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지나가버린 게 아니라 바뀌고 있었다.
우리도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바뀌는 거라고.
영화의 장면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뀐다. 삶도 흐름에 따라 장면이 바뀐다.
철없던 20대에는 내가 세상의 중심이고 나는 주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무대는 넓고 배역도 많았다. 항상 조금 더 큰 무대와 좋은 배역을 쫓아다녔다. 언제까지나 나의 배역은 주연뿐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믿음은 흐느적거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 배역은 주연에서 조연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리의 사람 1,2,3 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인생 2막... 그래도 2막, 3막에는 다시금 주연으로 회생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은 버리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초라하게 삶을 마감할 사람은 아니야.'라고 다짐하며.
여전히 삶은 나를 출연시켜주고 있다. 블록버스터에서는 멀어졌지만 나만의 독립영화에서는 독보적인 주연배우다.
나는 어떤 영화에 출연하고 있을까?
그 영화는 이제 서서히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속도감 있게 달려가고 있다. 어떠한 장르인지 제목은 무엇인지, 해피엔딩일지 새드엔딩일지 모른다. 모든 촬영이 끝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저 해피엔딩이면 좋을 거 같고, 로코도 좋다. 가급적이면 반전이 강한 드라마였으면 바랄 게 없겠다.
그런데 이상하네. 이쯤에서 반전의 조짐이 보여야 할 텐데.. 복선도 깔리고.. 내가 복선이 나오는 장면을 놓쳤나? 그럴지도 모르겠다. 집중력이 떨어졌나 보다.
내 인생의 시나리오는 누가 써 놓았을까? 솔직히 작가가 영 마음에 안 든다. 초보작가인가? 아니야 오히려 초보들은 통통 튀는 맛이 있는데..
아~아 모르겠다. 이쯤에서 감독도 작가도 모두 바꾸자. 내가 다하자. 내 영화 내 맘대로 찍어보자.
화면 속에 갇혀 있는 삶이 아니라 장면을 바꾸는 삶.
지금이 바로 그때다. 지금 내딛지 않으면 또 타인의 영화 속에 갇히게 된다.
이제 슬슬 반전을 써야지.
인용 : 고수리 <마음 쓰는 밤> 중에서
시진 : pexel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