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그 여자
깡 마른 몸매에 날카로운 턱선과 콧대를 가지고 , 일명 숑카라고 하는 바이크를 타고 동네를 달리는 남자가 동네에 출몰했다.
정우성의 몇 주전 스캔들만 아니어도 1997년 영화 비트에서의 바이크를 타고 달리는 그와 비슷했다고 회상하고 싶지만,
홍콩 영화 천장지구의 유덕화 정도의 비주얼을 가졌던 사람으로 십 대 사춘기 소녀들에게는 설렘을 안겨주기에는 충분한 비주얼의 그였다고 기억하고 싶다.
그의 서식지와 동선에는 여자 아이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환호하기 시작했다. 흔히 요즘 아이돌을 따라다니는 아이들처럼 그의 주변에는 그렇게 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비 오는 날이면 그의 집 앞에는 우산을 들고 기다리는 여자아이가 있었고, 누가 보내었는지 모를 선물과 편지들이 집 앞에 쌓여있었다. 어떻게 전화번호는 알았는지 밤에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전화벨소리에 전화코드를 뽑아야만 했다고 했다.
그에 관한 이야기와 관심으로 동네 자체는 봄꽃소녀들의 설렘으로 생동감이 돌았다.
그 동네에 소녀들이 그렇게 많았었나? 싶게 안 보이던 소녀들이 골목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꼭 그런 분위기에 돌 하나 던지고 분위기 깨는 사람이 있기 마련. 뭐가 그리 도도했는지 관심 하나 없는 듯 아랑곳하지 않고 그 남자 뭔데? 한심하다는 듯이 주변 친구들에게 어이없다는 눈빛을 냈던 그녀도 있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바이크 뒷꽁무니를 올린 일명 청룡쇼바의 바이크 타고 , 차량용 오디오를 바이크에 연결해서 음악인지 소음인지 볼륨 높이 틀고 , 머플러를 뚫어 굉음으로 동네를 달리던 그는
그 남자 뭔데? 하며 관심 없는 척 도도하게 굴던 그녀와 26년 차 함께 하고 있다.
그녀는 어느 날 "그 남자 내 거 해야겠다" 하며 그의 마음을 훔쳐 26년 차 함께 하고 있다.
타인과 타인이 만나 만들어낸 이 어이없는 작은 도시.
타인의 도시는 얼마나 매력적이고 아름다운가.
탈색된 노란 생머리를 흩날리면 바이크를 타던 그는 그녀를 만나고
26년 전 바이크를 접었고,
26년 후 그녀는 바이크를 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