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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홀 Nov 21. 2024

유지노력

2024. 11. 20

운동을 시작한 이후 라면과 짜장면을 자연스럽게 먹지 않았다. 딱히 먹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아 그리 어렵지 않게 끊었다. 지난주 엄마가 불닭볶음 컵라면이 맛있을 것 같아 샀다고 하시며 한 번 먹어보라고 하셨다. 옆에 계시던 아빠도 밥을 비벼 먹으니 맛있다고 하셨다. 먹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지만 어떤 맛인가 궁금하여 한 젓가락을 덜었다. 입으로 가져가는데 코끝에 인위적인 냄새가 났다. 뭐라고 표현하기 어렵다. 맛있는 냄새는 전혀 맡을 수 없었다. 없던 식욕이 더 사라졌다. 내 몫으로 덜어온 라면을 버릴 수 없어 먹기는 했지만 아무 맛도 느낄 수 없었다.


오늘 사무실에서 집까지 걸었다. 낮에 많이 걷지 않아서 5 보 채우기도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딱 50분이 걸렸다. 얼굴은 차가운데 몸은 더웠다. 운동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집에 도착하니 엄마가 늦은 저녁 식사를 하고 계셨다. 짜파게티가 먹고 싶어 끓였는데 너무 많다고 하시며 억지로 드시고 계셨다. 나는 할 수 있으니 그만 드시라고 말씀드리며 냄비를 열어보았다. 1인분은 족히 되어 보였다. 엄마는 아빠도 드실 것 같아 2인분을 끓였지만 안 드셔서 그대로 남았다고 하셨다. 


저녁 먹고 요가하고 집까지 걸어와 아주 건강해진 느낌이었다. 그런데 엄마를 위해 먹어야 할 것 같았다. 필시 버리지 못하시고 어떻게든 먹어 치우려고 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한 입만 먹어볼까?"라고 운을 뗐더니 반색하신다. 처음부터 다 먹을 생각은 없었다. 작은 밥그릇에 덜어 그 한 그릇만 먹을 생각이었다. 컵이 아니고 봉지 짜파게티여서 인지 인위적인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맛있다는 건 아니다. 아무 맛도 느낄 수 없었다.

면을 씹는 느낌에만 집중했다. 예전에 짜장면을 왜 그렇게 맛있다며 먹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엄마 마음 편안하게 해 드리려고  냄비에 남았던 짜파게티를 세 그릇에 걸쳐 다 먹었다. 그것도 밤 10시에. 내일 얼마나 손발이 부을지 기대된다.


4년 만에 라면과 짜장면을 먹었다. 너무 맛있어서 앞으로 참기 어려울까 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끊기를 잘했다. 이렇게 어쩌다 한번 먹은 것으로 그간의 내 노력이 허사 되는 건 아니겠지!

회오리 치는 것 같은 구름, 양의 얼굴이 보이는 구름 (08:34, 08:35)
 저녁같은 아침 하늘(08:38)
아침인지 저녁인지 혼동되는 하늘(08:39)
  눈이 올 것 같은 오후 하늘, 조명으로 환한 밤하늘(13;0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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