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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일 Dec 20. 2024

아내 보호자 분투기

 아내가 허리 부상으로 입원이 결정되었다. 아이를 낳기 위해 병원에 입원을 한 적은 있지만 다치거나 아파 병원에 입원하는 것은 처음이다. 보호자라고 불리기는 했지만 환자가 아니어서 보호자의 정확한 의미를 몰랐다.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니 어떤 사람을 보호할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 되어있다. 책임이라는 단어가 모호해 찾아보니 책임을 진다는 것은 어떤 일을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란다. 결국 아내를 보호할 일을 맡은 임무나 의무가 있는 것이다. 아내가 환자가 아닐 때는 아이 아빠나 남편으로서의 의무라면 환자인 아내에게는 내게  보호 임무가 맡겨진 것이다. 임무를 맡은 사람은 자신을 버리고 종으로 최선을 다해 섬겨야 한다. 하지만 처음 하는 일은 언제나 서툴고 어설프며 실수가 많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고 시간이 노련함을 만들고 노하우를 제공할 것이다. 환자 보호자도 그런 것 같다.

"공문식 환자  보호자 되세요."

"네"

"입원하시면 당분간 꼼짝 않고 누워 계셔야 하는데 보호자께서 간병하실 건가요."

"네"힘차게 대답했지만 병실을 배정받고 대답이 성급했음을 깨달았다.

"여기는 보호자가 모든 것을 24시간 하셔야 합니다."

"24시간? 24시간은 불가능하죠. 일도 있고 집에도 그렇고"말꼬리가 흐려졌다.

"그럼 통합 간병으로 하신다는 거죠?"

"네 그래야 될 것 같네요."

"그럼 병실을 옮겨야 합니다."첫 번부터 환자 보호자로서 분투 신고식이다. 고군분투하며 7층에서 6층으로 침대에 싣고 내려왔다. 그나마 창가에 배정되어 처음 간 곳보다 병실이 마음에 든다며 아내가 만족해하는 것이 실수를 만회하는 기회가 되었다.

 오후 늦게 입원하니 쉴 틈도 없이 식사시간이다. 간호사가 주사를 놓고 비닐봉지를 달아놓는다. 한 달은 꼼짝 말고 누워있어야 한다며 겁을 주고 떠난다. 주변 사람을 둘러보니 천으로 둘러싸인 자신의 침대 터전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마치 움막집을 하나씩 짓고 있는 것 같다. 소통할 사람도 없으니 긴 세월을 아내가 어찌 보낼까 걱정이 앞선다.

"공문식 환자분 마침 시간 되신다니 MRI 찍고 올게요."

"네"

"보호자분께서 도와주시면 좋겠어요."얼떨결에 침대를 붙잡고 영상 촬영실로 함께 갔다.

"조금 기다리세요 앞에 분 먼저 하고 시작하겠습니다."간호사인지 간병인인지는 나를 버려두고 가버렸다. 내가 보호자이니 환자 곁에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고민할 사이도 없이 부른다.

"보호자분께서 링거를 보아주세요." 침대로 왔는데 영상실 침대로 옮겨 누웠으니 비닐을 달고 있는 대를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것 말고요"

"그럼 이건가?"난 약물이 투여되는 연결 부위를 뽑으려고 했다.

"아니요! 그건 뽑으면 큰일 나지요." 의사의 외마디에 아내가 빵 터졌고 나는 겸연쩍었고 의사는 한심하다는 표정이다. 두 번째 분투 신고다.

'처음 해 보면 다 그렇지 뭐.' 하며 나를 달랬다.

 산업재해로 처리하려면 서류가 필요하다. 20여 년 산업현장에서 근무했으니 서류는 자신 있었다. 아내도 그 점에 대해서는 안심했다. 어린이집에서 친절하게 미리 기본서류를 해주셨다. 병원 원무과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급여 신청서 서류를 받아왔다. 현장 떠난 지 10년이고 회사 관리과에서 산재 업무처리를 했지 공사 담당을 주로 한 난 입만 갖고 했기에 실무는 약한 게 사실이다. 인터넷의 도움을 받으며 겨우 완성했다. 아내에게 버벅거리며 했다는 것을 감추고 통화하며 큰소리쳤다.

"서류는 다 만들었어. 내일 병원 가면서 아침에 접수만 하면 돼" 아내의 자필서명을 받으면 되지만 서류를 완벽하게 접수하고 왔다고 자랑하고 싶어 신청인 란에 도장을 찍기로 마음먹었다. 아내가 입원 한 병원은 산업재해 지정병원이다. 산재병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면 모든 서류를 병원에서 처리를 대행해 준다. 그동안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이 재해를 당해 병원을 갔었다. 우리나라는 산업재해로 많은 사람이 다치고 생명이 안타깝게 희생된다. 재해 없는 산업현장이 되려면 각자의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원칙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601호 환자 보호자입니다. 요양신청 서류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 대충 제가 쓰긴 했으니 검토 좀 해주세요." 산재 담당자는 서류를 대충 훑어보더니 말한다.

"잘하셨습니다. 그대로 처리하면 되겠는데요. 그런데 서명란에 서명이 안 되어있네요."

"네 도장으로 처리하려고 도장 가져왔습니다."

"목격자 진술서는 필요하지 않나요?"

"네 필요 없습니다." 

 현장에 근무할 때 목격자 진술서를 최고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담당자가 자신감이 있어 보여 고개가 갸우뚱했지만 토 달 필요는 없으니 서류를 다시 받았다.

"그럼 도장 찍어 드릴게요"

"앗!"

이럴 수가 도장을 잘못 가져왔다. 신청자에 김동일이라고 선명하게 찍힌 것이 보인다. 세상에나 이런 실수를 

"저어 도장을 잘못 가져왔네요. 다시 찍어 가져올게요. 죄송합니다."아내에게 자랑은커녕 감쪽같이 처리해야 한다. 그렇다고 왔는데 그냥 가기는 미안해 슬그머니 얼굴이라도 비추려고 병실로 갔다. 이게 웬 행운인가? 아내는 깊은 잠에 빠져있다.

"안녕하세요. 아내가 자고 있네요. 다시 올게요."

"네 이따가 다녀갔다고 말씀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간호사에게 인사하고 꽁지가 빠져라 집으로 왔다. 도장을 다시 찍으면서 나의 세 번째 보호자 분투기는 막을 내렸다.

 천방지축 아내 보호자로서 분투기는 이것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분투를 하면서 스스로를 달래기도 하고 지혜도 늘어나고 지식도 쌓여갈 것이다. 노하우가 생기고 환자 돌봄에 자신감도 몸에 배일 것이다. 아내의 입원으로 우리 집에 자립도가 올라가고 있다. 아내의 빈자리가 크기는 하다. 그렇지만 아내 전담 세탁기와 밥솥이 이제는 우리라는 이름의 것이 될 것이다. 환자라는 이름은 아픔과 고통이 있고 외로움도 있다. 하지만 가족이 더욱 친밀해지고 서로 도우며 보살펴주는  공동체의식을 키우는 기회가 될 것이기에 감사를 드린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 모든 것에 온전한 것도 없고 모든 것에 온전히 부족한 것도 없다. 받아들이기 나름이고 그 속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중요하다. 배움에는 장소나 환경이나 여건이 문제 되지 않는다. 그것을 통해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렇기에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한다. 시간은 가는 것이고 멈추지 않지만 사람의 마음은 멈추어 서로를 위로하며 사랑할 수 있다. 지나갔다고 후회하지 말고 지금 머물러있을 때 고백하자.

"사랑한다"

"고맙다"

"감사하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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