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잠깐 주어진 일주일의 시간
기적적으로 한 달 만에 합격한 것으로도 충분했는데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첫 출근 날까지 딱 일주일 정도 준비할 시간을 주신다는 말에 참으로 배려깊은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열댓번의 면접 뿐만이 아니라 이력서, 자소서 첨삭 등 지칠 때로 지친 나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안정적인 시간이었다.
그동안 참 치열하게도 고민했구나 스스로를 다독여주기도 하면서, 앞으로 해나가야 할 것들을 정리하기도 하기도 했다.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 속에서 얼마나 고군분투 했는지-
강릉에서 의정부로 올라온지 정확히 딱 한달이 넘어가는 시점 이제야 집안 곳곳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돌아보지 못했던 동네를 돌아보며 카페도 찾아가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정말 처음으로 의정부가 아닌 서울까지 들어가 해방촌과 이태원을 거닐어 보기도 하고(안내해주신 휘님 너무 감사합니다.), 정장 구두가 아닌 아껴놨던 신발을 꺼내어 도시 곳곳을 다니며 내가 드디어 도시에 왔구나 라는걸 온전히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곳곳에 화려한 곳과 지방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들, 느껴보지 못한 경험들을 가득 누려볼 수 있는 꿈만 같던 일주일의 시간이 의정부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행복한 기억이다. 거기에 노트북이나 각종 사무실용품을 들고다닐 신입사원 가방(?)도 샀다. 나름 신입사원의 젊고 세련된 느낌이지만 노트북까지 들어갈 수 있으면서 합리적인 가격이어야 하는 복잡한 단계를 거쳐서 산 나의 아이템이다. (하지만 막상 출근하니 노트북을 들고다닐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
처음으로 돌아다녀본 김에 쇼핑도 하면서 책도 구매했다. 내가 썼던 책이 독립서점에 업로드 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한데 실물로 보니 더 뿌듯한 마음이었다. [서울중독] [술의 주성분은 낭만] 두 권의 책을 사들고 집에 돌아오는 길은 어둡지만서도 밝았다. 마치 신입사원으로 나의 시작된 미래가 별처럼 반짝일거라 이야기 하듯이 밝았다.
그렇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버렸다. 어쩌면 마지막으로 여유롭게 보내는 시간일 것만 같은 이 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이젠 신입사원의 타이틀을 달고 긴장해야할 때다.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더 앞서는건 사실이지만 늘 그렇듯 걱정한다고 바뀌는건 없다. 그냥 해야한다. 이제는 진짜 시작이다.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안녕하세요. 신입사원 정화온 입니다. 잘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