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진 오선지 위
각자의 선율을 가지고 태어났지
포근한 벚꽃잎 아래 흐르는 이음줄
봄비가 만들어내는 싱그러운 스타카토는
부드러운 봄의 소나타
개구리 여럿이 함께 부르는 귀여운 교향곡
거센 소나기가 우산을 때려대는 운율은
새파란 여름의 멜로디
한껏 서늘해진 공기의 속삭임
재잘대는 단풍잎의 목소리가 만드는
풍성한 가을의 오페라
고요한 세상에 차디찬 서리가 내리고
피어나는 입김과 따스한 이불의 촉감도
깨끗한 겨울의 클래식
마음이 소란해져 잠시 눈을 감을 때
오래된 줄 이어폰 속을 파고드는 바람마저도
오늘이 노래
어쩌면 매일이 노래
어느새 악보 위 가득 피어난 나만의 멜로디가 끝을 말하고
모두의 박수를 받을 때
그제서야 푹 고개 숙여 인사하리라,
그러고는 다시금 기쁘게 웃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