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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gi Jul 21. 2024

매일 반복되는 삶에 지친 우리에게


드넓고 푸른 바다는 우리의 마음을 치유합니다. 그 이유는 바다가 단순히 아름다워서가 아닙니다.


바다의 웅장함과 광활함을 마주할 때, 우리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압도됩니다. 그 앞에서 내 앞에 닥친 문제들이 상대적으로 사소하게 느껴집니다. 이 거대한 물결 앞에 압도된 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도 몸소 실감하게 됩니다.


바다를 바라보다 보면 마치 명상을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게 되고, 물이 부딪치는 소리와 잔잔한 풍경에 몰입하면서 스트레스와 걱정을 일시적으로 잊게 됩니다. 파도는 우리 일상과 같이 매일 해변으로 밀려듭니다.


육지에 있는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깊은 바닷속에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그들만의 세상을 이루고 있습니다. 평온해 보이는 해변과는 달리 심해에서는 냉혹한 자연의 법칙이 자비 없이 적용됩니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생물 중 하나는 상어입니다. 영화 소재로도 많이 쓰이는 거대한 상어는 스크린 안에 갇혀 있어도 보는 사람들을 오싹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최강의 생물 중 하나인 상어에게도 생존이란 쉽지 않은 듯 보입니다.


백상아리는 멈추지 않고 헤엄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램 환기라는 독특한 호흡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램 환기 방식은 계속해서 입을 벌리고 물을 들이마셔 아가미를 통해 산소를 흡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헤엄을 멈추면 물의 흐름이 멈추기 때문에 산소 공급이 중단되어 생존할 수 없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잠은 잘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많은 동물들처럼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고 자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뇌 활동을 줄이며 휴식을 취하는 정도입니다.


강력한 존재의 연약한 모습을 볼 때 우리는 가끔 측은지심을 느낍니다. 상어가 부당한 형벌을 받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저 멈추지 못하는 삶이 현재 육지의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의 삶과 비슷해 보이기도 해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로, 코린토스의 왕이었던 시지프스도 백상아리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시지프스는 자신의 지혜와 교활함으로 여러 번 신들을 속였지만, 결국 제우스의 노여움을 사게 되어 영원한 형벌을 받게 됩니다.


그는 거대한 바위를 산 꼭대기로 굴려 올려야 하는데, 매번 거의 정상에 도달했을 때 바위가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지게 됩니다. 이 형벌은 영원히 반복되며, 시지프스는 끝없는 노동과 헛된 노력을 지속해야 합니다.


삶은 위와 같은 모습입니다. 우리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여야 생존할 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일을 해야 최소한의 먹을 음식과 잠잘 곳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생존을 위해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것은 생명체의 고유한 특성일 뿐입니다.



대자연의 모든 생명체들은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존재합니다. 사자는 사냥을 하면서, 원숭이는 나무를 타면서, 새는 날갯짓을 반복하면서 그 행동에 익숙해집니다.


이 과정에는 긴 시간이 들고 그에 따른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인간을 제외한 다른 생명체들은 이렇게 끝없이 반복되는 하루하루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그저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해 나갈 뿐입니다.


반복을 통한 경지에 이르지 못한 생명체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구상에서 무언가로 존재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반복과 익숙함에 이르는 것의 연속입니다.


우리 인생은 하는 일의 종류가 각자 다를 뿐 매일 하는 글공부가 직업이었던 선비나, 단 한 번의 결투를 위해 매일 검술을 단련했던 검객들이나,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연습했던 예술가들과 같습니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매일 그 많은 시간들을 낭비한 것과 같고 지루하고 불행한 삶을 산 것 같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복을 통해 어떠한 경지에 이르는 것을 그저 반복하다 보면 존재 자체로서의 본질적인 기쁨을 깊이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매일 반복되는 루틴 속에 드문드문 흥미로운 일들이 끼어드는 것, 그것이 자연이 우리에게 준 삶의 모습이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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