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35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저녁 7시면 집에 도착할 수 있다.

10. 출퇴근이 가깝다는 것 만큼 행복한 일이 없다.

by 정화온 Feb 28. 2025

의정부-일산의 출퇴근 길에선 6시 정각에 퇴근을 해도 집에 돌아오면 8시인 경우가 많았다. 출근길 보다 퇴근길이 막히는 경우가 심각했었다. 양주 톨게이트 부근에서 대부분 30분 이상을 보내고 가끔 지옥의 길을 피해보고자 국도를 타기도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의정부에 도착해도 주차자리가 많지 않아 주차할 곳을 찾는 일도 꽤나 고된 일이었다. 이제 그런 지옥의 출퇴근이 끝났다. 


파주-일산 출근길 30분~40분, 퇴근길도 비슷하다. 아무리 막혀도 7시30분 부근으로는 집에 도착했었다. 고속도로가 아닌 도심을 가로지르며 퇴근을 하고 화려한 불빛들 사이로 음악을 들으며 나도 어엿한 직장인이 됐구나 스스로를 뿌듯하게 바라봐줄 수도 있게 되었다. 살기 위해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닌 중간 맛잇는 저녁 거리를 사서 들어갈 수도 있게 되었고, 가끔은 엄청난 퇴근길러쉬로 꼼짝없이 길에 서있어도 의정부-일산 다니던 때를 기억하면 이정도쯤이야 별 일 아니라는 듯 넘길 수 있게 됐다. 


출퇴근 문제가 해결이 되니 이젠 나의 생활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 항상 어느 곳에 거주 하든 가구를 사고 인테리어를 하는 것을 좋아하던 나는 이 커다란 2층짜리 복층을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 행복한 고민을 한다. 책상은 이쪽에 놓고, 행거도 하나 놓고 수납은 많으니까 거울 정도만 살까? 조명은 뭐사지 등등 의정부에서 취준과 불안하고 낯선 마음에 내려놓지 못한 마음들을 마음껏 내려놓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브런치 글 이미지 2

이리저리 집안을 배치하며 이 곳에서의 삶을 상상했다. 복층집이니까 릴스나 영상 찍기에도 좋을 것 같고, 채광도 괜찮고 또 근처에 맛있는 곳도 많아 보이니까 인프라도 괜찮네. 이제 이곳에 정착한 만큼 회사 생활에 더 열심히 힘쓰고 운동도 하고 그렇게 멋지게 살아야겠다 생각했다. 인스타에도 맘껏 이사해 파주시민이 되었음을 뽐냈다.


이사 첫날 치킨과 소주 한 병을 곁들여 스스로 이곳에서의 이사를 자축했다. 비록 치킨은 맛이 없었지만 아일랜드 식탁에서 넓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 가구들은 하나 둘 씩 채워질테고 이제 잘 사는 일만 남았다. 지옥의 의정부-일산 출퇴근 할 때만 해도 자포자기 심정이었다만, 희망이 보였다. 도시에서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작은 희망을 불씨. 이 불씨를 잘 살려 태워보자 라고 다짐했다. 







인스타그램에선 옷을 입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hwa_onnn/

블로그에서도 글을 씁니다 : https://blog.naver.com/hwaonnn



이전 09화 파주시 야당동의 복층 오피스텔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