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리더십이란 뭘까?
우리 회사에는 M이라는 디자인 프린시펄이 계시다. 파트너 바로 아래 한국으로 보면 전무님이랄까. 첫 프로젝트부터 이분 아래에서 일을 했는데 처음 든 생각은 “와 미쳤다, 정말 저 사람처럼 잘하는 건축가는 세상에 별로 없겠다.”였다. 사실 디자인이란 누가 잘한다 못한다를 정량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렵다. 누군가는 비정형의 곡선과 임팩트 있는 공간을 높이 쳐준다면 다른 누군가는 정적이고 포에틱한 공간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하기 때문. 더더욱 대형 설계사는 aesthetic 이상으로 사업적인 측면(즉 숫자)에서 고객사 그리고 그 뒤 투자자들의 want를 맞춰주어야 하기 때문에, 정말 난해하다. M 전무는 깐깐한 미국 국내 디벨로퍼들의 account를 가지신 그분은 소위 A급 부동산 디벨로퍼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으시는 분이었다. 그는 무엇이 다를까?
최근 M 전무님이 confidential 프로젝트를 수주하였다. 코로나 이후 파이프라인이 말라가는 와중에 큰 프로젝트를 수주하다니 주니어부터 파트너까지 관심을 가지는 일이었다. 매달 있는 타운홀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피치 했던 디자인 덱을 보여주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훌륭한 “건축물 설계안” 이상으로 섬세하게 짜였던 상세한 데이터 기반 피칭 detailed user analytics, 정량적 분석과 제안 important mathematics, 그리고 고객사의 “고객”을 상대로 한 공간제안 appropriate case studies suited for the market and audiences of the audiences이었다. 사실 SOM 내에서도 팽팽한 이견이 갈리는 부분인데 디자인 철학에 맞춘 “최고의 건축 디자인”을 일면으로 해서 사업을 진행할 것인가 아니면 전략적인 컨설턴트식의 접근법을 통해 설득하느냐는 딜레마인 것 같다. 세계적인 건축집단의 형태를 들여다보자면
보통 지인들과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할 때 통상 사무소들을 세 가지로 분류하는데
미국의 SOM, F+P, KPF 같은 기업형 “Corporate”
유럽에서 많은 소규모 디자인 팀 “Atelier”
Renzo Piano, BIG 등 유명 건축가의 사무소 “Starchitects”
그리고 Snohetta 같은 디자인 잘하기로 소문난 집단 “Unicorn”
처음 세 분류, 그 안에서 다양한 규모를 다 경험해 본 나로서는 대표적인 건축가가 있는 Starchitect에서 취하는 전략이 SOM의 전략과 매우 다름을 인지하고 있다. 내가 지금 있는 곳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큰 국제규모의 설계 사업을 관리하고 성공시키는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이런 대형 사무소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사업적 인사이트를 얻고자 하는 게 목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