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안 팔린다. 큰일 났다.

집을 내놓은지 한 달째 단 1명만 집을 보고 갔다.

by 정화온

'서울은 사람도 많고 원룸을 구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금방 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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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한 생각이었다. 내가 집을 구할 때의 시기는 3월. 새학기에 전철로 갈 수 있는 대학들로 진학하기 위한 학생들이 많았던 것이었다. 지금 시기는 5월 이미 사람들이 집을 구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한 마디로 망했다. 한 달 동안 단 1명만 집을 보고 갔다. 중개사분께 연락해 재촉을 해도 전혀 소용이 없었다. 집을 누군가 보러 와야 나갈텐데 아예 보러 오는 사람 자체가 없는데 재촉한들 무슨 소용인가.


그런 사이 여전히 의정부-일산 출퇴근 지옥을 겪고 있는 나는 점점 체력뿐 만이 아니라 정신까지 꺾여 나가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너무나도 힘들어 수액을 맞는 일도 있을 정도로 급격하게 몸 상태도 나빠지는걸 시작으로 기름값으로 나가는 통장 사정은 말할 것도 없었다. 동시에 기름값이 미친듯이 오르면서 주마다 넣어야 하는 기름값이 신입사원의 월급으로는 생활비에 감당되지 않았다. 기름칸이 한 칸 두 칸 깎여 나가는걸 보는 것 만으로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였으니 이때 나는 모든 의지가 꺾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될거야. 기도해보자.'


엄마와 통화를 하기도 하고, 여자친구에게 기대기도 하고 술도 먹고 혹은 나가서 산책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아 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눈을 떴을 때는 다시 지옥의 출퇴근길에 몸을 실어야만 했고 퇴근길에는 사람의 모습이 아닌 상태로 돌아오는 현실이었다. 아직까지 회사에 적응하지 못했을 초기에 출퇴근으로 소모되는 에너지까지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수고했다고 달려가 안아주고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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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으로 나의 마음을 꺾이게 한 사건은 의외로 치과였다. 이빨이 아파서 치과에서 간단히 검진만 받고 안되면 카드 할부라도 긁어서 이빨을 치료하자라고 생각했던 나는 검사를 하고 난 뒤 모든 의지가 꺾여버렸다.


치과를 찾아 간단한 검사를 하니 이빨의 상태가 그다지 좋지 못하다고 했다. 원래도 이빨이 그다지 건강하지 않았던 터라 그러려니 하고 아픈 부분만 치료하려는 생각이었다. 검사가 끝난 뒤 상담실장이라는 여자가 나를 데리고 상담실에 들어가 치료를 하면 300만원이라고 한다. 임플란트를 해야할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지금 내가 듣고 있는 금액이 맞는 금액인가. 지금 당장 출근길에 기름을 넣을 돈도 없는데 300만원을 달라니. 지금 넣으면 할인이 되어 좀 더 저렴하게 할 수 있으며 이빨은 빨리 치료할 수록 돈을 아끼는 것이라는(맞는 말이긴 하다. 그래서 나도 이빨 만큼은 빨리 치료하려고 했던 것이었는데) 말로 날 유혹했지만 단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통장에 단 돈 10만원도 남는 돈이 없었는데 300만원이라니. 지쳐있던 나에게 치과까지 거액의 돈을 요구 하는 것이 마치 이 도시 전체가 '돈 없으면 그냥 나가.' 라고 말하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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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는길에 처음으로 엄마와 통화하며 울었다. 처음으로 엄마에게 전화로 울었던 날이다.


"엄마 여기서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출퇴근도 이젠 너무 지치고, 모아 놓은 돈도 다 썼어. 이렇게 여기 있을 필요가 있을까?"라며 비관적인 말들로 공원 벤치에 앉아 울음을 쏟아냈었다. 엄마는 그저 묵묵히 들어주시다가 당장 모든걸 도와줄 순 없지만 강릉에 아는 치과 선생님이 계시니까 우선 그거라도 해결해보자 라며 나를 다독여주셨다.


전화를 끊고 길을 걸었을 때를 기억한다. 그래 포기하자. 너무 힘들다. 회사도 그만두고 당분간 알바라도 할 생각으로 마음을 먹자. 눈물 자국을 닦으며 집에 돌아왔었다. 혹은 내가 그만두는 걸 말하기 전에 차라리 쓰러지기라도 해서 그만 둘 변명거리라도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포자기. 모든걸 내려놓고 포기하기로 마음 먹었다. 더는 버틸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터벅터벅 걸어오던 길 갑자기 문자 한 통이 날라왔다.


"000호님~ 잘지내셨죠? 집 내일 누가 보러 간데요. 깨끗하게 해놔주세요."

(다음날)

"집 나갔어요~ 며칠날 이사하실 예정시지죠?"




하나님은 견딜 수 있는 시련만 주신다고 하셨던가. 집이 팔렸다.

기적적으로 포기하자마자 집이 팔렸다.

현실이 자각이 안될 만큼 진짜 집이 팔렸는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회사를 더 다녀야겠다.

이사를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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