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더’(2017) 리뷰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안 돼 학창 시절이 그리웠던 당시의 나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열심히 찾아 새벽마다 밤을 새워 영화를 봤고, 그 수많은 새벽들 중 잊지 못하는 새벽이 있다. 그날 새벽 나는 ‘원더’라는 영화를 보고 난 뒤 그것이 죄책감 때문인지, 미안함 때문인지, 후회 때문인지 정확히 알지도 모른 채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지난 지금 먼발치에서 당시의 나를 돌아보면, 아마 그날 새벽의 울음에는 그 모든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담겨있었던 것 같다. 죄책감과, 미안함과, 후회 같은 것들. 그 감정들은 나를 아주 강하게 짓눌렀다. 영화 ‘원더’ 속 남들과 조금 다르게 생긴 ‘어기’가 학교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며 내 머릿속엔 학창 시절 만났던 한 친구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중학교 2학년 때 내 옆자리 짝꿍에겐 지적 장애가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야,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과거의 그를 떠올리며 허공에 안부를 묻는 내 모습이 밉고 죄스러웠다. 조별과제를 할 때나, 수업시간 과제를 할 때 나는 그와 함께였고 나는 그를 최대한 배려하려 애썼다. 많이 챙겨주려 했고, 그의 학창 시절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게 도와주고 싶었다. 어쩌면 나의 과분한 관심이 도리어 그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왜 나는 그때 더 조심스럽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남았다. 나의 행동이 그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를 줬을까 봐, 그리고 당시의 내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 미안했다.
Auggie can't change the way he looks.
So,
maybe we can change the way we see.
- 영화 '원더'
영화 초반 어기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많이 아팠다.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누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아픔을 주는 말들을 내뱉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다.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 속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차별 없는 시선과 배려 아닐까. 타인의 일이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외면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고, 자신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을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린 모두 다 같은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