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rog' - 무심코 던진 돌에 그만 맞아 죽어버린 개구리
***아래 내용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 줄평: 우리는 무심코 던진 돌에 그만 맞아 죽어버린 개구리를 관찰해 보았던가.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영어 제목은 'The Frog'이다.
한국어 제목 또한 그냥 개구리로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드라마의 전개는 다소 복잡하나 훌륭한 연출 장치가 시청자가 그 내용의 맥을 쉽게 짚을 수 있게 도와준다.
특히, 현재 시점과 과거 시점이 교차하는데 처음에는 눈치를 채기 힘들지만, 과거 시점의 경찰 제복은 누가 봐도 구식이고, 현재 시점에서는 배우 김윤석 (전영하)의 왼팔에 검은색 애플워치로 추정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보여 시청자는 드라마의 초입에서 이미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전개임을 알 수 있다.
이 드라마는 그냥 킬링 타임 용으로 별생각 없이 보면 안 되는 드라마다.
과거의 내용과 현재의 내용이 일정 시점까지는 서로 평행선을 달리다가 나중에 만나게 되는 구조를 띄고 있어 더욱 그렇다.
과거시점 내용의 요약은 아래와 같다.
어느 날 살인마가 레이크 뷰 모텔에서 이미 죽은 시체를 토막 낸 사건이 벌어진다.
해당 살인마는 경찰에 체포되고, 전 국민이 보는 뉴스의 자료화면으로 레이크 뷰 모텔이 나오게 된다.
어느 정도 눈치를 챘겠지만, 이 시점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해자는 살인마이고 피해자는 토 막나 버린 여자이다.
이것이 일반적인 시선이라면, 드라마는 필연적으로 부수적 피해를 입게 되는 간접 피해자에게 시선을 돌린다.
간접 피해자는 당연히 레이크 뷰 모텔의 주인이다.
기업에서 운영하는 것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해당 모텔은 뉴스에 자료화면으로 나온 그 순간부터 손님이 당연히 끊기게 되고, 매각 또한 염가에 조차 진행되지 않는다.
갖은 스트레스로 인해, 모텔 주인장의 와이프는 유서를 쓰고, 시신이 토막 난 그 호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아들의 경우 학교 일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그 과정에서 누명을 쓰는 일까지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 나오겠지만, 모텔의 주인은 결국 치매에 걸려 영원히 과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살인마가 무심코 던진 돌에 그만 맞아 죽어버린 개구리는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잊혀 간다.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드라마 곳곳에서 상기된 대사가 나온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진다고 해서, 제 아무리 큰 소리를 낸다고 해서, 그 숲 밖의 사람은 듣지 않는다.
사건의 직접 가해자는 직접 피해자에 저지른 범죄에 대한 죗값을 치르게 되었다.
그런데, 그 간접 피해자는? 대부분 사람은 그가 누군지 조차 알지 못한다. 가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쓰러져버린 커다란 나무와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여기까지 글을 읽으면, 그래서 고민시 얘기는 언제나 오는데?라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나도 글의 내용이 평행선을 달리다가 나중에 서로 만나게 되는 형식으로 구성해보려 한다.
현재 시점 내용의 요약은 아래와 같다.
어느 날 아무도 없는 숲속의 펜션에 한 여자가 아들로 추정되는 아이와 찾아온다.
그리고 그 여자는 펜션에서 잔인하게 아이를 살해하고, 토막 낸다.
그 사건의 전말은 펜션의 사장인 전영하가 다 알게 된다.
다만, 전영하에게 펜션은 무언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드라마에서 직접적 설명은 하지 않지만, 아내와의 마지막 추억이 담긴 곳이 펜션이겠구나 어림짐작 할 수 있는 내용이 드라마의 말미에 살며시 나온다.
그런 펜션이 사건의 현장으로, 뉴스의 자료화면으로 나오는 것이 전영하 입장에서 치가 떨리는 상황이다.
전영하는 개구리가 되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1년이 지난 다음 해 여름 그 여자가 다시 펜션에 찾아왔다.
이번에는 아예 눌러붙어살면서 펜션을 강제로 매수하려고 한다.
당연히, 전영하는 이에 크게 반발하며 각종 수단을 동원해 그 여자를 펜션에서 쫓아내려고 한다.
개구리가 될 수는 없으니까.
과거의 개구리는 장성하여 이미 사형 선고를 받은 살인마를 직접 처단한다.
그리고 그 개구리를 어쩌면 또 다른 개구리가 될지 모를 전영하가 찾아온다.
(파출소장의 책상아래에 '첫 사건'이라고 적힌 사진을 보고 지금은 개구리의 은신처로 사용되고 있는 모텔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전영하는 총을 탈취하고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자신의 펜션으로 돌아온다.
결과적으로 그 총은 죽은 아이의 친부가 그 여자를 처단하는 데 사용된다.
결국, 펜션에서 매우 큰 사건이 벌어졌기에 전영하는 아내와의 추억이 깃든 펜션을 잠시 뒤로하고 자신의 딸과 함께 지내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도 남에 의해 돌에 맞아 크게 다친 개구리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다시 펜션으로 가서 부서진 곳을 정비하고, 남은 자신의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20여 년 전 사건의 개구리는 전영하의 펜션에 놀러 가고 싶다는 전화를 하며 그도 결국 과거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드라마는 마무리된다.
나는 이 드라마가 기존에는 조명하지 않았던 사건의 간접피해자에게 빛을 비췄다는 점을 매우 높게 산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 고립된 듯한 삶을 살아가는 무심코 던진 돌에 그만 맞아버린 개구리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과거에 묶여 사는지 보여줌과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하면서 드라마는 우리 사회의 개구리에 심심한 위로를 전하는 듯하다.
우리가 삶을 살다 보면, 그저 감내해야 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그 인고의 시간을 견디면, 결국에는 앞으로 나아갈 날이 온다는 것을 고대하며 살아가는 것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의 인생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전하며 드라마 리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