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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했음에도 더 잘 되는 이유

09. 사업을 포기한거지 옷을 포기한건 아니니까

by 정화온

쇼핑몰을 접고 조금은 슬퍼하거나 시무룩해 있을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저의 삶은 더욱 더 잘 되었습니다. 이상하죠? 1여년간 일해서 번 돈도 다 날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쇼핑몰 한다고 떠들었는데도 이상하게 늘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는 우선 원래부터 해오던 일인 카페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당장 자취방 월세를 내야 했거든요. 이번에는 개인카페에 일할 수 있게 되어서 유니폼보다 멋진 옷을 입고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또 제 적성에 맞지 않더라고요. 일할 때 땀을 많이 흘리고 활동량이 많은 편이라 무조건 편하게 이것저것 묻어도 되는 옷이 더 편하기에 저는 저만의 유니폼과 출근복을 따로 입고 다녔었습니다. 참 웃긴것 같아요. 그냥 유니폼 옷으로 정한 것만 입고 다니면 되는데 굳이 또 출근 전에 데일리룩 찍겠다고 옷을 따로 챙겨입고 출근해서 갈아입으니. 그만큼 옷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냥 누가 뭐라해도 옷이 제일 좋았고, 잘입고 찍은 나의 모습이 스스로를 흡족하게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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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기던터라 마스크를 쓰는게 오히려 데일리룩 찍기에 편했고, 늘 삼각대를 들고 다니면서 습관처럼 당연히 출근전엔 데일리룩이지! 하며 보냈었습니다. 지금 다시 봐도 쫌 괜찮은데? 싶은데 당시 스스로 무언가 모자라듯이 늘 제 옷에 만족하지 않고, 자존감이 많이 낮았던 것 같아요. 늘 만족스럽게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에 계속해서 찍고 또 찍고 또 찍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때부턴 옷 걱정은 별로 안했어요. 인스타로부터 협찬이 많이 들어왔고 제 옷장엔 제가 구매하지 않아도 옷이 쌓였으니까요. 근데 여기서부터 점차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옷, 입고 찍기만 하면 행복했던 옷을 받아 보면서 저는 단순히 '광고 수단'으로 존재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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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선 여전히 옷을 입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hwa_onnn/

블로그에서도 글을 씁니다 : https://blog.naver.com/hwao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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