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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화온 Aug 05. 2024

29일차 살아남을 수 있을까?

02. 의정부에서 29일

이삿짐을 정리하고 어느정도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집이 정돈이 되었을 때 나는 이력서와 자소서 부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내 이력서를 열람했는지 체크하고, 연락온 곳이 있다면 위치와 조건을 보고 수락하고, 없다면 다시 자소서와 이력서 그리고 잡코리아와 사람인 속을 무한대로 헤엄치기의 반복이었다. 새로운 곳에 와서 동네 한바퀴 돌아보고 위치를 익힐 시간도 필요할텐데 근처 편의점 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내 시야에는 오직 [생존]이었다. 살아남으려면 취업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통장의 잔고 200만원이 사라지기 전에-


정확히 14일만에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면접을 보러 간 곳은 가산디지털 단지 인걸로 기억난다. 집에서 정확히 1시간이 넘게 걸렸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겪어보는 교통체증이라는 현실에 내가 거대한 도시 속에 있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1km를 가는데 1분. 충격적이었다. 모든 차들이 앞으로 가지 못한채 한 곳에 모여있고, 빠져나가지 못해서 길을 헤매이는건 기본 그 멋진 페라리도 길 교통체증 앞에선 평등했다. 잿빛의 햇살 하나 없는 날씨에 미세먼지는 "최악" 그리고 막히는 교통체증까지 최악이었다. 도시란 다 이런걸까? 앞으로 이것에 적응을 해나가야 하는걸까?

첫 면접은 꼴 좋게 망했다. 자신감이 차 있었는데 자신감이 한풀 꺾였다. 면접을 보고 오자마자 알 수 있었다.

'난 떨어졌구나.'

그렇게 첫 실패를 경험하고 또다시 (자소서-사람인, 잡코리아 회사 지원하기-면접)의 무한 반복이었다. 다행이라는건 주의 3개정도씩 면접을 볼 수 있었고, 나의 이력서를 마음에 들어하는 곳도 있었다. 올라오자마자 2주만에 5개의 면접을 볼 수 있었지만, 그 결과가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 아무런 경력이 없는 나에게, 마케팅 전공이 아닌 나에게 마케팅에 대해서 물어본다고 한들 어떠한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나는 그저 열심히 하겠다라는 말과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강조할 뿐이었다. 내가 직접쓴 책도 들고다니며 그토록 간절함을 내비쳤는데 된 곳이 하나도 없었다.

면접을 하나 둘 씩 보면 볼 수록 소모되는 에너지가 엄청났다.

"00씨 같이 경력도 없고 하나씩 배워야하는데 야근 매일 할 수 있어요?" (여기 회사까지 오는데 1시간 반이 걸렸다.) 라고 묻는 회사부터 면접 복장도 안하고 온 지원자랑 면접을 같이 본다던가, 면접을 보는 담당자가 굵은 금팔지를 차고 있다던가- 각자 개성을 뽐내기 바쁜 회사 그리고 정작 되고 싶은 곳에선 나를 찾지 않는 문제까지 지옥이었다. 면접 하나를 보고 오면 그 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만큼 무기력했다.


'아 이렇게나 힘들 줄이야.'

'이제와서 자격증을 더 따고 공부할 돈이 없는데.'

'2월말까지 직장을 못구하면 어떻게 해야하지'


머릿속에 점점 커져만 가는 불안함과 지리도 몰라서 어디에 회사가 많은지, 의정부와 어느 도시가 맞닿아 있는지도 모르는 나의 무지함까지 혼란 속 그 자체였다. 이대로 가다간 [생존]할 수 없을거 같았고 당장이라도 강릉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차올라 터지기 직전까지 갔다.


'안되겠다. 잠깐이라도 쉬자.'

딱 3일정도만 아무것도 안하고 리프레시를 하며 부정적인 마음을 떼어내려 마음을 먹었을 찰나에 다시 한번 면접 제의가 왔다.


"안녕하세요. 면접 가능하실까요?"

그래 이 면접을 마지막으로 잠깐만 쉬고 다시해보자. 포기하지말고 마음 굳게 먹고 해보고 돈이 다 떨어지기 전에 미리 대비할 방법(알바라던가)도 찾아보자.



"합격입니다."

2월의 마지막날. 2월 29일 나는 그렇게 취업에 성공했다.

이곳 의정부에서 30일만에 [생존]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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