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자비로웠다가 오늘은 또 화가 났다가
왜요? 제가 한 사람 때문에
롤코타는 것처럼 보이시나요?
피곤함에 떠밀려서 그날의 기분을 내일로 미루면 전혀 다른 글이 써진다. 어제는 분명 자비로운 척 다 이해한다, 미안하다 그런 단어들이 머릿속을 꽉 채우다가 오늘처럼 새벽에 너 때문에 또 숨 막히게 씩씩 거리며 가위에 눌린 것처럼 일어나면, 나쁜 놈! 나한테 왜 그랬어! 분노로 하루를 맞이하면 하루가 어수선하다.
그렇게 새벽과 아침을 정복당하면, 오후까지도 전하지도 못할 말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 하루가 뒤죽박죽 힘들어진다. 있지도 않은 너에게 또 말려들었다.
오기인지 패기인지 언젠가는 다시 성장한 모습으로 마주하고 싶다고 생각이나마 했었는데,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네가 카카오톡 프로필 하나 바꿔서, 깊은 아래로 잠겨있던 네 연락처가 맨 위로 네 프로필이 떠오르니 나는 어쩔 줄 몰라하는 아직 바보다. 궁금해서 눌러보고는 순간 당황하며 다잡고 있던 평정심을 나는 잃었다. 가끔 너의 프로필사진으로 해둔 너희 집 강아지가 귀여워 훔쳐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무것도 없어진 너의 프로필 사진에 별 생각이 다 들다가, 생각이 생각을 물어와 또 네 생각이 너무 커져버렸다.
처음 보는 사진이 올라온 걸 보면 잘 지내는 건가?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내 손을 놓았던 너에게 사실은 내가 너의 마음의 여유를 뺏고 있었나?
내가 없으면 너는 더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생기려나.
사진 속에 편안히 자고 있는 강아지만큼이나 너도 평온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항상 갈망했었는데, 나랑 있는 시간만큼은 네가 편안하고 평온하길 바랐었다. 그런데, 나는 너에게 그런 존재까지는 못되었던 것 같다. 항상 불안하고 바빠서 힘들어하는 너를 보면서, 자꾸만 도와줄게 뭐 없을까 내가 어떻게 하는 게 널 편안하게 해주는 일인지 생각했다. 너에겐 내가 또 다른 일거리들로 느껴졌을지 모르지만... 나와 있는 시간이 휴식이 아닌 나태로 느껴지고 점점 네가 놓치는 일들도 많아져서 내 손을 놓은 것 같기도, 내가 널 기다리고 있다는 게 이제는 부담스러워진 것 같기도, 이제는 더 이상 내 생각조차도 귀찮아진 것 같기도, 아니면 모든 이유들이 너를 더 각박하게 몰아붙였는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신기하게도 내 마음을 읽는 것처럼 참 타이밍을 잘 맞춘다. 그래서 내가 마음이 안 좋았던 날도 읽고 나한테 이별을 말했나. 내가 너희 집 강아지 보는 걸 알아버렸나. 강아지 사진 정도는 보게 해 줘. 그렇게 나쁘게 헤어진 것도 아니잖아. 세상에 더 나쁜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
그냥 가끔 얼굴이라도 비추며 내 앞을 매정하게 쓱 지나가면 내가 마음 정리하기가 더 수월할까. 만나는 방법도, 이별하는 방법도 이렇게 달라서야, 우리는 적정 합의점 같은 건 없나. 어차피 너는 합의는 안 해줄 거라 그런 기대도 못하지만 말이야. 다정한 듯 매정하게 나를 끊어내는 너에게 나는 무슨 감정을 가져야 하는지가 매일 의문이라 계속 너를 결론짓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매정하게 끊어낼 거였으면, 마지막도 매정하고 더 매몰찼어야지. 너한테 설득이라는 핑계로 너를 울면서 잡을 때, 우는 나에게 그런 눈빛 같은 건 보이지 말고, 네 눈물도 보이지 말았어야지. 내가 어떻게 하던, 내가 어떻게 되던 신경 쓰지도, 걱정도 하지 말았어야지. 걱정되는 듯 말하고, 걱정하는 것처럼 자꾸 내 모습을 살폈잖아. 그런 모습이 너를 너무 헷갈리게 하고, 그런 모습들 때문에 아직도 계속 아픈 것 같아.
어차피 버릴 거면 미련 없는 듯, 여지주지 말고 떠났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