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이제부터 나는 신입사원이다.
3월7일 대망의 첫 출근 날이다. 길은 잘 모르지만 네비게이션을 따라서 주차를 한 뒤 출근시간보다 30분 빨리 출근을 했다. 불편하게 메어입은 정장의 넥타이가 목을 조여왔지만 그럼에도 회사로 출근한다는 설레임과 두려움이 반반 이었다.
처음으로 자리를 배정받고, 모든 팀원들과 인사하고 명함을 받은 뒤 어떻게 그날 하루를 보냈는지 모르겠다. 늘 몸을 움직이며 커피를 내릴 줄 만 알았지, 내 자리에 컴퓨터를 셋팅하라니 뭐부터 해야하는거지? 카카오톡 PC버전을 깔고 그러면 되는건가..? 어리바리 진땀을 쭉 빼며 추운 겨울이었음에도 오히려 땀으로 샤워한 듯 했다. 멀뚱멀뚱 눈치보기만 바쁘다.
첫 출근날의 점심은 뷔페였다. 2접시, 3접시 씩 먹는 다른 분들의 모습에 나는 겨우 2접시를 넘겼다. 왜이렇게 못먹냐는 질문에 나는 그저 '제가 입이 좀 짧아요.' 라고 대답할 뿐.(이때까진 진짜 입이 짧았는데 지금은 3접시는 거뜬한거 같다.) 어색하면서 긴장되는 하루를 보냈다.
첫 출근이라고 딱히 더 대단할 것도, 무언가 더 기억엔 남는 것도 없다. 오히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다. 출퇴근길이 오래 걸릴거라 예상은 했지만, 6시에 퇴근을 해서 7시가 넘어 도착한 것 같다. 초행길이라 길을 더 못찾고, 길이 이렇게 막힐 줄은 전혀 몰랐다. 의정부-일산 이라는 거대한 출퇴근길에 처음 마주한 현실에 "이제 이 길을 매일 다녀야 하는구나."라는 걱정도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자 긴장이 풀렸는지 나도 모르게 감정이 쏟아졌다. 왜그랬는지 사실 지금도 이유를 모르겠다. 너무나도 바짝 긴장해서 그런가 아니면 이제 진짜 취업해서 회사를 다니는구나 라는 안도감과 행복감일지 잘 모르겠다. 아마 전자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강릉에서 의정부로 올라오며 가지고 있는 200만원을 다 쓰기 전에 취업을 할 수 있을까? 타지에서 적응은 할 수있을지 등등 그동안의 걱정과 긴장이 모두 풀린게 아니었을까. 출근해보니 내가 취업했다는 사실을 현실로 직접 확인 했으니-
첫 출근 날부터 눈물을 쏟아내니 나답지 않다. 어찌 작년부터 내 삶에 드라마틱한 변화들이 생기며 눈물을 쏟는 일이 종종 있다. 나이가 든걸까. 머쓱하다. 어쨌거나 나의 첫 출근은 성공적이었다. 나는 이제부터 '신입사원'이다. 열정을 불태우며 나아가야 한다. 이제는 본격적인 사회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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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의정부-일산 차로 왕복 2시간의 지옥의 출퇴근길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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