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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보반보 Nov 19. 2024

노년을 그려보니...

네 개의 계절들이 나와 함께 했었다.

그리 아름답지도 행복할 것 같지도 않을 것만 같은 노년을 그려보면

겨울의 앙상한 나무처럼 보일지도 모를 노년의 삶.

겉으론 많이 초라해 보인다.


지금의 어르신들은 초라할 수도 있는 삶을  꿋꿋이 살아내고 계신다.

과연 내가 그 나이가 되었을 때, 그들처럼 너그러울 수 있을까?

웃으며 현실에 감사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 없다.

나도 아플 것이다.

그리고 그제야 부모님께서 얼마나 아프셨는지, 얼마나 견뎌 내셨는지 깨닫게 되겠지...


어쩌면 어르신들은 한때 부모님의 품에서 느꼈던 평온함을 기억하며,

그 기억을 붙잡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계신 건 아닐까?

후회하고, 깨닫고, 그러면서도 살아내고 계신 건 아닐까?


나는 아직 그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어리석고, 아플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지금 내 안에는 평온함이 있다.

이 평온함을 오래오래 잃지 않고 붙잡고 싶다.


나에게도 봄이 있었다.

푸르게 쑥쑥 자라던 어린 시절, 그 모습을 보며 행복해하시던 부모님이 계셨다.

겁 없고 뜨겁던 여름도 있었다.

그리고 아파하고 스스로 치유하며 익어가던 가을 같던 중년도 있었다.
그땐, 겨울이 올 걸 알면서도 그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이제 나는 다짐한다.

내 겨울이 앙상하고 무기력한 나무로 끝나지 않기를...
풍성하지는 못하더라도, 든든하고 단단한 겨울나무로 서 있기를...

아직 오지 않은 내 겨울이, 씩씩하고 강인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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