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 지하에는 미로 같은 쇼핑몰이 위치하고 있다. 2000년에 개장한 코엑스몰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거대한 규모로 오픈 당시부터 길 찾기에 대한 어려움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코엑스가 위치한 해당 블록 전체에서 순차적으로 개발이 진행되며 코엑스몰 역시 조금씩 확장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새로운 건물들의 지하와 추가적으로 연결되며 동선이 더욱 복잡해지게 되었다.
그러다 2014년 노후화된 실내를 새롭게 단장하고 부진한 매출에 반전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리모델링을 전격 진행했다. 당시 최대 이슈는 당연 길 찾기 문제였는데, 이러한 근본적인 불편함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근사하게 리모델링을 한들 대체재가 많은 요즘 사람들이 찾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코엑스몰 역시 순환형 동선*으로 새롭게 탈바꿈하는 것이 가장 명쾌하다. 하지만 이를 적용하기에는 해당 층의 규모가 너무나도 커서 개별 매장들의 깊이가 비정상적으로 커진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이경우 매장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뿐더러 일률적인 형태와 큰 매장 면적으로 인해 임대를 주기에도 힘들어진다.
* 전편 ‘몰링: 끝없는 유혹의 거리’ 참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적인 건축사사무소 <겐슬러, Gensler>는 우선 사람들을 중앙으로 집중시킨 후 제각기 흩어지는 방식의 <방사형 동선>을 제안하였다. 어디에서 진입하더라도 이정표와도 같은 공간으로 모인다면 상대적으로 길 찾기가 쉬워진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때 <공간구문론, Space Syntex> 기법을 활용해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완전 새로운 형태의 동선에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재개장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매출이 감소하자 코엑스몰 전체 운영권을 신세계에 넘기게 된다. 이때 신세계는 보다 차별화된 공간 경험과 화제성을 위해 <별마당 도서관>을 중심에 조성하였다. 2개 층 규모의 거대한 아트리움 구조의 도서관은 당시로선 굉장히 파격적인 변신이었다. 쇼핑몰에 돈을 쓰지 않더라도 누구나 무료로 책을 읽으며 머물 수 있으며, 주기적으로 북콘서트와 같은 이벤트도 개최하고 있다. 이로써 코엑스몰을 찾지 않던 사람들도 시간 내어 찾아오고, 이미 방문했던 사람들도 재방문하는 엄청난 집객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사람들이 길을 헤매지 않고 별마당 도서관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유동이 가장 많은 구간에 트랙 형식의 <별마당 길>을 설치하였다. 삼성역 및 봉은사역까지 이어진 이 트랙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별마당 도서관 앞에 도착한 나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로선 최선인 방사형 구조 역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중심부는 엄청난 인파로 붐비는 반면, 여전히 사람들이 자주 다니지 않는 후방 동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유동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이며, 특히 주변 건물과 연결하며 생긴 단차 문제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그럼에도 곳곳에 앵커 테넌트를 적극 배치함으로써 최대한 후방에 있는 매장까지 고객들의 탐험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존의 메가박스와 아쿠아리움을 적극 활용하여 사람들이 목적을 가지고 찾도록 하였다. 주변에는 가족단위 손님들을 겨냥해 키즈 매장을 밀집시키고 허기를 달래줄 F&B 공간도 배치하여 보다 높은 방문 동기를 부여하였다. 코엑스몰 곳곳에 색다른 테마를 부여함으로써 탐험의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코엑스몰은 또 한 번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조성 사업에 발맞춰 이곳 역시 리모델링을 계획 중이다. 다만 해당 공사가 수년째 지연되고 있는 만큼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더 많은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