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화온 Jul 22. 2024

강원도 강릉시에서 25년

프롤로그. 나의 고향은 강원도 강릉시 입니다.

태어난 곳은 강남 서초구이지만 5살때 내려온 강원도 강릉은 초중고 심지어 대학과 군대까지도 모든 추억을 간직한 곳이다. 어릴적에는 철없이 동네에 자전거를 타고 뛰어다니던 천방지축 동네꼬맹이로, 중고등학생이 되어 학창시절의 추억과 치열했던 수험생활까지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는 나의 고향 강원도 강릉시.


강릉에서 태어난걸 한번도 특별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앞자리가 3이 될 시점 부터 너무나도 아름다운 도시에서 살고 있구나 라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었다.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져 있고, 언제든 술 한잔 하고 싶을 때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있고 네비게이션 없이 다닐 수도 있으며 혼자 쉬고 싶으면 편히 쉴 수 있는 조용한 곳 까지, 거기에 3년째 사랑하고 있는 사람까지 나에게는 단 한가지를 제외하면 이곳이 천국일 거다.


단 한가지-

이것 빼고 모든게 완벽한데 이것 하나가 강릉을 떠나게 만들었다.

"돈"강릉에선 돈을 벌 수가 없다. 직장이 없다. 공무원이나 교직원 외에 회사가 극히 적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나의 직군은 마케팅. 마케팅 회사를 지원하려던 내가 잡코리아를 통해 검색한 결과는 0 이다. 더는 이곳에 있을 수가 없어졌다. 



어쩌면 다른 친구들 보다는 조금 늦게 고향을 떠나온 편이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대부분 타지로 많이 나갔고 나는 강릉에서 고향에 가끔 놀러온 친구들과 함께 술한잔하는 고향 지킴이의 역할이었다. 그런 나도 더는 이곳에서 돈을 벌 수가 없어졌다. 20살이 되고 나서 알바, 카페 매니저, 스타트업, 가게 점장 등 안해본 일이 없고 거기에 코로나도 이겨냈는데 이제 더는 이 돈으로 살아남을 수가 없음을 직감했다.


14학번으로 입학해 2024년 10년만에 졸업을 했다. 졸업을 한 후 나는 고향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나의 고향 나의 모든 것이 있는 이 곳을 등지고 나가려고 한다. 하필 이사하려고 마음 먹고 날짜를 잡아놓은 날 눈이 펑펑 내린다. 마치 나에게 '이 좋은 것들을 두고 어딜가..' 라며 강릉이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다시 이 눈을 볼 수 있을까.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두고 나는 어디를 가려는 것일까. 애써 웃어보이며 서글퍼지는 마음을 숨켰다.






2024년 1월의 마지막날 

이삿짐들이 차에 실린다. 짐을 가득 채운 나의 차도 무거운 몸으로 바퀴를 힘껏 굴린다. 정말 떠난다. 

나 잘할 수 있을까? 나는 올라가서 먹고 살 수 있을까?그곳에는 뭐가 있을까.

3시간 반 시간이 지나 <행복을 주는 도시 의정부>에 도착했다. 이제부턴 고향을 그리워할 시간도 없을 것 같다. 살아남아야 한다. 손에 남은 돈 총 200만원- 살아 남아야 한다. 악착같이- 

"강원도 강릉시 00주택 302호에서 경기도 의정부시 00빌 302호로"


월요일 연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