄한줄 유쾌하기도, 재밌게도 반박한 듯 꼼꼼하게 주석을 달아온 종이 뭉치를 나에게 보여주고는 “이거 한 번만 봐봐.” 그렇게 내가 볼 때까지 너의 귀여운 영업은 계속 됐다. 그렇게 못 이긴 척 너의 변론을 한 줄씩 읽는데, 반박해 놓은 작은 그림이나 글도 웃기고 그 앞에 네 표정도 귀엽고 웃겨서 푸하하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둘은 웃었다.


그렇게 꿈에서 깼다.

웃으며 일어났지만, 다시 무거운 생각에 잠겨버렸다.


근래 네가 나왔던 꿈 중에는 가장 행복하기도 하고, 일어나도 가슴이 더 이상 막히지 않는 꿈은 처음이었다.

왜 거기서 깨버렸는지 다시 잠을 청하려고 눈을 감았지만 잠도, 너도 다시 오진 않았다.

네가 나오는 꿈은 아침에 일어나면 가슴이 답답해 숨을 몰아쉬던 꿈뿐이었는데, 얼마 만에 웃으면서 꾼 너의 꿈이라니. 오래간만에 네 생각에도 나는 웃을 수 있구나.


너에게 이미 이 사랑은 끝난 지 오래겠지만,

나는 아직 끝내지 못해 네가 없는 많은 날들을

너 없이 너를 좋아하고 있다. 그때의 너는 이제 없겠지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네가 나에게 더 이상 애정을 줄 수 없어도,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네가 더 이상 나를 보지 않는다 해도, 나에겐 아직 너를 향한 마음이 남아서 이 마음이 닳고 닳아 사라질 때까지 너를 기억하고 아파하다가 무뎌질 것이다.


너에게 내 마음을 보내지 못하게 막은 건 네 마음이지만, 보내지 않고 오롯이 나 혼자 좋아하고, 그리워하고, 슬퍼하는 건 내 마음이다. 그래서 나는 이 마음이 수명을 다 할 때까지 다 쓰고 그날의 나를 기억너머로 보내야겠다. 너도 네 마음대로 했으니, 이건 내 마음대로 할 거다.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나태주 [내가 너를]

​​

이 시를 온전히 이해하고, 이 시처럼 너를 그리워하고 있다. 그때의 너를.


오래간만에 너의 생각에 웃게 됐다. ‘내가 지금은 사라진 너에게 바라는 게 이건가?, 이게 내가 바라는 엔딩인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네 생각으로 나를 너무 괴롭히는 바람에 무심결인 내가 나를 치유하려고 이런 꿈을 꾸었나 보다. 내가 원하던 게 어떤 엔딩이었는지, 내가 바라는 너의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 내 무의식이 보여준 꿈으로 알아차렸다.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라 꿈으로 보여준 기대에 못 미쳐 나의 무의식에게 미안하지만, 그 꿈 한 번으로 나는 치유받은듯했다.


항상 꿈에 네가 나오면 나는 숨이 가쁘게 일어나기 바빴다. 가슴이 무겁고, 돌덩이가 누르고 있는 듯 숨을 쉬는 게 개운하지 않았다. 그동안의 꿈에는 지금 네 모습이 나와 얼굴에 단 1%의 즐거움도 사라진채, 날카로운 말들을 내뱉었다. 너의 한마디 한마디에 나는 또 상처받고, 전날도 비슷한 꿈을 꾸었지만 계속 다른 곳을 상처입을 뿐이었다. 아직도 좋아하는 네가 나오는 꿈이지만 일어나면 항상 불안하고 숨 가쁘게 일어나는 악몽이었다.


내가 사랑했던 그때의 너는 나를 치유하지만 더 이상 볼 수 없고, 차갑게 식어버린 지금의 너는 유리조각들이 가시처럼 박혀있어 나는 다가가기조차 두려운 악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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