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여기서는 다들 그렇게 사니까
의정부-일산 출근 때 40분, 퇴근 때 평균 1시간(진짜 많이 막힌날엔 2시간도 걸린 것 같다.)
신입사원이라는 타이틀을 달자마자 나에게 주어진 시련은 지옥의 출퇴근 길이었다. 의정부에서 일산으로 지하철을 타는 것또한 쉽지 않을 뿐더러, 나아가 버스는 엄두도 못냈다. 내가 가진건 이삿짐을 옮기던 캐스퍼 한대 뿐. 사실 차 하나 정도 있으면 어디든 출퇴근을 편하게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경기도나 서울에서의 출퇴근은 기본이 1시간이라고 하니 나도 당연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지방에서 1시간의 거리와 여기서의 1시간 거리는 너무나도 달랐다. 강릉에서 1시간이면 강릉시 한바퀴를 돌 수 있을 정도인데, 경기도에서 1시간 중 40분은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서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그래 내가 도시에 왔구나. 이제 이것도 적응해야겠지.'
라며 스스로 위로를 해봤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아침부터 고속도로를 타고 톨게이트를 지나다 보면 터널 속 거대한 화물차들 옆을 지나기도 하고, 특히나 비가 많이 오는 날엔 앞이 보이지 않아 더욱 위험하다. 아침이라 정신이 온전해지기도 전에 시작했던 운전이라 더욱 피로도가 높았다.
가장 심한건 퇴근길이었다. 이게 맞을까? 건물에서 도로로 진입하는데만 20분이 걸린다. 지하주차장에서 도로로 나가는데만 20분이다. 빵빵대는 클락션과 어떻게든 집에 가기 위해 끼어들어야만 하는 나는 몇번이고 심하게 욕설을 들은 적도 많다.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 자리에서 20분동안 서있어 봐라. 뭐든 살아남기 위해 틈이 보이면 끼어들 수 밖에 없어진다.
어떤 날은 조금의 요행으로 국도를 탔다 오히려 1시간이나 더 늦게 집에 온 적도 있고, 어떨 때는 길이 덜 막혀 빨리 온 날도 있었다만 그래봤자 7시다. 6시 퇴근해서 1시간동안 운전을 해서 집에 도착한게 가장 빠른 날이라니 지방에서만 25년을 산 나에겐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생활이었다. 심지어 의정부 집엔 주차장이 없어 주차를 하기 위해 동네를 3바퀴 도는 것도 기본이다.
가장 힘든점은 아무도 공감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강릉 친구들은 "어떻게 사냐 ㅋㅋ 나라면 못살아." 라며 적극 공감을 해주었다면 여기서는 누가 더 오래 출퇴근길을 했는지 자랑하기에 바쁘다.
"저도 예전에 00에서 회사 다닐때 2시간이었죠."
"ㅋㅋ나도 출근하는데 1시간 걸려."
마치 훈장 같이 먼 출근길을 자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어떠한 위로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가기 시작했다. 심지어 기름값이 1,800원대까지 오르기 시작했고, 가득넣어도 주마다 기름을 채워줘야했으며, 톨게이트 비 또한 만만치 않았다. 시간의 압박에 더해져 금전적인 압박까지 받기 시작했다.
'나 이곳에서 살 수 있을까?'
매일 사랑하는 사람에게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스스로의 모습도 한심하지만, 어떻게 타팔할 수 없는 무기력함이 더 나를 조여왔다. 겨우 어렵게 취업했는데 출퇴근길 부터 쉽지가 않다. 큰일이다. 본격적으로 일을 하고 설상가상 야근을 하게 된다면 집에는 어떻게 와야할까. 다들 이렇게 산다는데 그러니 너도 그렇게 사는게 이제 당연한거라는데 전혀 수긍이 안됐다.
다시 떠나야겠다.
다시 이사를 하더라도 이렇게는 못살겠다.
나는 1시간 출퇴근을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쓰러지기 전에 지옥의 출퇴근길에서 벗어나야겠다.
"중개사님. 저 집 내놓겠습니다."
"두달 정도 밖에 안살으셨는데요..?"
"죄송해요.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