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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MIN Dec 10. 2024

『MAGMA』

Part 9. 64-33-37

  이 앨범에서 상대적으로 말랑말랑한(?) 곡인 「이럴 수가 있을까」에서도 조하문의 베이스 연주는 선명히 들린다. 김광현의 기타 연주는 기본적으로 (클린 톤으로 연주하는) 배킹 연주에 충실하지만, 깔짝대는 배킹 기타 연주의 음량을 넘지 않는 기타 애드리브를 곡 곳곳에 심었다. 문영식의 드러밍은 비트에 충실하면서도 소프트 록에 해당하는 곡의 정서에 부합한다. 「이제 우린 서로 사랑하니까」에서도 좋은 감각과 속도감을 지닌 드러밍을 해낸 문영식은 (조하문의 선명한 베이스 라인 연주가 훌륭한) 「기다리는 마음」의 미니멀한 드럼 비트까지도 훌륭하게 소화하며 자신이 앨범의 든든한 한 축임을 증명했다. 키보드 없이 3인조 밴드로 모든 곡을 연주한 (물론 기타는 오버 더빙을 거쳤겠지만,) 이 앨범의 사운드는 3인조 밴드가 들려줘야 할 긴장감 넘치는 합을 비교적 생생히 들을 수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 앨범의 마스터 테이프가 재발견되어 다시 리마스터링 과정을 거쳐 재발매된 덕분도 있지만.)


  기념음반이자 마지막 활동을 담은 기록의 의의를 지닌 앨범이기에, 이들은 이 앨범에 그야말로 모든 걸 담았다. 조하문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온 산하를 흔드는 「아름다운 곳」의 인트로는 김광현이 만든 기타 연주와 문영식의 드럼 연주가 지닌 환각을 뚫고 솟구친다. 조하문의 확실한 보컬은 김광현의 퍼즈 톤 기타가 지닐 수 있는 가벼움에 힘을 더하며, (열악한 녹음 상태임에도 생생한) 곡에 제법 묵직한 무게감을 부여한다.      


  모든 것을 담으려는 의지는 이 앨범 안에 든 다양한 장르의 수록곡에서도 드러난다. 그들이 하고 싶은 곡과 그들이 만든 곡을 한데 모은 앨범은 그래서 강렬한 하드록 트랙과 같은 비중으로 그들의 (소위) ‘캠퍼스 송’이 들어있다. 「알 수 없어」라는 하드록 세션에는 분명 그 당시의 대학에서 다뤄지던 ‘캠퍼스 송’의 DNA가 들어있으니까. 그러나 곡의 후주까지 충실하게 연주하는 이들의 연주는 이러한 곡에서도 팽팽하기 그지없다. 이들은 하드록도 잘 소화했지만, 소프트록 또한 잘 소화했다. (「알 수 없어」에서 김광현이 후주에서 연주하는 블루스 기타 연주는 이 곡의 숨은 하이라이트다.) 당대의 하드록을 사이키델릭 록이나 프로그레시브 록과 더불어 접근한 이들의 사운드는 이들의 ‘캠퍼스 송’에도 이와 같은 접근 방식을 동일한 밀도로 취했다. 이 앨범이 그들의 에너지를 분출하는 데서만 그쳤다면 (인쇄 실수로 제목이 바뀐) 「잊혀진 사랑」의 묵직한 이야기 또한 뜬금없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졌을 테다. (그 당시 토속적인 소재나, 시에 가사를 붙인 유행의 산물이기도 한) 「해야」의 원초적인 에너지의 ‘운치’와 차분하게 부르는 이들의 (소프트 록에서 비롯된) ‘감성’은 이 앨범의 소프트 록 트랙이 노래하는 ‘사랑’과 (희미하게나마) 분명히 이어졌다. 「아름다운 곳」의 ‘선녀들이 사는 곳’은 분명 「알 수 없어」와 「이럴 수가 있을까」의 ‘거절’을 겪고 난 자기부정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느껴지니까.       


  연주곡 「탈출」은 베이시스트 조하문의 최고작이자 기타리스트 김광현의 최고작이자 드러머 문영식의 최고작인 곡으로, 비교적 큰 스케일의 곡을 좋은 연주로 채운 곡이다. 김광현의 기타 연주는 악곡 멜로디에서 벗어나 자신의 연주를 일구고, 조하문의 베이스 연주는 김광현의 기타 연주를 충실히 서포트하며 남김없이 밀어붙이며 완전히 연소한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외려 이 ‘단호한’ 결별이 이 앨범의 생명력에 도로 불을 댕긴 것이 아닐지 생각한다. 재만 남은 곳에서 불사조가 태어나는 데에도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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