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내 인생에서 가장 비싼 관리비
오피스텔은 처음일뿐더러 심지어 원룸에서 복층으로 집이 커졌다. 그저 회사와 출퇴근 거리만 가까워지길 바랐을 뿐인데 집이 두 배 이상 위로 더 커졌다. 집 안에 계단이 있다니, 계단에 앉아 술을 먹으며 바깥을 바라보는 상상을 하며 열심히 집을 닦고 물건을 옮겨 담았다. 드디어 가구들을 들여다 놓을 공간에 위에까지 높게 뻗은 수납장은 물건을 넣고 넣고 또 넣어도 부족하지가 않다. 이럴 수가-
책상부터 거울, 선반까지 주문을 잔뜩 넣어놓고 복층 생활에 대한 로망을 펼쳐본다. 막상 로망을 펼치려니 창문은 크고 앞쪽 건물과 가까워 커튼을 쳐야 사생활이 보호가 되지만 건물들끼리 마주 보고 있는 건 아니라 다행이었다. 다이소에서도 10만 원 치 장을 봐 집안 곳곳에 필요한 물건들을 채워 넣었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회사와의 거리. 의정부-일산 지옥의 출퇴근을 벗어나고자 이곳에 왔지 집을 키우고자 이곳에 오지 않았기에 무엇보다 회사와 거리가 더 중요했다. 처음엔 자유로를 타고 출퇴근 시간 사람들이 많은 도로에 편승했다 보니 별다른 점을 몰랐으나 지리를 알고 길을 알고 나니 지금은 20분~30분이면 차로 출근할 수가 있다. 신기한 건 대중교통도 있어 언제든 차가 아닌 대중교통으로도 출근할 수 있다는 점. 무려 직행 버스.
이곳에선 난 또 어떠한 삶을 살지 기대가 되는 마음도 컸다. 한 때 로망이었던 복층집에 사는 꿈을 이루고 원룸 보다 넓적해진 이곳 그리고 조금만 나가면 있는 야당동의 화려한 술집들이 내가 도시에 왔음을 확실히 체감시켜 주는 듯했다. 뜨거운 여름은 늘 날 지치게 했지만 야당동에서의 여름은 날 더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비록 월세는 올랐지만 그동안 의정부에서 일산 출퇴근하던 때의 기름값을 월세에 보탠다 생각하면 괜찮았다. 아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45만 원짜리 월세에서 53만 원으로 8만 원이 오른 거니까. 근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오피스텔의 관리비.
나에게 9만 원 정도에 전기세나 난방비는 쓴 만큼만 나온다던 나에게 첫 달 관리비가 15만 원이 나왔다. 즉, 45만 원짜리 월세에 관리비까지 해봤자 50이 안되던 나의 집세가 53만 원에 15만 원을 더해 68만 원이 된 거다. 한마디로 뭐 됐다. 오피스텔 관리비가 많이 나온다고 듣긴 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앞으로 그럼 집에 거의 70만 원씩 고정비가 든다고?'
아 새로운 절망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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