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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습관

2025. 8. 12

by 지홀

항상 어깨와 목이 쑤시고 뭉치기 때문에 내 손으로 주무르고 마사지볼로 지압하는 건 일상다반사다. 그런데 거의 두 달쯤 전부터 일할 때 어깨가 쪼여드는 느낌이 들고 목을 앞으로 숙일 때면 뒷목이 무지 당기는 현상이 생겼다. 고개를 숙이면 식도인지 기도인지가 눌려 상당히 불편하다. 수시로 어깨를 돌리고 마사지볼을 목 뒤에 대고 누르지만 그때뿐이다. 한동안 같은 자세를 유지하다 보면 다시 아파온다.


필라테스 강사가 고개 숙이는 내 모습을 보더니 고개가 곡선을 그리지 않고 툭 떨어지니까 목이 눌린다며 개선하는 운동법을 가르쳐줬다. 어깨를 고정하고 목을 앞으로 길게 뺐다가 제자리로 넣는 동작을 천천히 10회 하고, 머리 위쪽에 양손을 올려 뒷목이 지그시 당길 정도로 살짝 누르라고 했다. 그 운동을 하자 고개를 숙일 때 목이 훨씬 부드럽고 곡선을 그리며 숙이는 느낌이 들었다. 루틴으로 해야 하는 운동이 또 늘었다.


습관으로 만들려면 매일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잊지 않고 며칠 해야 한다.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이유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 반사를 익히기 위해서다. 그렇게 일부러 연습하다 몸에 완전히 익으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 어떤 동작은 2~3일만 해도 습관으로 자리잡지만, 어떤 동작은 몇 달을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습관으로 잘 자리 잡는 동작과 그렇지 못한 동작의 차이는 내게 얼마나 시급한 것이냐에 달렸다. 몸에 좋은 동작일지라도 급하지 않으면 습관화가 잘 되지 않는다. 일례로 씹는 활동이 불편해 이 치과, 저 치과를 다니다가 한 치과 의사가 알려준 '혀 스트레칭'은 이제 아주 자리 잡았다.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며 한 세트를 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가면서 한 세트를 하고 앱마다 돌며 출석체크를 할 때 한 세트를 한다. 그냥 입만 벌리면 되니까 어디서나 할 수 있어 편하다. 한 세트를 하는데 불과 1분 남짓, 시간도 많이 들지 않는다. 주름살을 펴는 얼굴 마사지는 아침, 저녁 세안 후 화장품을 바르며 같이 한다. 그런데 여러 동작을 천천히 정성껏 해야 하는데 생각날 때마다 하는 동작이 있고 아닌 동작이 있는 데다 후다닥 해버리고 만다. 출근시간에는 마음이 급해서 저녁에는 귀찮아서 대충 한다. 어떤 날은 하지 않기도 한다. 주름과 탄력 없이 처진 얼굴을 보는 일은 서글프지만 그다지 불편한 점은 없으므로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것이다.


오른팔을 뒷짐 질 때 아프다. 통증완화 동작을 배웠는데 자주 까먹는다. 습관으로 자리 잡기는커녕 그 동작을 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잊는다. 컴퓨터 앞에 앉아 팔을 앞으로만 뻗고 있으므로 아픈 걸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운동할 때 팔을 뒤로 젖히거나 머리 위로 올릴 때 충분히 넘어가지 않고 아플 때에야 생각난다. '해야지' 마음먹지만 집에 가면 또 잊는다.


사람이 살면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이 왜 이리 많은 것인지 한숨 나올 때가 있다. 모든 사람이 기본적으로 하는 양치하고 세수하고 머리 감는 일도 몸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한 루틴이다. 누구는 하루 세 번 양치하고 매일 머리 감듯 사람마다 횟수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안 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하루 세끼를 꼬박 챙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처럼,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루틴은 누구나 있다. 거기에 좀 더 신경을 쓰는 사람은 각종 질병을 예방하거나 이미 먹고 있는 약을 끊기 위해 운동한다. 주름과 처짐을 늦추기 위해 얼굴 마사지를 하고 괄사를 사용한다. 탈모가 오면 탈모 예방 샴푸 구입에 더하여 두피 마사지를 하고, 피부가 거칠어지면 팩을 자주 한다.


나이 들수록 여기저기 아프고 팔다리의 가동 범위가 달라진다. 가동범위가 예전만 못할수록 해야 할 운동은 점점 늘어난다. 부위별로 해야 하는 일련의 동작들은 짧게는 1~2분에서 길어야 5~6분 정도다. 하루에 몇 분 투자로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 못할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해야 하는 동작들이 열 가지가 넘어가면 한 시간은 거뜬히 필요하다. 곧잘 하다가 한 번씩 한숨이 나오는 이유다.


그냥 되는대로 먹고 마시고 살면 좋으련만, 그렇게 지내다가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등에 덜컥 걸리거나 피부가 거칠어지고 살찌고 치아가 망가지고 탈모되는 등의 노화와 질병에 맞부딪히면 뭔가 개선하려는 행동을 하게 된다. 약으로 해결하기 전에 예방하고 싶고, 약을 먹더라도 끊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피부과에 가서 레이저를 받더라도 리프팅 수술은 하고 싶지 않으므로 최대한 노화를 늦추는 방법을 찾아보고 화장품을 바르거나 얼굴 마사지를 하려고 한다. 그렇게 내가 할 수 있는 운동(동작)을 배우고 습관화하려고 노력하지만 참 귀찮고 하기 싫을 때가 많다.


그래서 모처럼 집에 있는 날, 세수 안 하고 머리도 안 감는다. 하루쯤 안 씻으면 어떠냐 하며 그냥 뒹굴거린다. 먹던 영양제도 안 먹고 루틴으로 하던 온갖 스트레칭, 마사지 동작을 하지 않는다. 양치만 겨우 한다. 안 하면 입안이 너무 텁텁하므로. 널브러져 보내는 하루가 있어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아무리 습관을 들였다고 해도 어쨌든 해야 하는 일이므로 강제성을 띤다. 자발적으로 스스로에게 주는 강제성일지라도 피곤하고 힘들다.


나만 이러고 사는 건 아니겠지?

아침과 저녁 기온차가 10도다. 아침엔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된다. (09:0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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